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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몽블랑 등정기

산무수리 2008. 5. 20. 09:44
 

몽블랑(서유럽 최고봉 4,807m) 등정기


소재지 :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 산맥 (샤모니)

일  시 : 2007. 7. 28. - 2007. 8. 5. (8박 9일)

동  행 : 대한의협 서울시의사회 산악회원 11명과 함께

여  정 : 인천-쮜리히-샤모니-몽블랑-체르마트-쮜리히-인천

  - 7. 28 인천 - 쮜리히 - 샤모니(알펜로제)

  - 7. 29 샤모니 - 에귀디미디(고소적응 및 설상 등반 훈련) - 코스믹 산장

  - 7. 30 샤모니 - 우쉬(케이블카) - 니데글(트레킹 시작) - 벨뷔 - 떼떼 못 미쳐 무인대피소

  - 7. 31 무인대피소 - 떼떼산장 - 구테산장(3,817m) 도착

  - 8. 1 구테 - 발로대피소(무인) - 몽블랑 정상 - 구테산장 - 떼떼산장

  - 8. 2 떼떼 - 니데글 - 벨뷔(케이블카) - 우쉬 - 샤모니(알펜로제)

  - 8. 3 샤모니 - 체르마트(케이블카) - 슈바르츠제(2,581m), 마터호른 조망

  - 8. 4 체르마트(산악열차) - 고르너그란트 - 체르마트 - 쮜리히 - 인천


                              <<몽블랑 정상에 서 있는 임순만>>


몽블랑(4,807m)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따라 뻗어 있는 알프스 산맥 중의 산괴와 이 산괴에 속하는 서유럽의 최고봉이다.

산괴 내의 다른 주봉으로는 몽블랑뒤타쿨 · 몽모디 · 에귀이뒤제앙 · 레그랑데조라스 · 몽돌랑 · 에귀이뒤미디가 있다.

 

빙하들이 몽블랑을 약 100㎢의 면적에 걸쳐 덮고 있으며(여기에서 '흰 산'을 의미하는 몽블랑이라는 명칭이 생겼음). 중앙의 얼음 돔으로부터 빙류가 고도 1,490m 아래까지 뻗는다.

알프스 산맥에서 2번째로 긴 빙하인 메르 드 글라스는 그 길이가 1,250m까지 이르렀다.

17세기 초에는 빙하들이 샤모니 계곡의 바닥까지 전진해 경작지와 거주지를 파괴 또는 매몰시켰다. 그 이후 빙하들은 주기적인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하고 있다.


2007년 여름휴가를 맞아 가야할 산을 정하지 못하던 중 푸른여행사의 김태삼 사장으로부터 몽블랑과 마테호른 등반을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유럽의 산들은 고산에 속하지 않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 접할 기회가 없어 가보지 못했었는데 몽블랑도 좋지만 평소 사진으로만 보며 흠모해 오던 마터호른을 간다고 하여 따라 나선 것이다.

 

집사람에게 금년 여름휴가도 또 가족과 같이 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니 든든한 후원자인 집사람이 몸조심이나 잘하라며 흔쾌히 승낙 해 준다.

동행하는 사람들은 대한의협 서울시의사회 산악회원들로서 50대의 의사 선생님들 11분이란다.


7. 28.(토) 인천공항 - 쮜리히 - 샤모니, (맑음)

오전 11시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의사산악회원 11명과 김태삼 사장 그리고 KBS “다큐 산” 김석원 PD 등 14명의 대 원정대가 된다.

밤 11시경(이후 현지시간)지루한 여정 끝에 프랑스 샤모니에 있는 알펜로제라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7. 29.(일) 샤모니 - 에귀디미디 - 샤모니, (맑음)


 

    <<에귀디미디에서 설상등반 훈련 중인 대원들(나이프 릿지에서)>>


고소적응 훈련과 설상등반 요령 등을 익히기 위해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타며 에귀디미디로 올라간다. 정상에 첨탑을 이고 있는 에귀디미디 정상 밑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리자 얼음굴에서 곧바로 나이프릿지가 나타난다.

