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에서 등산하니 쪽팔리더라... (발왕산, 3/1)
출국 - 고운기(1961~ )
플라스틱 국자를 들고 네살배기 아이를
혼내준다고 겁주는 일도 당분간 하지 못할 것이다
밤 열두시 넘어 초인종 누르며
마누하님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기도하듯 빌던 일도
당분간 하지 못할 것이다
조태일 시인 병문안 가서
선생님, 일년 후에 돌아와 또 찾아뵐게요
기약했으나 알 수 없는 그날처럼
기약 없는 이국땅 가랑비에 자주 젖을 것이다
누구, 좋아하는 사람?
누구, 죽이도록 미운 사람?
가슴에 담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시간이 마음속 길
어디론가 달려가 당분간 아스라해질 것이다
네살배기 아이가 자기 동생 한살배기한테
플라스틱 국자를 들고 혼내준다고, 내 흉내를 내고 있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체중을 모두 잃을 때가 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는 이유가 명치에 걸려 무너지려는 몸과 마음을 그대로 무너뜨릴 수 없을 때가 있다. 네 살배기 아이가 한 살배기 동생한테 플라스틱 국자를 들고 아빠 흉내를 낸다. 출국(出國). 그 내막이야 제각각이겠으나,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때가 온 적 있고, 또 올 수 있다. 벌써 10여 년 전 시인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설렁탕이나 한 그릇 하자고 신촌에서 만났다. 밥이나 한 끼 함께하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있어서 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를 밀고 갈 때가 있다. 가기는 가도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목에 걸린 울음처럼 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2년동안 무늬지만 한산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을 맡다 연말 신샘에게 자리를 넘겨주니 홀가분하다.
마지막 송년산행으로 대둔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다들 공사다망해 무산되어 방학 내내 만나지 못했다.
장이사가 24~25 스키장 1박을 계획했으나 무산되었다고 하고 설악산 산행은 황샘, 류샘 둘이 간다고 했다.
월욜 출근했는데 신샘 전화. 용평 스키장에 1박으로 놀러가자 한다. 난 스키 안타면 발왕산 산행 하면 된다고...
출발일일 목욜 출근해야 한다고 하니 저녁 버스타고 오면 픽업 하러 나온다고 한다.
일단 생각해 보기로 했는데 염두에 두었던 스케줄이 줄줄히 떠오르고 오창 갔다 오자마자 또 가출을 하는것도 마음에 걸린다.
괜히 나 태우러 나오는 것도 번거로운지라 안 가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수욜 구룡산 산행중 홍샘의 전화.
류샘이 집안 약속때문에 스키자 못 와 올 사람이 거의 없다고 꼭 와야 한단다.
계획 세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지라 머리수 채워주는 일이라도 해야 할것 같아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2/28 (목)
신림동-당산역-횡계-용평리조트-주문진-숙소
목욜 배낭을 매고 출근했다.
헌데 류샘이 오후 출발하면 갈 수 있을것 같다고해 다같이 4시경 출발한다고 했다.
헌데 또 사정이 바뀌어 못 간다고 해 내가 끝나는 시간이 맞춘다고 한다.
2시 압구정동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오전 스케줄이 빨리 끝났다고 신샘이 학교까지 태우러 왔다.
황샘을 당산역에서 만나 황샘이 운전하고 고속도로로 진입.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횡계로 나가 일단 용평리조트로 체크인.
유럽풍 콘도 넓은 방이다.
홍샘에게 전화 해 콘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구 다 데려와도 된다고... ㅎㅎ
30여분 만에 홍샘 도착.
시간도 널널해 주문진에 나가 회를 먹는다고 한다.
바닷길을 끼고 올라가 주문진 시장에서 회를 떠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시장은 6시가 넘어 파장 분위기.
네가지 생선에서 홍샘이 산 소라까지 푸짐하게 먹고 복지리로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운전 하느라 술 못 마신 신샘을 위해 마트에 들려 술, 안주 사서 숙소에 와 마시는데 홍샘은 초저녁부터 취침모드.
나도 졸려 들어와 먼저 잤다.
3/1
코스개관: 스키장 골드코스 등산로입구-목장길쉼터-철쭉오름쉼터-골드정상쉼터-스키장 가로지르기-드레곤파크-발왕산정상-용산리 (9:40~15:00)
잘 자고 아침 신샘이 끓여주는 굴떡국 먹고 셋은 스키복장으로 난 등산모드로 일단 체크아웃.
