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일기장

철사모 고성 여행 1 (4/28~29)

산무수리 2025. 5. 5. 19:31

<우리의 얼굴> 

                    김중일

우리의 얼굴을 이야기하려면
등을 이야기 안 할 수 없겠습니다.
뒤돌아서서 멀어져가는 상대의 등을
응시할 때,
우리의 얼굴은 비로소 완전히
정직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얼굴이 이 계절 한장의 잎이라면
그 뿌리는 두 다리도 배꼽도 가슴도 아니라
등에 묻혀 있습니다.
등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는
돌아가는 내 등을 바라보는 너의 솔직한 얼굴이 
궁금했습니다. 너의 첫 눈빛은
내 등 위로 홀씨처럼 날아와
내 등 속에 뿌리내리고
내 목을 곧게 뻗어올려
내 얼굴을 피우고 표정을 뿜어냈습니다.
내 얼굴 위에 벌과 나비와
마땅한 이름 없는 날벌레처럼
눈 코 입 귀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사람의 시간으로는 평생을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눈 코 입 귀가 날아가는 곳은
길섶 철쭉 같은 불길 속입니다.
내 얕은 얼굴로는 다 못 받은 너의 슬픔이
번번이 넘칠 때마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울었습니다.
울컥 흘러넘친 얼굴을 ...

 

 

해마다 이맘때 수산나 생일을 핑계로 천리포 수목원을 갔다. 올해는 수산나 사위가 숙소를 예약 해 줄 수 있다고 해 날을 잡았다 나의 오카리나 공연이 갑자기 당겨져 날짜 변경하는 생쑈를 한번 했다.

10시 평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수산나네가 너무 일찍 도착 해 개 당황. 옷도 안 갈아입었는데 헐레벌떡 준비하고 차 한잔 마시고 평촌으로 리사, 여산 태우고 출발.

수산나는 수박, 파인애플을 얌전하게 썰어서 컵과 포크까지 준비 해 왔다. 올해 처음 먹는 수박이었다.

점심은 양양시장에서 먹자 했고 오라방이 감자 옹심이 먹자 해서 메뉴 결정

 

- 양양시장

 

 

휴게소 한번 들렸다 양양시장 도착.

시장 안 유명해 보이는 식당이 있어 들어가 감자옹심이 세트 메뉴와 메밀전을 시켰는데 다 맛이 좋았다.

잘 먹고 주문진항으로...

 

- 주문진항

 

 

주문진항 어시장 수산나 친구의 지인이 하는 단골 횟집이 있다고 한다. 6명이 먹을 회를 7만원어치 주문했다는데 뭔가 무지 많다. 근처에서 매운탕용 야채 사고 수협마트에서 쌈, 마늘, 고추 등을 사고 산양 추천 아들바위 공원으로....

 

- 아들바위 공원

 

주문진에서 지척인 소돌항 아들바위는 남존여비 시절에는 여기에 다녀가면 아들을 낳았다던가? 지금은 딸이 더 좋은 세상이라 시대정신에 좀 어긋나긴 하지만 아무튼 바위 자체는 특이했다. 과거엔 군사시설로 출입이 안 됐을 거라는데 인도네시아 처자들도 와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어 잉글리쉬 티처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소돌항 한바퀴 돌고 숙소 가기 전 휴휴암 들렸다 간다고....

 

-휴휴암

 

 

휴휴암도 처음 가보는 곳인데 불사를 어마어마 한 영업 절 분위기가 물씬 나긴 하지만 터는 정말 좋았다. 특이한건 방생 물고기를 파는 곳이 있다. 그리고 여긴 향어가 모인다던데 오늘은 퇴근시간이 지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 절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고 천수관음상도 계시다. 한바퀴 돌아보고 이젠 진짜 숙소로 출발~

 

- 고성 소노 델피노 

 

 

콘도 방 배정 하는 곳이 10층이고 바로 앞이 뷰가 좋은 카페인데 평소에는 창가 자리 앉기 힘들단다. 우리 방은 4층으로 옆동이라고.. 숙소로 가는데 콘도 앞, 뒤가 골프장인데 뷰가 끝내준다.

이 콘도는 울산바위 바로 뒤로 구름에 가렸던 울산바위가 해질녘에는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이쪽에서 울산바위를 보는것도 처음인것 같다.

 

부지런하게 리사는 매운탕 끓이고 수산나는 야채 씻고 밥 안치고 산양과 오라방은 막걸리 사러 가더니 영 안 온다.

나중에 알고보니 길을 잘 못 찾아 헤매다 산양 친구가 건설인 행사가 여기서 하고 있다고 서로 깜짝 놀란다.

우린 매운탕 끓이고 푸짐한 회 펼쳐놓고 오라방이 들고 온 코냑을 땄는데 좋은 술을 잘못 보관 해 콜크가 술에 빠지는 불상사. 대충 먹을 수 없고 입에 콜크 찌꺼기가 들어가 커피 필터로 술을 걸러서 먹는 생쏘를 한번 했다.

수산나 생일 축하 해 주고 거의 다 먹었는데 산양 친구 둘이 오더니 한명은 휴대폰 놓고 왔다고 핑계대고 도망가고 한 친구만 앉아서 한잔 더 마시고 퇴장. 헌데 산양은 바로 취해서 방에 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헐~

회는 먹다 먹다 남아 남은 밥으로 내일 아침 회덮밥을 해 먹기로....

 

방은 세개로 방마다 욕실이 딸려있고 트윈 베드있는 방은 창 밖 풍경이 보이는 욕조까지 있다. 산양이 골아 떨어진 온돌방은 침대보다 바닥이 좋다는 여산과 쓰게 됐고 수산나도 바닥이 좋다고 해 제일 럭셔리 방을 리사와 내가 쓰는 호사를 누렸다.

여산 왈, 자기가 다녀본 숙소 중 2번째로 좋은 곳이라고. 사위 직장 오래오래 잘 다녀 다음에도 또 오면 좋겠다고. ㅎㅎㅎ

다섯이 한참 더 이야기 나누다 12시 전 잠자리로.....

 

- 사진 추가 (작가 세분이 찍은 사진이라 때깔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