8월9일. 22:50. 용산역 출발. 순천행 우등열차 탑승. 비몽사몽 졸다 깨다 정적 구례에서는 깜박 잠이 들어 못 내릴뻔 했다. 부랴부랴 내리고 보니 대합실이 복잡하다. 화장실을 들렸다 아침밥도 거른 채 성삼재를 향해 택시로 달린다.매표소 무사 통과.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 택시비 3만원.
노고단 올라가다 전망대에서. 허나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인다.4:00 그믐달빛을 받으며 산행 시작. 꽤 많은 산행객이 있다. 단체도 있는 것 같다. 길은 아스팔트와 돌을 보도블럭처럼 깔은 길의 연속이다. 발목이 다치치 않도록 조심하면서 걷는다.잠시 걷다 해드랜턴을 끄고 걷는데 큰 무리가 없다. 별이 쏟아져 내린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 앞5:20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니 희부염하게 노고단 산장이 보인다. 진짜 크다.헌데 새벽부터 피난가는 사람들처럼 사람이 어디에도 많다. 화장실에도, 취사장에도.우린 취사장 옆 공터에서 물을 데워 햇반을 데우고 내가 점심에 먹으려고 싸간 밥을 산나리네 반찬으로 밥을 먹고 커피까지 타 마신다.전날 지리산에 가져오려고 사 논 이슬비네 1kg 김치는 냉장고에 얌전하게 놓고 왔다고
안타까워 한다.
노고단의 일출문제는 이슬비 무릎보호대 잘 말린다고 베란다에 널어 놓고 안 가져왔단다. 할수없다. 응급용으로 가져온 붕대를 파스를 붙인 후에 감는 수 밖에.....이 붕대가 무릎보호대와 달리 자꾸 느슨해 져 산행 중간마다 다시 감아줘야 했다.5:50 다시 짐을 챙기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헌데 초장부터 꽃들이 산나리를 붙잡는다. 덕분에 우리들도 비교적 널널하게 올라간다.진짜 노고단은 보호하기 위해 막아놓았고 왼쪽에 유사하게 돌 탑을 쌓아 놓았다.해가 떠서 햇살이 내리비친다.
못 들어가게 해 놓고 만들어 놓은 노고단 앞에서
종주길에 웬 출입문? 아마도 야간산행을 막기 위해 해 놓은것 같다. 이곳을 내려서면 본격적인 종주길의 시작이다.이곳에서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헌데 국립공원 중 제일 큰 지리산 종주길은 의외로 오솔길이다. 알고보니 자연훼손이 하도 심해 등산로 이외에는 다 나무철책으로 막아 놓아서이다. 덕분에 나무도 풀도 다들 너무 싱싱하다. 길은 설악산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편이고 바위도 많지 않은 편이다.
허나 누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리산은 반바지에 샌들만 신고도 얼마든지
산행이 가능할 만큼 길이 완만하다는건 거짓말이다.이 말에 속은 이슬비 샌들을 챙겨왔는데 샌들 신었다간 발 다 나가겠다.
그리고 샌들 신은 청춘 하나도 못 보았다. 반바지는 많았지만......
돼지평전에서 보이는 지리산의 조망
피아골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아직도 돼지가 나온다는 돼지평전을 지나고 피아골 삼거리(7:20)를 지나고 임걸령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7:40) 삼도봉에 도착(8:45)
임걸령 샘터에서 물을 마시고...
삼도봉에 선 세사람전라 남북도, 경상남도 경계선에 선 표지판. 하늘을 배경으로 조망도 아주 그만이다.지난 설악산에서 남들 과일 먹는데 너무 부러웠다는 산나리가 싸 온 맛있는 자두를
하나씩 먹는다. 얌얌~~~노고단에서 그 많던 사람이 막상 산행을 할때는 그리 많지가 않다.
거 참 이상하다.아마도 산도 크지만 갈 길도 바쁜 사람들이 바쁘게 길을 서둘러 중요한 지점이 아닌 곳에는 의외로 사람이 없는 편이다.산행도 우리보다 앞섰나 하면 가 보면 좀 앞에서 쉬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쉬는 지점만 다를 뿐 산행 속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유난히 부자 산행팀이 많이 보인다.
화개재의 모습
화개재에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잠시 눕다삼도봉을 지나고 뱀사골 산장과 가까운 화개재(9:20)에서 좀 길게 쉰다.
그리고 올려 쳐야 한다.산행 속도가 빠르면 무릎 아프다고 계속 엄살을 피우는 이슬비. 헌데 우리가 토끼봉을 좀 빨리 올라갔더니 홧김에 더 빨리 올라간다.토끼봉에서(10:15) 이른 아침으로 출출해 져 빵과 두유로 간식을 먹는다.
힘이 난다.
토끼봉에 선 무수리 토끼?토끼봉을 지나고 명선봉을 향해서 간다. 길고도 긴 계단 길이다. 이 길을 올라올 사람들 생각을 하니 진짜 한숨난다. 중간에 총각샘이 있다고 지도에 나왔는데 못찾았다. 다행히 물은 충분하지만......
