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사모 시청과 경복궁주변 답사 (2/18)
<우수(雨水)>
나종영
선암사 해천당 옆에
수백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목어(木魚)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부스럭 누군가 밑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맑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 덕수궁
추운날이었다. 11시에 덕수궁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시각 수문장 교대식을 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남의 나라 못지않은 멋진 모습이었다.
덕수궁 후문쪽 처음 보는 건물이 보였다. 돈덕정이라는 건물로 예전 건물을 복원한 것이라는데 이씨 왕조를 상징하는 배꽃 무늬가 보였고 안에서는 왕실 조명전을 하고 있는데 볼만했다.
광화문 빌딩 안 깡장집은 없어졌고 덕수궁 바로 옆으로 이전했다는데 이름만 같은집.
주인장 혼자 운영하고 서빙은 셀프. 아무튼 깡장에 상추쌈 싸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을 갔다. 몇년 전 와 보고 오랫만인데 전혀 그때 느낌이랑 다르다.
입장료도 없고 마침 시간이 해설을 해 주는 시간과 맞아 여기서도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 감상.
한쪽에서는 민중작가 느낌의 작품과 천경자 100주년 전시회가 열리는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데 남미의 풍경과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쉬어 가기로 해서 전광수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씩 마시고 철모 오라방이 어느새 섭외 해 오늘 출석부를 찍었다.
작가끼리 통한다나 뭐라나? ㅎㅎㅎ
그 다음 들린 곳은 홍난파 생가. 전에는 밖에서만 봤는데 들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홍난파 손자분이 해설을 해주고 계셨다. 오늘 우리가 첫 손님이라며 반겨주시고 기념촬영도 해 주시고 우리가 열심히 들으니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홍난파가 이렇게 많은 작곡을 했는지 정말 몰랐다.
생가에서 나와 간 곳은 권율장군 집터라는데 지금은 은행나무만 있고 생가터는 능라밥상이라는 북한 음식점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점심을 고려했다는데 가겪이 쎄다는 여산.
집터 바로 앞 이름도 생소한 딜쿠샤.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란 뜻이라는데 AP통신원인 엘버트 테일러 가족이 살던 집이라고. 테일러 가족은 한국에서 광산채굴과 사업을 했는데 일본에 의해 추방당했고 독립운동 소식을 알리는 등 한국에 유리한 기사를 썼다고....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우당 이회영 기념관으로 6형제가 독립운동을 한 가문으로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최근 공개되었다고 한다. 한바퀴 둘러보고 저녁 먹기엔 일러 아웃 하기로...
경복궁역에서 당근사장께서 여산이 주문한 약재 달여먹는 포트를 전달하고 집으로~
다음 걷기는 3.12 (수) 예정.
날은 추웠지만 반가운 얼굴도 보고 의미있는 답사도 했던 보람찬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