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뛴다고 말하기도 민망하여라..(동마를 뛰고)
산무수리
2006. 3. 13. 19:58
'키 큰 남자를 보면'- 문정희(1947~ )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모처럼 옛일을 얘기하면 누구나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핀다. 마음결에 동요의 악보가 숨겨져 있는 걸까. 옛일은 살짝 쑥스럽고 아주 조금 뿌듯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선 느닷없이 옛날 옆집 오빠와 누나가 다시 그리워졌다. 떼를 쓰며 졸라도 한결같이 넉넉하고 또 큰 세계였던 그들. 내 마음의 다락방에 살던 그들. 나무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면 뭇 별을 창에 가득 들이고 살던,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은하(銀河).
문태준 <시인>
3.12(일)은 동아 마라톤 뛰는날.
지난번 중앙에 이은 두번째 풀 도전이다.
풀 뛰기 전에는 무리하면 안된다는데 11일이 그냥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놀토.
노느니 도치 점도 뺄겸 제천 친구네 병원으로 간다.
어차피 차 한대 가는 김에 동생, 조카까지 해서 5명 풀로 타고 간다.
토요일이라 길이 많이 밀린다.
황사라는데 어딜 그리들 가시나?
12넘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2시에 진료를 받는다.
남푠, 도치, 조카는 점빼기, 사마귀 떼기.
박 시스터즈는 미모 지키기...
병원 문닫는 시간 4시까지 교대로 들락거렸다.
분당에 동상 내려주고 집에 오는 길에 저녁거리로 칡냉면을 사고 내일 일용할 양식으로 해장국까지 사서 집으로~~
헌데 속이 별로 안 좋으네? 열도 나는것 같네?
냉면 조금 먹고 낼이 염려 되 소화제에 진통제까지 한알 먹고 내일 아침 먹을 찰밥을 해 놓았다.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니 뭘 입을까 고민고민 하다 긴팔위에 반팔 하나 더 입기로 하고 배번 붙이고 칩 신발에 끼워넣고 잠을 청한다.
일요일.
4:50 기상.
속이 그래도 안 편해 밥을 끓여서 먹고 꿀물도 타 마시는데 입맛이 쓰네?
염려가 되 소화제, 진통제를 먹고 출발.
헌데 문을 나서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네?
도로 들어가 남푠도 나시티 하나 챙기고 나도 덧잠바 하나 더 입고 전철역으로 가니 동마 출전자가 반은 되나보다.
다들 추리닝에 운동화가 가방 한개씩 들었네?
앉아서 비몽사몽 졸다 서울역에서 내려 화장실로 간다.
속이 안 좋더니 역시나...
그나마 남탕은 줄이 길어 날보고 먼저 가란다.
시청에 내렸다.
산이슬은 새벽에 출발해 차 안에 있는데 너무 추워 밖에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란다.
교보 앞에서 주장각 만나니 귀마개 안 가져와 하나 사고 오늘 풀 신청한 제자들은 귀마개는 물론 장갑, 모자도 없어 귀마개 하나씩 사 주었단다.
아무튼 옷을 벗고 짐을 맡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남푠이 찾아와 주장각과 인사를 하고 남푠은 B그룹으로 가고 우리도 7:30 짐을 맡기고 E 그룹에 선다.
헌데 하스민이 오네? 정말 반갑네?
하스민 남푠은 오늘 첫 풀에 도전해 F 조라네?


8:00 선수 출발.
그리고 시간차별로 시민회관에서 교보까지 ㄷ자로 서서 조금씩 앞으로 진행하니 우린 언제 출발할지 모르겠다.
출발하기 전에 다 얼어죽게 생겼네?
사회를 보는 배동성 왈, 우리조보고 오래 뛰니 참 힘들지요?
다들 웃고 말았다.
한복 입은 남자 출전자보고 그렇게 입고 뛰는 사람치고 잘 뛰는 사람 못 봤다고 또 웃기네?
신나는 음악으로 기운을 차리고 덧 입었던 옷을 벗어버리고 출발~~
남대문을 돌아 가는 줄 알았는데 옆으로 돌아 신세계로 해서 을지로를 돌아 청계천쪽으로 간다.
벌써 후미에는 교통 통제가 끝났나보다. 더 이상 달리는 사람이 없네?
5k 너무 멀다.
을지로 돌아 청계천을 끝까지 갔다 돌아서 와야 한다.
청계천변 달린다지면 물가쪽이 아니라 차도 방향이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볼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하스민과 물 먹다 헤어지고 주장각과는 서로 격려 해 가면서 달리고..
