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다시 땅끝에서 시산제 지내기 (계라리고개-작천소령, 4/21)

산무수리 2013. 4. 22. 15:58

은산철벽(銀山鐵壁) - 오세영(1942~ )

까치 한 마리

미루나무 높은 가지 끝에 앉아

새파랗게 얼어붙은 겨울 하늘을

엿보고 있다.

은산철벽(銀山鐵壁),

어떻게 깨트리고 오를 것인가.

문 열어라, 하늘아.

바위도 벼락 맞아 깨진 틈새에서만

난초 꽃 대궁을 밀어올린다.

문 열어라, 하늘아.

눈 내린 산은 은색으로 가득하고 꽁꽁 얼어붙은 하늘은 강철 같아서 칼날이라도 닿으면 쩡쩡 울 것 같은 혹한의 겨울. 미루나무 우듬지에 앉은 까치 한 마리 견고한 은산철벽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어떻게 이 팽팽한 하늘을 깨트리고 오를 것인가. 단단한 바위도 벼락 맞아 깨진 혹독한 시련의 틈새를 뚫고 난초 꽃 대궁을 밀어올리는 법이니…. 마침내 시인은 외친다. “문 열어라, 하늘아”라고. 모두가 절벽이라고 말할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길은 열리고 시작된다. 한 해를 또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마음이 이러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초에 오세영 시인을 만났을 때, 하느님이 인간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지으셨는데 세상은 왜 말로 만드셨는지 아느냐고 하문한 적이 있다. 없는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말로써 질서를, 존재를 부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언어, 세계를 창조하는 언어. 그렇다면 최초의 시인은 하느님이다. 시인은 그런 존재다. 은산철벽의 문을 열고 꽃 대궁을 밀어올리는 혹은 맨 처음의 질서와 존재를 부여하는.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산행일: 2013.4.21 (일)

코스개관: 계라리고개-학동고개-헬기장-첨봉-475봉-작천소령-주작산휴양림

멤버: 당나귀 11명, 게스트

날씨: 산행 하기 참 좋았던 날

 

시산제가 작년에 비해 늦어졌다.

호남을 끝내고 다시 땅끝으로 와 구간이 짧은 코스를 당겨 한다고 했다.

버스가 헐렁하다. 까멜은 호주 연수를 갔고 지난번 왔던 사람이 셋이나 안왔다. 참 할 말이 없다.

군산 휴게소에서 쉬고 산행 기점에 도착하니 10시반이 넘은 시간.

회장님 관계가 4분이 기다리고 계시다. 그중 2분은 옛날 황금송산악회 시절 함께 대간을 하신 분이라고 한다.

이쪽이 고향인 분들인데 신년산행에도 오셔서 비싼 저녁을 쏘셨다고... (나? 얼굴 다쳐 못 감)

지도를 보고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 보지만 결론은 휴양림 하산.

오늘 경림씨 친구가 거의 2년 만에 참석.

 

 

 

 

 

 

 

 

 

초장 올라가는 시멘트길이 어찌나 급경사인지 코재 같다 웃었다.

선두는 휘리릭 가버리고 하니3총사는 바쁜 와중에 나물 뜯는다 바쁘다. 난 내몸도 건사하기 힘든지라 나물과는 안친하다.

새신자가 회장님과 나물을 뜯는다고 뒤로 처졌다. 나물뜯는 3총사를 겨우 쫓아가는데 총무님이 백하고 계시다.

회장님이 그새 알바를 하셨다고 찾으로 간단다.

묘지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꺾어야 하는데 직진 하신것 같다.

오늘 길, 땅끝으로 돌아온걸 일깨우듯이 정말이지 그지같다. 푹신한 호남길이 생각 많이 난다.

이곳을 분명히 지났을텐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산행 후 산행기를 보니 밤에 얼떨결에 후미에서 쫓아간 길에 혼자 뒤쫒아 간 길인데 후미대장이 길을 잘못 들어 알바한 그 길이다. ㅎㅎ

오늘 첮번째 정상인 북덕산에 올라가보니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사진을 찍어 주신다.

