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산행일기

사구회 남도여행 3 (수우도 은박산, 2/27)

산무수리 2025. 3. 4. 17:49

<삼겹살에 대한 명상> 

                                고영


여러 겹의 상징을 가진 적 있었지요
언감생심, 일곱 빛깔 무지개를 꿈꾼 적 있었지요
불판 위에서 한 떨기 붉은 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 적 있었지요

흰 머리띠를 상징으로 삼았지요
피둥피둥 살 바에는 차라리
불판 위에 올라 분신자살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지요
육질이 선명할수록 사상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거든요
달아오른 불판이 멀리 쏘아 올리는 기름은
발가벗은 내 탄식이었지요

몸 뒤틀리고 몇 번쯤 뒤집혀지고 나면
(제발, 세 번 이상은 뒤집지 마세요)
내 사명도 끝난 줄 알았지요
노릿하게 그을린 얼굴들이 참기름을 두르고 앉아
마늘처럼 맵게 미소를 주고받을 때
소원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은
저 말라비틀어진 살점들을 어찌할까요

어쩌다 간혹 안부나 물어봐주세요
그러면 나는 그냥
무지개를 꿈꾸다 죽은 한 마리 돼지의 어쩔 수 없는 옆구리였다고,
불판 위의 폭죽이었다고,
웃기는 돼...

 

코스개관: 삼천포 활어회 선착장-고래바위-신선대-백두봉-해골바위-은박산-선착장(오전엔 춥고 오후엔 따뜻함, 사구회 8명)

 

아침 일찍 일어나 일단 식당에서 충무김밥 포장을 했고 선착장을 찾으니 없는걸?

알고보니 활어회 센터 지나 작은배 한척이 다닌다.  우리 빼고는 2팀 정도만 탄것 같다.

선장이 대략 설명을 하더니 해골바위가 위험한데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실거냐고? 헌데 사고 나면 본인 책임이고 구조대 못 뜬다나?

아무튼 사량도에서 수우도 건너다 보긴 했지만 실제로 와 볼지는 몰랐다. 정규샘 추진력으로 수우도까지 가는데 동백아가씨 노래가 나온 섬으로 동백꽃이 많다고 해 내심 동백꽃을 기대.

 

 

새벽 배 안도 추웠지만 수우도 내리니 정말 춥다. 바람 피할곳을 찾아 배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일단 충무김밥 식기 전에 먹었다. 헌데 미영샘이 너무나 추워한다. 마침 경로당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커피까지 타 마시는 동안 상곤샘은 일출 찍을 욕심에 산으로 가 도시락을 배달 해 주어야 했다.

 

 

고래바위는 멀리서 날등이 고래처럼 보이는 곳인데 상곤샘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해가 퍼지며 추위는 좀 가셨다.

고래바위에서 이런 저런 사진을 싫컷 찍고 출발.

 

 

고래바위 지나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멀리 나무 거의 없는 봉우리가 보이니 계속 상곤샘을 놀리는 여산. 둘이 주거니 받거니 입씨름을 즐겁게 듣고 고관절 아픈 곽샘은 아예 돗자리를 들고 와 짬짬히 펴서 눕다시피 쉬곤 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해골바위인데 네명은 해골바위 다녀오고 넷은 은박산 정상으로 가기로. 나도 고민하다 언제 여길 또 올까 싶어 일단 욕심을 내 해골바위로 가자~

 

 

출입금지 현수막 뒤로 내려가 배낭을 내려놓고 가는데 스틱도 하나만 들고 왔고 신발도 경등산화라 조금은 염려가 되었다.

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바닷가에 선지같이 구멍 뽕뽕 뚫린 바위가 보이는데 처음엔 겁이 났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보는건 더 후회가 될것 같아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막상 경사가 내려다 보는것 보다는 낫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한팀이 명당 자리를 잡고 놀고 있다. 우리도 이런 저런 사진 열심히 찍고 다시 되집에 올라와 은박산으로 출발.

 

 

선두는 진작 은박산 정상에 도착했고 우리도 부지런히 가느라 갔지만 많이 늦었다.

여기서 물 부어 발열 도시락을 조리 해 먹는데 물을 쏟고 난리도 아니다. 한바탕 쏘 하고 무사히 점심을 먹고 막 일어서는데 반대편에서 현지인이 올라오는데 이곳 이장님이라고...

인간극장에 나왔는데 노모 모시고 들어와 살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는데 등산로 손도 볼 겸 해 올라 오는 중이라고.

왜 동백이 안 피었냐고 하니 가문데다 날이 추워 그렇다고 비가 내리면 많이 필거라고. 멀리서 보면 정상이 은빛으로 빛난다던가? 그래서 은박산이라던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 같이 사진까지 찍고 헤어졌다.

 

 

정상에서 하산길이 다소 험한 편. 길을 정비 했다는데도 편안한 길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하산해 드디어 바닷가가 나오고 돌아돌아 가니 선착장이 나오는데 여전히 춥다.

혹시나 해 경로당에 들어가려니 할매들이 들어오면 안 된단다.

배 들어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는데 곽샘 부부는 노느니 수우도 들어오는 배가 사량도 들렸다 다시 태우러 온다고 그 배 타고 갔다 온다고.

 

 

노느니 설운장군 사당도 잠시 들렸고 특이한 집 한채가 보였는데 여기가 이장님 댁이라고. 그리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이 보이는데 여름에만 운영 하는건지 지금은 문이 굳게 닫혀있다.

대기실이 추워 다들 배 타는 곳 햇살에서 배 기다렸다 타고 그 섬을 떠났다.

 

 

저녁으로는 멸치회무침을 먹어야 한단다. 사구회 멤버 중 곽샘이 제일 고집이 쎄다던가?

활어회 센터 들려 회는 못 하고 이번 여행에 참석 못 한 명숙샘, 정사부 줄 디포리 사고 멸치회는 마침 식당에서 팔아 매운탕과 함께 포장해 휴양림으로 와서 맛있는 멸치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었고 주립대 장학생들은 오늘도 주님을 영접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