서로 먼저 가라 양보(!) 하지만 주장각이 좀 나 보인다.
11K 지난 지점 뒤에서 오는 사람들의 말.
지네 동네 사람들이 자길 마라톤 무쟈게 잘하는 사람인줄 안단다.
동아, 중앙, 춘마 유명짜한 대회는 다 출전해서 그렇단다.
이렇게 후미에서 해메는줄 모를거란다.
이거 내 이야기네...
종로로 들어서 14K 쯤인가?
주장각 롯데리아 화장실에 간단다.
나도 다리가 아파 좀 쉴 겸 가기로 한다.
여기서 주장각 헤어지고 끝날때 까지 못 만났다.
갈수록 다리는 무겁고 팔이 너무 아프다.
팔이 너무 아파 뒷짐을 지고 뛰니 죽을 맛이다.
급수대 앞쪽에는 물이 이미 다 떨어졌고 뒷쪽에만 있다.
간식 주는 곳도 처음 나온 곳은 먹을게 거의 다 떨어지고 바나나는 구경도 못했고 초코파이 겨우 하나 먹었다.
앞사람들이 다 쓸어먹고 간건지 준비가 부족한 건지.....
중간중간 회수차에 탄 사람들이 어찌 그리 부럽던지..
어정쩡하게 마라톤이라고 하면서 연습도 제대로 안해 힘들어 중간중간 걷다 뛰다 하려니 기분 정말 더럽다.
발에는 물집이 생기는지 통증까지 온다.
체중이 늘어나 물집도 더 잘생기나보다....
이래 저래 죽을 맛이다.
하프 지난 지점 애주가 회원 몇분이 앞에서 간다.
아는 체도 못하겠다....
중간중간 쥐나는 사람들도 많은가보다. 날이 추워 더 그런가?
구급요원 약품도 떨어졌다고 난리인가보다.
다른 대회에서는 발라주고 뿌려주는데 여긴 직접 발라야 하나보다.
하긴, 너무 추우니 구급요원도 장갑도 못 벗겠다...
추운날 옷 짧게 입은 사람들은 정말 춥겠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나 하스민이나, 주장각 보이나 찾아봐도 못 찾겠다.
이미 앞에 갔겠지..
이렇게 걷다가 -5도 못하는거 아닐까?
헌데 4:30 패메가 지나가네?
내가 너무 오바 페이스를 한건가?
헌데 쫓아갈 수가 없네?
4:40 패메가 지나가며 힘내라고 격려를 해 주네?
헌데 그 패메도 못 쫓아 가겠네?
왜 마라톤 시작해 이렇게 쪽팔림을 당하는건가?
애주가 옷이나 입고 오지 말걸 그야말로 공개적 망신이네?
애주가의 한명은 회수차도 안타고 지하철 타고 왔단다.
그 역시 초반 오바페이스를 해서 그렇다고 하네?
드디어 잠실 대교를 지난다.
여기도 걸었다.
잠실쪽에 오니 더 춥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한 사람은 빤쥬에 나시티 입고 가다 너무 추우니 다른 사람이 버린 추리닝 상의 줒어 입고 간다.
다리 건너 석촌호수 돌아 가는 데도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응원을 많이 나온 곳에서는 예의상 뛰는 체 했다.
앞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뭔가 하면 카메라 촬영 지점이다.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고 쪽팔린다.
드디어 운동장에 겨우 들어왔다.
전광판은 5시간이 넘었다.
겨우 마지막 힘을 내 그나마 뛰어서 골인.
바로 내 뒤 4;45 패메 들어온다.
4:45. 정말이지 -5 겨우 했다.
그나마 제한 시간에 들어온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메달 받고 칩 반납 하고 나오니 애주가의 애니런님이 알아보신다.
너무 민망해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남푠을 만났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얼어 죽을 지경이란다.
남푠은 기록 6분 단축했단다.
기다리며 할 일이 없어 뉴 밸런스에서 얼떨결에 신발 한켤레 샀다고 한다.
싸구리 신발 신고도 기록 단축이 뒤는데 비싼 신발 샀으니 더 잘뛰겠네?
관둬야 하는데 신발 샀다고 엄살이네?
짐 찾고 옷을 껴 입고 주장각을 찾으니 아직 안 들어왔나보다.
곧 이어 주장각 들어왔다. 바로 내 뒤인가보다. 그도 많이 걸었단다.
제자들이 기다려 주고 있다.
제자들이 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좀 살것 같다.
제자 둘은 12K에서 회수차 타고 먼저 와 있었단다.
난 또 회수차 타면 경기 끝난 다음에 오는 줄 알고 할 수 없이 뛰어 왔는데...

