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얼음꽃을 만나다 (도선사~산성입구, 3/3)
<눈 오는 저녁>
김소월
바람 자는 이 저녁
흰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今年)은......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날런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눈은 퍼부어라
코스개관: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도선사-용암문-시단봉-대동문-중성문-대서문-산성입구 (둘, 새벽 내린 눈이 녹으며 얼음꽃이 핀 풍경을 만나다)
오늘은 미녀삼총사가 되려나 했더니 장공주가 급한일이 생겨 못 오신다고... 명화도 온다더니 못 온다고 해 원래 계획대로 북한산을 가기로 했지만 넘버4 무리하지 않게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올라가기로....
새벽까지 눈이 비가 되어 내리다 다행히 그쳤다. 우이동에서 도선사 올라가는 길도 사실 만만치 않고 경사도 은근히 쎈편. 올라가다 스틱, 무릎보호대 다 하고 올라갔다.
도선사는 여전히 성업중이고 여기저기 공사중.
예상대로 등산로는 눈이 덮혀있어 설경이 멋지다. 하산하는 사람들은 아이젠을 하고 있지만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올라갈만 하다.
해가 나면서 낙수가 아닌 낙설을 맞아가며 올라가는데 나무들이 햇볕을 받아 반짝 거린다. 처음엔 이게 뭔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눈이 녹으며 나무에 얼음이 씌워져 있고 고드름도 달려있어 환상의 경치를 보여주는 것.
산에 수십년 다녔지만 이런 경치는 또 처음이다.
행복해 하며 사진도 찍어 보지만 성에 차진 않는다. 아무튼 쉬고 간식도 먹고 용암문에 무사히 올라서니 문에도 고드름이 달려있고 바닥은 빙판이다.
인증샷 하고 대동문을 향해 출발.
산성 안으로 들어서니 성밖 나무에는 얼음꽃이 피었고 상안 나무는 눈꽃을 피웠다. 날씨도 개어 조망도 햇살을 받아 근사하다. 그리고 산성을 끼고 걸으니 의외로 햇살이 좋아 눈이 거의 없어 아이젠 하지 않고 다닐 수 있어 좋았다.
동장대는 공사중이라고 막아놓아 뒷쪽으로 길게 돌아가는데 군데군데는 녹아 진창이다. 대동문 가는데 산성 끼고 시단봉으로 올라섰다 내려서는데 눈이 있어 여기서 아이젠 착용.
무사히 대동문 찍고 바로 아래 쉼터에 앉아 2차 간식 먹고 출발.
하산길은 아이젠을 하기도 빼기도 애매하다. 일단은 아이젠 하고 내려서는데 절이 나타나고 계곡 건너 포장도로 만나는 곳에서 갑자기 넘버4 허벅지에 쥐가 난다고.
일단은 아이젠 빼고 물에 씻고 무릎보호대도 빼고 하산을 계곡길이 아닌 포장도로로 가기로....
군데군데 눈이 남아있어 스틱 도움을 받아가며 포장도로로 하산하니 조금 더 길긴 했지만 대서문을 만날 수도 있고 나름 장점도 있다.
무사히 하산해 넘버4가 강사비 받았다고 맛있는거 사 준단다. 헌데 이쪽으로 하산하면 숙이네 막전을 먹어야 한다.
막전과 칼국수, 맥주 시켜 맛있게 먹고 막전은 남아 포장을 했고 그집 카페에서 몸이 좋은 쌍화차 마시고 셔틀로 운행하는 704번 버스타고 구파발에 가니 전철도 구파발 출발이라 널널하게 앉아서 집으로~
다음 산행은 3.8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