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7.24~25, 제천 여행)
피아노 연습곡 하농 - 남궁선(1973~ )
철조 담장에 장미 가시가 상해 가는 오월
장미 넝쿨 길 따라 집으로 간다
잠원역 화장실 변기에 점심 도시락을 쏟아 붓고
아파트 단지를 벌써 여섯 바퀴
담장이 피로 물드는 맑은 오후
엄마 담은 가방이 무거워 학교에 갈 수 없지
도미파솔라솔파미 레파솔라시라솔파 미솔라시도시라솔
창밖으로 하농이 흘러나오고
코피가 장미 넝쿨처럼 쏟아지고
머리를 숙인 채 붉은 길 그리며 간다
(중략)
박자를 잃어버린 검은 건반 하얀 건반
엄마의 속삭임은 메트로놈
엄마 담은 가방을 분실물 센터에 접수하고
장미 넝쿨 무럭무럭 자라는 철조 담장 뒤에서
머뭇거리는 오후의 아이를 뱄네
오후의 아이는 나를 찢고 지지고 침을 뱉고
바람이 아이들을 몰고 가 장밋빛 구름을 만드네
후두둑, 맑은 날 비가 오던 날
음계가 빗물을 따라 하얀 건반 검은 건반
웹서핑하다 혹여 이 시를 읽게 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 여러분! 아무리 ‘메트로놈’처럼 고지식해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시지 마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 몸이 약해 코피가 나면 전전긍긍하지 말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세요. 담장도 넘지 마세요. 이 시에서 말하는 ‘바람’이나 ‘장밋빛 구름’ 이거 다 한철입니다. “오후의 아이를 뱄네”에서 이상한 생각 같은 거 떠올리지 마세요. 오후 내내 놀았다는 뜻입니다. 부모님 속 썩이면 후회하면서 나중에 이런 시 쓰게 됩니다. 그래도 시는 좋죠?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7.24 (수)
철사모 1박 여행으로 잡은 날. 청풍 협찬으로 콘도를 빌려주기로 했었다.
헌데 날을 잡고 보니 영양가 없는 사람들이 공적인 약속이 있다고 해 다시 날을 잡았다.
청풍한테 미처 연락을 못했는데 24일 예약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혹시 변경 가능하냐고 해 보니 8월 예약은 안 된단다.
취소하자니 너무 아까워 일단은 놔 두기로 했다.
멤버 모집을 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다. 혹시나 해 여재뭉에게 연락하니 시간은 된다고....
부모님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젠 힘드셔서 차 타고 가는 것도 못 가신다고.
둘이 가긴 너무 아까운데 마침 푸르름이 시간 된다고 해 셋이 가기로 결정.
조퇴를 하고 분당으로 가 여재뭉 차로 출발.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 먹고 2시반 경 리조트 앞에서 푸르름과 만나 체크인.
욕심 같아서는 족가리봉 코스를 가고 싶었으나 여재뭉이 2일 산행은 아무래도 무리인것 같아 정방사까지 찻길로 다녀오기로 하고 출발.
비가 많이 와 계곡 물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여기 계곡이 이리 좋았던거야?
설악 부럽지 않다 감탄하며 올라가는건 좋은데 물이 넘쳐 중간 길이 물에 잠긴 곳이 있어 결국 신발이 젖어 버렸다.
정방사 올라가니 불교신자인 여재뭉은 열심히 절을 한다. 절 하는게 좋다고....
둘러보고 사진 찍고 잠시 앉아있다 내려왔다.
콘도 산책로를 산책하는데 수영장이 개장을 해 경치가 멋지다.
여기 저기 구경하고 놀다 저녁 해 청풍 들어와 함께 저녁 먹고 이바구 나누다 청풍 퇴장.
내일 어디 가냐고 해 동산 가보고 싶다 하니 그쪽 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청풍.
도락산, 동산, 제비봉, 구담봉, 옥순봉을 염두에 두었는데 동산이 젤로 가고 싶었다. 싱크로율 90%라는 남근석도 궁금하고....
우리도 졸려 얼른 잤다. ㅎㅎ
7.25 (목)
부지런한 푸르름이 일찍 깨 우리가 안 일어나 기다리는 눈치다.
6시 일어나 밥 하고 국 끓어 아침 먹고 처음 오는 여재뭉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 찍어 주기. 그리고 출발.
어디로? 동산으로?
인테넷을 찾아보니 애기바위 능선이 험하고 길다고 해 장군봉 코스를 가기로 했다.
마을 초입에서 주차를 물어보니 위 저수지에 주차장이 있다고 해 차로 올라와 저수지 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무암사 방향으로 한참 걸어올라갔다.
애기바위 능선 등산로 초입을 통과 해 조금 더 올라가니 장군바위 능선길이 나온다.
경사를 급게 올려치긴 하지만 그래도 갈만하다 싶었는데 밧줄 구간이 자꾸자꾸 나오더니 한곳은 경사도 급하고 물이 흘러 미끄럽다.
푸르름이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여재뭉은 올라가다 도저히 못 가겠단다. 억지로 올라갔다 더 험한 곳이 나올 수도 있고 운전도 해야 하는지라 아쉽지만 하산.
무암사에서 남근석이라도 보러 가자.....
장군바위 올라가는 길이 위에 한번 더 있는데 계곡이 여기도 넘친다.
포기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남근석 가는 길이 나오는데 길이 순하다.
다행이다 하면서 계곡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급경사 계단길이 나온다. 이 계단을 1등으로 올라가는 여재뭉.
헌데 올라가면 끝인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바위를 한번 더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니 남근석이 보이는데 사진에서보다는 크기가 작다.
오히려 남근석 뒤 능선의 바위가 멋지다. 장군 얼굴처럼 보이는 장군바위다.
간식 먹고 푸르름과 난 아쉬움으로 남근석 능선을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와 하산.
무암사는 여전히 단아하고 조용하다.
진도개가 처음에만 짖더니 심드렁하다.
여재뭉 열심히 절하고 우리는 설렁설렁 구경하니 스님이 다음에 또 놀러 오라신다. ㅎㅎ
차 있는 곳에 걸어 내려가는데 나비 한마리가 여재뭉 모자에 앉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길에는 귀뚜라미와 메뚜기들이 높이뛰기 경쟁중이다.
멋진 느티나무에서 사진 찍고 출발.
금성면에서 전에 한번 먹었던 약채밥집에서 나물정식 2인분으로 3인이 충분하게 먹고 출발.
어느새 푸르름이 계산도 했고 옥수수 한자루까지 사서 준다. 친정 언니같다.
밥 먹고 헤어져 논스톱으로 평촌까지 배달해 주고 여재뭉 퇴장.
대학때 부산 여행 친구네와 함께 했고 10여 년 전 도치들 데리고 일본 여행 다녀온 후 처음 동생이랑 여행인것 같다.
운전을 내가 하면 좀 더 편리할텐데. 퇴직이 결정되면 제일 먼저 운전 연수를 받아야 겠다.
헌데 앞으로 몇년은 더 일해야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