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경방직전 지리에 들기 (2/14~15)

산무수리 2013. 2. 25. 15:56

‘시론(詩論)’ - 서정주(1915∼2000)

 

바다 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주려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 전복도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이리요?

바다에 두고 바다 바래여 시인인 것을 …


어디 남겨둘 것이 시뿐인가요. 다람쥐 도토리 감추듯 좋은 것은 나중에 더 후일에 가슴 조이며 즐기려 남겨놓지요. 속도의 시대 혹여 뒤질세라 하고 싶은 말 바삐 다 해버려 읽고 나면 오히려 허전한 시들 많고 많지요. 그럴 때면 또다시 미당 서정주 시 읽어봅니다. 긴긴 기다림, 영생(永生)의 시인이 남겨두었던 국화꽃, 하늘도 알고 간밤에 무서리 저리 내려 백만 송이로 노오랗게 피어올라 고창 미당시 축제에 초대하고 있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3.2.14~15

코스개관: 동서울 무박 버스 백무동-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벽소령 (1박)-연하천-화개재-뱀사골-반선

멤버: 셋

날씨: 포근한 겨울

 

12월 송년 지리를 계획했으나 눈때문에 차가 가지 않는다고 해 포기하고 1월엔 내내 출근하느라 엄두를 못내다 2월 격일로 쉴 수 있어 경방 직전 일단 대피소부터 예약하고 멤버 모집하니 이감탄만 시간이 된다고해 이젠 사정사정 하지 않고 되는 사람만 가기로 했다.

백무동은 늘 버스가 가니 이쪽으로 잡고 예전에 갔던 코스대로 뱀사골 하산하기로 하니 이감탄은 이쪽이 초행인지라 바로 입질이 왔다.

버스표 인터넷 예약하고 일찌감치 동서울 터미널 도착해 셋이 놀다 정작 버스 타는건 늦을 뻔.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버스에 사람이 많은 편이라 조금은 놀랬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 버스가 춥다. 기사가 군불이 약하냐며 난방을 올려준다.

3시반경 백무동 도착. 대합실도 잠겨있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할 수 없이 출발. 입산통제를 하지 않는지라 초장 아이젠, 스패치 하고 출발.

 

 

 

 

이감탄 이 코스 초행이지만 뵈는게 없으니 와 본 사람이나 별 차이 없다. 생각보다 지리엔 눈이 많지 않다. 스패츠 전혀 필요없을 정도다.

참샘에 물이 찔찔 나와 한모금 마시고 올라간다.

이감탄은 스틱도 없이 잘도 가는데 내가 뒤에서 헤매는 백성이 되 버렸다. 이젠 수준 안 맞는다고 안 데리고 다닐것 같다 웃었다. ㅎㅎ

지루한 길을 보이는 것도 없이 오르다 시계가 조금 트이고 장터목이 가까워진다.

나무천사 일출 찍는다고 뛰쳐 올라갔는데 구름이 껴 못 볼것 같다 웃었다.

장터목에서 구름 사이 해를 잠깐 봤다. 그리고 취사장에서 아침으로 떡만두국을 끓여 먹었다.

물을 지고 올라와 뜨러 가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 하산한다며 물 남는다고 보시해 주어 보충하니 마음조차 든든하다.

 

 

 

 

 

 

 

 

 

 

 

 

 

 

배낭을 놓고 가벼운 몸으로 잠바만 하나씩 들고 올라가는데 초장 제석봉 올라가는 길이 거의 빙벽 수준. 줄잡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겨우 올라갔다.

바람은 제석봉 올라가기 직전만 불지 막상 천왕봉까지는 바람도 불지 않고 포근하다.

눈이 적게 온건 아닌데 러셀이 잘 되어있어 어려움이 없다. 작년같은 환상의 상고대는 커녕 거의 봄산행 하는 느낌이다.

아무튼 정상은 널널해 이런 저런 팀들이 온갖 종류의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우리도 시간도 남고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한참을 놀다 장터목으로 내려갔다.

 

 

 

 

 

 

 

 

이 속도로 세석에 가면 오늘 남은 시간이 너무 길것 같다. 상태 봐 가면서 대피소 예약을 포기하고 벽소령까지 가는걸 염두에 두기로 했다.

장터목에서 세석 가는 길은 아주 한갖지다. 널널하게 세석에 도착해 라면과 남은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었는데도 1시 조금 지난 시간. 벽소령으로 고고씽 하기로 했다.

자리가 있겠지 하면서....

날이 좋아서인지 헬기가 계속 뜨며 쓰레기 치우는 작업으로 바쁘다.

 

 

 

 

 

 

 

이감탄은 앞서서 가고 나는 후미에서 헤매고....

그래도 별로 쉬지않고 가서 벽소령 도착하니 4시.

늘 천왕봉쪽으로 가던 길을 반대로 가니 하산 코스인지라 훨씬 수월하다 웃었다.

벽소령 도착하니 한 회사에서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지리산 종주를 왔다면서 예약자가 많지 않아 자는데 문제 없을거라 안심을 시켜준다.

이감탄이 물 떠오고 밥 해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취사장도 아직은 한산해 구석진 곳 자리 잡고 밥 하고 된장찌개 끓이다 자리 배정해 준다고 해 가 자리 받고 저녁 마저 먹고 치우고 올라왔다.

그새 단체 팀들은 와서 밥 해먹고 시끄러운데 기특한건 쓰레기를 깔끔하게 모아 간다. 주관자가 제대로 된 산악인인것 같다.

숙소는 방 하나에 2층 여자 쓰고 단체팀 방에 늦게 온 사람들을 배정해 준다. 2층 여자 자리도 거의 꽉 찬다. 겨울 산행에서는 참으로 드문 현상이다.

오늘 3시간을 벌어 내일은 널널한지라 기상시간 정하지 않고 자다 깨다를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