산이슬과 통화를 하고 운동장 입구에서 만났다.
지난번 고구려보다 1분 단축하고 막간을 이용해 목간까지 다녀 왔단다.
주장각과 인사 시키고 주장각은 제자들 밥 사먹이러 가고 우리 셋이 근처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완주주(!)를 먹었다.
산이슬은 국밥을 먹고 왔단다.

산이슬 동업자 두명이 같이 들어온다.
한 사람은 산이슬과 동반주 하다 막판 쳐져 산이슬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단다.
그리고 한 동업자 오늘 첨 풀에 도전했는데 안 들어온다고 걱정하더니 들어왔단다.
안 뛴다는걸 달래서 뛰게 했다나보다.
헌데 막상 본인은 힘들면서도 무지 뿌듯해 한다.
하긴 첨 풀을 하고 나서의 그 뿌듯함은 어디에 비할까?
집에 와 목간통에서 냉온탕을 오가는데 물속 들락거리기도 힘이 든다.
집에 오니 남푠은 배가 고프다고 밥을 또 먹고 있다.
너무 추워 이불쓰고 잤다.
은계 언니는 풀 뛰고 뿌듯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더니 난 밥 먹을 염치가 없어 못 먹겠다....
하스민은 나보다 나은 기록으로 완주를 했는데 그 남푠은 중간에 설사 세번을 하고 거의 탈진하고 저체온증으로 결국 완주 포기를 했단다.
그 회사에서 단체로 와 회장인 하스민 남푠과 총무만 완주를 못 했단다.
지난 중마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10K 뛰고 이번 동마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는데도...
새삼 완주 여러번 한 마눌보고 존경한다고 사부로 모셔야 겠다고 했단다.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마라톤 완주.
누가 하라면 절대 못할 이짓.
이번에 마음 고생, 몸 고생한게 차라리 약이 될것 같다.
아니면 계속 요행을 바라면서 연습도 안하고 무모하게 도전을 했을텐데...
이럼 힘든일을 몇년째 계속 하고있는 은계언니네 주님부부도 새삼 존경 스럽고...
담에 풀 뛰면 연습을 하던지 아니면 포기를 하던 하겠지?
그래도 이런 기분을 풀 뛰기 전에는 맛보기 힘들겠지?
환희면 환희, 회한이면 회한으로 또 내 인생의 한장으로 남겠지?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모처럼 옛일을 얘기하면 누구나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핀다. 마음결에 동요의 악보가 숨겨져 있는 걸까. 옛일은 살짝 쑥스럽고 아주 조금 뿌듯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선 느닷없이 옛날 옆집 오빠와 누나가 다시 그리워졌다. 떼를 쓰며 졸라도 한결같이 넉넉하고 또 큰 세계였던 그들. 내 마음의 다락방에 살던 그들. 나무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면 뭇 별을 창에 가득 들이고 살던,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은하(銀河).
문태준 <시인>
.jpg)
3.12(일)은 동아 마라톤 뛰는날.
지난번 중앙에 이은 두번째 풀 도전이다.
풀 뛰기 전에는 무리하면 안된다는데 11일이 그냥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놀토.
노느니 도치 점도 뺄겸 제천 친구네 병원으로 간다.
어차피 차 한대 가는 김에 동생, 조카까지 해서 5명 풀로 타고 간다.
토요일이라 길이 많이 밀린다.
황사라는데 어딜 그리들 가시나?
12넘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2시에 진료를 받는다.
남푠, 도치, 조카는 점빼기, 사마귀 떼기.
박 시스터즈는 미모 지키기...
병원 문닫는 시간 4시까지 교대로 들락거렸다.
분당에 동상 내려주고 집에 오는 길에 저녁거리로 칡냉면을 사고 내일 일용할 양식으로 해장국까지 사서 집으로~~
헌데 속이 별로 안 좋으네? 열도 나는것 같네?
냉면 조금 먹고 낼이 염려 되 소화제에 진통제까지 한알 먹고 내일 아침 먹을 찰밥을 해 놓았다.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니 뭘 입을까 고민고민 하다 긴팔위에 반팔 하나 더 입기로 하고 배번 붙이고 칩 신발에 끼워넣고 잠을 청한다.
일요일.
4:50 기상.
속이 그래도 안 편해 밥을 끓여서 먹고 꿀물도 타 마시는데 입맛이 쓰네?
염려가 되 소화제, 진통제를 먹고 출발.
헌데 문을 나서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네?
도로 들어가 남푠도 나시티 하나 챙기고 나도 덧잠바 하나 더 입고 전철역으로 가니 동마 출전자가 반은 되나보다.