사진 찍고 후미는 언제 올지 몰라 그냥 진행 하기로 했다.

 

 

 

 

 

 

 

 

 

 

 

 

길 한번 만나고 고개 같은 곳 한번 지나고 거의 1시가 다 되가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다행히 후미가 곧 도착.

게스트 2분은 앞에 가버리고 뒤의 2분은 안 보이고... 알아서 오신다고...

맥주가 녹지 않아 안타까워 하는 이대장.

11명 밖에 되지 않아 오손도손 둘러앉아 조촐한 점심 먹기. 그리고 출발.

 

 

 

 

 

 

 

 

 

 

 

 

 

 

 

점심 먹은 곳에서 고개 지나고 조금 더 진행하니 나오는 헬기장.

첨봉까지 가는 길도 뭐 그리 좋지는 않다. 아무튼 이쪽 길 생각나는 곳이 거의 없다.

처음 온것 같은 이 낯설음은 뭔지...

중간 간벌해 놓은 임도 지나고 중간에서 올려쳐서 나온 헬기장, 헬기장 지나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첨봉.

첨봉은 전혀 뽀족하지 않은데 왜 첨봉인지. 이곳이 화원지맥 갈림길이라는 표시. 이거 보면 회장님 또 화원지맥 한다고 하니 감춰야 한다는 총무님.

이곳 첨봉인 보기엔 이래도 풍수지리적으로 완벽한 장소라고.

 

 

 

 

 

 

 

 

 

 

첨봉지나 작천소령을 향해 가는 길. 멀리 덕룡산 암릉과 진달래가 우리를 손짓하는데 우린 갈림길만 지나간다고....

덕룡산 갈림길에 오니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다. 비로서 명산에 온 느낌이다.

원래 작천소령까지 길이 넓어져 차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게스트의 말씀인데 오늘 차가 너무 많이 못 올라온다는 전언.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덕룡산 갈림길에서 주작산 정상까지는 제대로 된 등산로에 사방 어디를 봐도 끝내주는 조망.

행복해 하면서 마음 바쁜 사람들에게 길 양보 해 가면서 열심히 가기.

주작산 정상은 협소하지만 조망은 그만. 이곳에서 고구마를 얻어 먹었는데 그야말로 꿀맛이다. 우리팀 것인줄 알았더니 현지인에게 얻은거라고...

알고보니 아침에 인사한 게스트.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나 보다. 2분은 후미에서 산행하다 되돌아가 휴양림으로 오신다고...

한참 놀고 후미 오는것 보고 확인하고 휴양림 향해 출발.

 

 

 

 

 

 

 

 

 

 

작천소령이 어딘가 했더니 와보니 확실히 알겠다. ㅎㅎ

주작산 정상에서 바로 휴양림 하산하는 길도 있고 작천소령에서 하산하는 길이 있다. 우리는 땅끝을 따라 하산하니 작천소령까지 내려가 휴양림으로 하산.

 

 

 

 

20여분 내려가니 휴양림 주차장. 버스를 보니 이 산이 명산은 명산인가 실감이 간다.

우린 주차장 바로 옆 숲에서 시산제 준비하기.

 

 

 

 

 

 

 

조촐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놓고 시산제 지내기.

시산제 지내고 신천씨의 솜씨로 돼지머리 해체하기. 나물을 직접 집에서 해 온 경림씨 덕분에 집에서도 먹기 힘든 맛좋은 나물 먹기.

저녁을 생략하는줄 알고 고기에 떡에 전에 나물에 과일까지 한바탕 먹고 났는데 해남 시내에서 칼국수를 먹는다고... 헐~

 

 

 

 

 

둘이 1인분만 시키면 될것 같은데 굳이 16인분을 시켰다.

결론? 먹다 먹다 남겼다.

팥칼국수는 싸 가지고 가서 불어도 먹을 수 있는데 바지락칼국수파 이대장이 남기고 가면 안된다고 칼국수도 쌌다.

휴게소에서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데 다들 배가 너무 불러 배를 끌어안고 잤다.
아침을 굶었는데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칼국수 싸 간 이대장 어찌 먹었을라나..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