연하천 대피소에서12:15 드디어 연하천 산장 도착. 사람도 많고 물도 풍부하다.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남은 햇반 한개를 말아서 먹는다. 헌데 이슬비 여기서 ㅅ여고 관계자 4명을 만났다. 이들은 방학마다 지리산 종주하는 팀이란다. 진짜 기 죽는다.연하천에서 맥주, 소주를 사서 마시는 이슬비. 헌데 벽소령에는 술 안 판다는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대피소는 술이 없단다.
삼각점에서 보는 경치
전형적인 지리산의 멋진 모습들연하천에서 주목군락지를 지나 내리막으로 간다. 길들이 비슷하듯 하면서도 조금씩 또 다른 모습들이고 점점 산 속으로, 속으로 들어간다.
형제봉 가는 길의 경치14:20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다행이 근처에 돌로 된 천연바위가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를 맞고 가는 수 밖에 없다.
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애당초 연하천에서 점심을 먹을때는 잠시 방심을 해 세석까지 간다고 객기를 부렸는데 이 비를 맞고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벽소령까지만 가고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관계자의 도움으로 벽소령은 우리가 잘 자리가 확보되었다. 헌데 중간에 갑자기 내린 비로 부산하게 이동을 해서인지 곳곳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 학생들을 데리고 온 단체팀을의 소행같다. 산에서 호연지기를 가르치기 앞서 자연을 사랑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봉의 모습15:10 형제봉을 지나고 벽소령이 나타나듯, 나타날 듯 안 나타난다. 벽소령 막바지 길은 제법 길이 험한 편이다. 헌데 길이 험한 곳이 경치도 좋으니 험한 산을 안 갈 수도 없다.
힘든 만큼 보상도 해 주는 산.
벽소령 대피소의 모습
행복해~~갑자기 너무나 예쁜 벽소령 대피소가 눈에 보인다. 빨간 우체통까지 만들어 놓았고 멀리 능선과 하늘과 어울어진 진짜 환상적인 분위기다.우린 아래쪽 취사장 앞 식탁을 하나 차지했다. 구름이 환상적으로 지나가며 가렸다
보여줬다를 반복한다. 감탄을 하니 그 구름이 비구름 같다고 염려를 한다.아무튼 경치 진짜 끝내준다.벽소령은 샘이 좀 멀다. 그리고 물꼭지도 하나 밖에 없다. 쌀도 씻는둥 마는 둥 씻고 물통에 물을 받아 밥을 하며 고기를 굽는다. 오늘 저녁메뉴는 이슬비가 술도 포기하고 지고 온 오겹살. 양도 너무 많다. 헌데 슬픈 소식, 벽소령에서는 술도, 담배도 없단다. 낙심천만한 이슬비. 진짜 죽을 맛인가보다. 농담으로 고기와 술 바꿔먹으라고 했는데 옆 테이블에서 우리가 먹는 고기가
부러웠나보다. 얼른 바꿔 먹자고 제안을 한다. 그래서 피같은(!) 술과 무겁게 지고온 고기를 바꿔 먹었다. 덕분에 양쪽 테이블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친근감이 든다.헌데 우리 뒤 테이블은 우리가 고기 구워 먹는걸 보고 자극 받아 고기는 없어
스팸이라도 구워먹는다고 또 우리를 웃긴다. 하, 하, 하....
너무 행복해~~우린 고기도 먹고 밥도 해 먹고 거의 끝나 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헌데 점점 빗발이 굵어진다. 얼른 걷어서 취사장으로 대피를 한다. 헌데 취사장은 완전히 아수라장. 원래 그곳에서 밥 해 먹던 사람에,
우리처럼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 거기다 산행을 막 마치고 밀려 들어오는 사람.
피난 살림이 따로 없다 싶다.비가 너무 와 대피소 번호를 받은 우리도 대피소로 올라가기 망설여진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비가 온다면 천왕봉도 포기하고 내일 서둘러 하산해야 할 것 같다.비가 좀 가늘어져 대피소에 올라가니 비에 젖은 사람이 많은지라 신발, 양말, 잠바, 비옷 벗고 들어오라고 입구에서 지키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린 완전히 뽀송뽀송 하다.우리자리는 가장자리로 비교적 한갓지고 넓다. 설악산 대피소는 남녀구별이 없는데 지리산 대피소는 남자, 여자 숙소가 따로 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비박도 어려우니 대피소는 초만원. 우선 인터넷 예약 한 사람 먼저 배정을 하고, 60세 이상, 어린이, 그리고 나이 많은 여자 순으로 배정을 하나보다. 사람이 많으니 계단밑, 마루, 심지어는 신발장 앞에서도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18:00 자리에 매트를 깔고 나니 할 일이 없다. 일단 잤다. 한시간쯤 잤나보다.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일단 내일 아침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쌀을 씻으로 나가니 다행히 비는 소나기인지 그쳤다.하늘에 쏟아지는 별, 진짜 황홀하다. 산나리는 자는지 꿈쩍도 안한다.쌀을 씻고 물을 받아 아침 준비를 하고 또 잔다. 다들 피곤해서인지 코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