다들 추리닝에 운동화가 가방 한개씩 들었네?
앉아서 비몽사몽 졸다 서울역에서 내려 화장실로 간다.
속이 안 좋더니 역시나...
그나마 남탕은 줄이 길어 날보고 먼저 가란다.
시청에 내렸다.
산이슬은 새벽에 출발해 차 안에 있는데 너무 추워 밖에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란다.
교보 앞에서 주장각 만나니 귀마개 안 가져와 하나 사고 오늘 풀 신청한 제자들은 귀마개는 물론 장갑, 모자도 없어 귀마개 하나씩 사 주었단다.
아무튼 옷을 벗고 짐을 맡길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남푠이 찾아와 주장각과 인사를 하고 남푠은 B그룹으로 가고 우리도 7:30 짐을 맡기고 E 그룹에 선다.
헌데 하스민이 오네? 정말 반갑네?
하스민 남푠은 오늘 첫 풀에 도전해 F 조라네?
8:00 선수 출발.
그리고 시간차별로 시민회관에서 교보까지 ㄷ자로 서서 조금씩 앞으로 진행하니 우린 언제 출발할지 모르겠다.
출발하기 전에 다 얼어죽게 생겼네?
사회를 보는 배동성 왈, 우리조보고 오래 뛰니 참 힘들지요?
다들 웃고 말았다.
한복 입은 남자 출전자보고 그렇게 입고 뛰는 사람치고 잘 뛰는 사람 못 봤다고 또 웃기네?
신나는 음악으로 기운을 차리고 덧 입었던 옷을 벗어버리고 출발~~
남대문을 돌아 가는 줄 알았는데 옆으로 돌아 신세계로 해서 을지로를 돌아 청계천쪽으로 간다.
벌써 후미에는 교통 통제가 끝났나보다. 더 이상 달리는 사람이 없네?
5k 너무 멀다.
을지로 돌아 청계천을 끝까지 갔다 돌아서 와야 한다.
청계천변 달린다지면 물가쪽이 아니라 차도 방향이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볼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하스민과 물 먹다 헤어지고 주장각과는 서로 격려 해 가면서 달리고..
서로 먼저 가라 양보(!) 하지만 주장각이 좀 나 보인다.
11K 지난 지점 뒤에서 오는 사람들의 말.
지네 동네 사람들이 자길 마라톤 무쟈게 잘하는 사람인줄 안단다.
동아, 중앙, 춘마 유명짜한 대회는 다 출전해서 그렇단다.
이렇게 후미에서 해메는줄 모를거란다.
이거 내 이야기네...
종로로 들어서 14K 쯤인가?
주장각 롯데리아 화장실에 간단다.
나도 다리가 아파 좀 쉴 겸 가기로 한다.
여기서 주장각 헤어지고 끝날때 까지 못 만났다.
갈수록 다리는 무겁고 팔이 너무 아프다.
팔이 너무 아파 뒷짐을 지고 뛰니 죽을 맛이다.
급수대 앞쪽에는 물이 이미 다 떨어졌고 뒷쪽에만 있다.
간식 주는 곳도 처음 나온 곳은 먹을게 거의 다 떨어지고 바나나는 구경도 못했고 초코파이 겨우 하나 먹었다.
앞사람들이 다 쓸어먹고 간건지 준비가 부족한 건지.....
중간중간 회수차에 탄 사람들이 어찌 그리 부럽던지..
어정쩡하게 마라톤이라고 하면서 연습도 제대로 안해 힘들어 중간중간 걷다 뛰다 하려니 기분 정말 더럽다.
발에는 물집이 생기는지 통증까지 온다.
체중이 늘어나 물집도 더 잘생기나보다....
이래 저래 죽을 맛이다.
하프 지난 지점 애주가 회원 몇분이 앞에서 간다.
아는 체도 못하겠다....
중간중간 쥐나는 사람들도 많은가보다. 날이 추워 더 그런가?
구급요원 약품도 떨어졌다고 난리인가보다.
다른 대회에서는 발라주고 뿌려주는데 여긴 직접 발라야 하나보다.
하긴, 너무 추우니 구급요원도 장갑도 못 벗겠다...
추운날 옷 짧게 입은 사람들은 정말 춥겠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나 하스민이나, 주장각 보이나 찾아봐도 못 찾겠다.
이미 앞에 갔겠지..
이렇게 걷다가 -5도 못하는거 아닐까?
헌데 4:30 패메가 지나가네?
내가 너무 오바 페이스를 한건가?
헌데 쫓아갈 수가 없네?
