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오서산 종주 (4/20)
<쑥>
류인채
묵은 독감을 떨치고 일어서니 입이 쓰다
혓바늘이 돋은 봄날
첫비에 쑥쑥 올라온 봄의 혀끝들
봉투를 뜯듯 봉합된 초록이 풀리고 있다
쓴물을 머금은 눈빛이 분주하다
또박또박 쓴 봄의 필체에 손톱이 쑥빛이다
군데군데 탈자처럼 사라진 흔적,
누군가 속독으로 들을 읽었다
노파의 무릎이 떠난 영감을 찾듯
찔레넝쿨 사이 봄의 주머니를 뒤집는다
가시에 찔리며 그 모가지를 찾아낸다
주워담은 밭두렁이 한 소쿠리다
쑥이 뜨겁다
그 기운으로 들판이 다 녹았다
코가 뻥 뚫리고 생각의 어혈이 풀린다
코스개관: 보령 성연마을 주차장-시루봉-오서산 정상-정암사-홍성 상담마을 주차장 (아침엔 쌀쌀 한낮은 쾌청, 당나귀 6명)
4월 3주 산행은 충남 오서산. 서대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라는 작가님. 회장님이 안양으로 오셨는데 오늘 총무님이 지각. 웬일이니...
차 두대 나누어 타고 출발 해 홍성 휴게소에서 총무님이 손수건을 나누어 주신다.
뭐지? 지난주 가족들과 울릉도에서 독도를 다녀왔다는데 배에서 3천원에 산 스카프가 독도기념관에서는 2천원이었다고...
그래도 우리가 받은 손수건은 독도 다녀온 거니 다르다 했다. ㅎㅎㅎㅎ
커피와 호두과자 먹고 광천ic로 나왔는데 홍성에 벚나무가 많다. 조금 일찍 왔다면 벚꽃 구경 잘 했을것 같다.
천변 벚꽃길 지나는데 계속 오서산 주차장이 나온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 차 대는데 산불감시요원이 여러명이다.
회장님 차 대고 총무님 차로 이동하는데 온 동네가 새우젓 가게. 이 많은 새우젓을 어디서 잡냐고 진짜 국산 맞냐고 총무님 걱정이다. 아무튼 양쪽 거리가 꽤 멀고 철길을 두 번 건너고 김좌진장군 묘역도 지났다.
산행 기점은 보령이다. 여긴 한갖지다. 차 대고 출발.
오서산이라 까마귀가 반기고 마을은 꽃피고 양지바르고 살기 좋은 마을같다. 임도를 가며 회장님이 찔래순을 따 주셔서 처음 먹어 봤는데 상큼한 맛이다. 임도를 거의 2키로 오니 드디어 등산로. 우리 올라서는데 막 한팀이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이 팀 밖에 못 만났다.
여기서 시루봉이 거리는 가까운데 계속 급경사 오르막이고 조망도 별로다. 사실 이 코스는 종주 하는 사람 아니면 잘 안 오는 코스라고...
시루봉에서 선두 만나 차와 빵으로 허기 면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
시루봉 지나니 등산로도 좀 완만 해 지고 조망이 보이기 시작. 진달래도 남아있고 제비꽃이 아주 많이 피어있다.
그리고 멀리 운해까지 보여준다. 우와~
억새가 유명한 산이니 큰 나무는 별로 안 보인다. 한참만에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며 사방이 트이고 억새 없어도 멋있기만 하다. 아쉬운 점은 오늘 시계가 좋지 않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정상은 땡볕이다. 인증샷 하고 조금 더 진행 해 그늘에서 점심 먹고 출발.
헌데 한참 진행하니 정상석이 또 있다. 아까건 보령거 여긴 홍성거. 홍성쪽이 정비가 잘 되어있고 조망도 훨씬 낫다.
홍성엔 도청소재지가 있어 그럴거라는 회장님.
보령 정상보다 더 큰 전망대가 있어 우리도 사진 찍고 출발.
홍성쪽 산길에는 데크도 많이 설치되어 있고 잘생긴 소나무도 많다. 데크가 깔려 무릎에는 안 좋을지 모르지만 일단 걷기엔 좋고 산길도 정비가 되어 보인다. 돌탑 위에 웬 오리가 올라 앉아 있으니 오서산의 오가 오리라고 주장하는 회장님. ㅎㅎ
아무튼 즐겁게 하산하며 간식도 먹고 내려오니 정암사 어여쁜 절이 나온다.
잠시 물도 얻어 마시고 가파른 포장도로를 내려가는데 다행히 등산로르 다시 만나 무사히 하산하는데 마을에 유난히 꽃들이 만발이다. 꽃구경 하며 내려오니 상담마을 주차장.
저녁 먹기 너무 이르다고 안양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해서 일단 총문님 차 회수 해 출발.
회장님 네비는 고속도로로 안 올리고 국도로 계속 안내를 한다. 이렇게 가면 안양 가기 전 당진 우렁이정식을 먹자는 작가님. 처갓집 동네라 잘 아신다.
윤호씨랑 통화 해 그 차는 서해안에서 다시 빠져나와 옛날 우렁이식당에서 우렁이 정식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잘만 넘어간다. ㅎㅎㅎ 총무님이 오늘 계산까지 해 주셨다. 밥 잘 먹고 출발하는데 회장님 차는 끝까지 국도로 안내 해 톨비 안 내고 무사히 농수산 도착. 총무님 차는 차에서 소리가 나 겁이 나 속도를 내지 못 했다고....
당구 치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내일 출근하는 청춘이 둘이나 있으니 여기서 해산.
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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