셋이 다른 곳인데 색은 똑같은 파란색이다.
날 골드코스 등산로까지 황샘이 태워다주고 갔다. 정상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고....
골드코스 등산로는 초입 급경사 지나고 나니 임도성 길이 나오고 전반적으로 길이 순하다.
약수터 지나고 본격적으로 등산로로 올라가니 경사도 쎄지고 잘못 밟으면 발이 빠진다. 위로 올라갈 수록 눈이 덮인 곳이 많다.
스패츠까지 꺼내 했다. 어디냐고 전화가 왔다.
빠지고 미끄러지고 올라가니 골드코스 슬로프와 만난다. 등산으로 올라온 나를 외계인 보듯 한다. 민망타.
골드코스 지나 산길로 가는데 이곳은 러셀이 더 안 되어 있다.
가다 산악자전거 코스라는 띠가 둘러져 있다. 그래서인지 길이 평탄한 편.
여기서 다시 슬로프와 만나 슬로프를 가로질러 산으로 붙는데 여긴 러셀이 더 안 되어 있다.
겨우겨우 올라가 등산로와 만나는데 올라가는 길도 잘못 디디면 푹푹 빠진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드레곤 타워가 있는 슬로프에는 들어섰는데 멀지 않는데 이 길을 치고 올라가는데 정말 힘들었다.
스키어들 피해 겨우겨우 정상에 올라가니 배용준이 보인다.
타워에 들어서 전화하고 잠시 앉아 있으니 신샘이 곤도라에서 내린다.
시간 약속 하지 않았는데 기가 막히게 만나 신기해 하며 점심 먹고 한참 쉬었다.
이제 나이 먹어 스키 많이 못타겠다 셋이 엄살이다. 빙판이 많이 슬로프가 좋지 않아 타기 나쁘다고....
등산로도 그닥 좋지 않다. 원래는 실버코스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스키장 등산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발왕산 정상에서 정상 등산로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 지점인 용산리로 태우러 온다고 한다. 천천히 내려올테니 스키 많이 타라 하니 빨리 내려오는게 도와주는 거라나? ㅎㅎ
사진 같이 찍고 헤어졌다.
슬로프 사면에는 상고대가 피어 하얀데 막상 등산로에는 정상 주변에만 상고대가 보인다.
덕유산보다 멀게 느껴지는 소박한 발왕산 정상.
이곳에서 용산리 하산코스는 다행히 러셀이 되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헌데 중간 중간 발자국이 끊인 곳이 자주 나오고 잘못 디디면 푹 빠지는 곳도 나오고 길도 희미한 곳이 있어 조심스럽다.
사람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최근에 올라온 사람이 없는것 같다.
올 겨울 산행 중 러셀 처음 해 보았고 상고대도 처음으로 보았다.
2.9IK 라는 용산리 코스는 생각보다 아주 길었다.
산행 끝날 무렵 뭔가를 채취하는 한팀을 처음 만났다.
점심 먹고 1시경 출발했는데 하산하니 거의 3시.
아이젠 한짝이 없어져 버렸다. 언제 버리나 고민했는데 잘됐다 싶다.
여기서 찻길까지 걸어 나가는데 눈이 녹아 언곳도 입고 물구간도 있고 아주 안좋다.
차가 들어올 수 있는 다리에 도착하니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노느니 걸어나가는데 팬션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
곧 우리차 만나 타고 나가는 길은 알펜시아 리조트를 지나는데 유럽처럼 건물이 아름다운데 여기도 눈이 없어 아주 이상하다고....
횡계 홍샘 집에 가 홍샘 픽업하고 출발하는데 고속도로 하행 길이 정체가 심하다.
새말에서 나가 단골로 가는 광암막국수집에 가니 여기도 사람들로 버글거려 30여분이나 기다려 막국수와 수육을 겨우 얻어먹고 출발하려는데 신샘이 문턱을 제대로 못 봐 넘어지며 발목 염좌. 많이 아파한다.
응급처치 해 주고 발 올려놓고 운전은 홍샘이 국도로 오는데 싱거운 소리를 어찌나 해 대는지 아픈걸 잊을 정도다. ㅎㅎ
많이 막히지 않고 길음역에 내려주어 4호선 한큐에 타고 집에 오니 9시 경.
이덕 저덕에 스키장에 가 스키는 타지 않고 등산을 했다.
내년 스키장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땐 나도 스키를 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