4:40 패메가 지나가며 힘내라고 격려를 해 주네?
헌데 그 패메도 못 쫓아 가겠네?
왜 마라톤 시작해 이렇게 쪽팔림을 당하는건가?
애주가 옷이나 입고 오지 말걸 그야말로 공개적 망신이네?
애주가의 한명은 회수차도 안타고 지하철 타고 왔단다.
그 역시 초반 오바페이스를 해서 그렇다고 하네?
드디어 잠실 대교를 지난다.
여기도 걸었다.
잠실쪽에 오니 더 춥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한 사람은 빤쥬에 나시티 입고 가다 너무 추우니 다른 사람이 버린 추리닝 상의 줒어 입고 간다.
다리 건너 석촌호수 돌아 가는 데도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응원을 많이 나온 곳에서는 예의상 뛰는 체 했다.
앞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뭔가 하면 카메라 촬영 지점이다.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고 쪽팔린다.
드디어 운동장에 겨우 들어왔다.
전광판은 5시간이 넘었다.
겨우 마지막 힘을 내 그나마 뛰어서 골인.
바로 내 뒤 4;45 패메 들어온다.
4:45. 정말이지 -5 겨우 했다.
그나마 제한 시간에 들어온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메달 받고 칩 반납 하고 나오니 애주가의 애니런님이 알아보신다.
너무 민망해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남푠을 만났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얼어 죽을 지경이란다.
남푠은 기록 6분 단축했단다.
기다리며 할 일이 없어 뉴 밸런스에서 얼떨결에 신발 한켤레 샀다고 한다.
싸구리 신발 신고도 기록 단축이 뒤는데 비싼 신발 샀으니 더 잘뛰겠네?
관둬야 하는데 신발 샀다고 엄살이네?
짐 찾고 옷을 껴 입고 주장각을 찾으니 아직 안 들어왔나보다.
곧 이어 주장각 들어왔다. 바로 내 뒤인가보다. 그도 많이 걸었단다.
제자들이 기다려 주고 있다.
제자들이 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좀 살것 같다.
제자 둘은 12K에서 회수차 타고 먼저 와 있었단다.
난 또 회수차 타면 경기 끝난 다음에 오는 줄 알고 할 수 없이 뛰어 왔는데...
산이슬과 통화를 하고 운동장 입구에서 만났다.
지난번 고구려보다 1분 단축하고 막간을 이용해 목간까지 다녀 왔단다.
주장각과 인사 시키고 주장각은 제자들 밥 사먹이러 가고 우리 셋이 근처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완주주(!)를 먹었다.
산이슬은 국밥을 먹고 왔단다.
산이슬 동업자 두명이 같이 들어온다.
한 사람은 산이슬과 동반주 하다 막판 쳐져 산이슬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단다.
그리고 한 동업자 오늘 첨 풀에 도전했는데 안 들어온다고 걱정하더니 들어왔단다.
안 뛴다는걸 달래서 뛰게 했다나보다.
헌데 막상 본인은 힘들면서도 무지 뿌듯해 한다.
하긴 첨 풀을 하고 나서의 그 뿌듯함은 어디에 비할까?
집에 와 목간통에서 냉온탕을 오가는데 물속 들락거리기도 힘이 든다.
집에 오니 남푠은 배가 고프다고 밥을 또 먹고 있다.
너무 추워 이불쓰고 잤다.
은계 언니는 풀 뛰고 뿌듯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더니 난 밥 먹을 염치가 없어 못 먹겠다....
하스민은 나보다 나은 기록으로 완주를 했는데 그 남푠은 중간에 설사 세번을 하고 거의 탈진하고 저체온증으로 결국 완주 포기를 했단다.
그 회사에서 단체로 와 회장인 하스민 남푠과 총무만 완주를 못 했단다.
지난 중마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10K 뛰고 이번 동마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는데도...
새삼 완주 여러번 한 마눌보고 존경한다고 사부로 모셔야 겠다고 했단다.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마라톤 완주.
누가 하라면 절대 못할 이짓.
이번에 마음 고생, 몸 고생한게 차라리 약이 될것 같다.
아니면 계속 요행을 바라면서 연습도 안하고 무모하게 도전을 했을텐데...
이럼 힘든일을 몇년째 계속 하고있는 은계언니네 주님부부도 새삼 존경 스럽고...
담에 풀 뛰면 연습을 하던지 아니면 포기를 하던 하겠지?
그래도 이런 기분을 풀 뛰기 전에는 맛보기 힘들겠지?
환희면 환희, 회한이면 회한으로 또 내 인생의 한장으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