 

안전벨트와 아이젠, 스패츠를 착용하고 내리막길의 나이프릿지로 나선다.

나는 촬영을 위하여 김석원 PD와 자일을 묶고 먼저 앞서 나간다.

좌, 우로는 제법 까마득한 급경사의 릿지길로 약간의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일행들에게 안자일렌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고 보행 시키나 보행 간격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크레바스에 빠지는 장면 등 촬영용 포즈를 몇 번 취하고 코스믹산장(에귀디미디에서 몽블랑을 오르는 코스의 베이스캠프로 많이 이용되는 산장)까지 왕복하며 설상등반 훈련을 하던 중 한분이 고소증세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7. 30.(월) 샤모니 - 우쉬 - 벨뷔 - 니데글 - 무인대피소, (맑음)


  

            <<니데글 오름길에>>                                  <<무인대피소에서>>


우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벨뷔로 이동, 니데글을 경유하여 떼떼산장을 목표로 트레킹을 시작한다.(벨뷔에서 니데글까지는 산악열차가 운행하였었으나 지금은 산사태로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푸른 초원도 나타나고 작은 잡목들이 우거져 있는 트레킹 코스로 약 3시간 정도를 걸어 산악열차의 종착지인 니데글에 도착하는데 배낭의 무게가 짓눌러 제법 어깨가 아파온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하고 떼떼 산장을 향하는데 우리에게는 산장이 예약 되어 있지 않아 잠자리가 걱정이다.

언덕위로 자그마한 집이 한 채 보이기에 떼떼 산장으로 알고 좋아했으나 규모가 아주 작은 무인 대피소였다.

 

하산하는 다른 팀에게 물어보니 떼떼산장 까지는 아직도 1시간 30분 정도 더 걸린단다.

어차피 산장이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잠자리가 불안하니 무인대피소에서 자기로 하고 눈을 녹여 물을 만들고 있는데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외국인 세사람 중 리더격인 산악인이 자리도 비켜주며 물 있는 곳을 알려준다.

햇반과 즉석 된장국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누우니 일행들의 코고는 소리에 밤을 새우다 시피 한다.


7. 31.(화) 대피소 - 떼떼산장 - 구테산장, (맑음)


 

                     <<구테 산장에서 김석원 PD와 함께>>


아침 식사로 누릉지를 끊여 먹고 떼떼 산장으로 향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이제 등산로가 너덜 길과 바위지대로만 이어지는 것을 보고 이미 수목한계선을 지난 것을 알아차린다.

 

약 1시간 반 정도 걸려 경사가 급한 언덕위에 올라서자 오른쪽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산장이 보이니 어제 목표로 했던 떼떼산장이다.

부족했던 아침을 채우고자 산장에서 오므라이스(속에 쌀 대신 감자, 양파, 베이컨 등)를 시켜 먹고 물을 채워 출발 준비를 하니 다른 팀들은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바로 앞에 약간의 설사면을 통과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아직은 오전 시간대라 눈이 약간 크러스트 되어 있고 또 설사면을 통과하면 곧바로 암릉지대가 나타나기에 그냥 걸어 보기로 하고 안전벨트만 착용했다.

전방 아니 머리위로 보이는 구테산장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한 절벽 위로 관망되며 앞서 오르는 팀들을 바라보니 올라갈 일이 아마득하다.

 

산장을 출발하여 설사면을 오르니 별로 어려움은 없었으나 문제는 위에서 수시로 낙석이 떨어지고 가운데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사면을 트레버스 해야 하는 구간이 걱정이었으나 별일 없이 일행 모두가 통과했다.

 

이제부터 구테산장까지는 계속되는 급경사의 암릉 등반길이다.

위험한 구간에는 와이어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벨트에 연결되어 있는 확보줄을 걸어가며 등반을 하도록 하고 특히 낙석 방지에 신경을 쓰도록 수시로 주의를 주며 오르고 또 올랐다.

떼떼산장에서 구테산장까지는 눈에 잡히면서도 아마득한 구간 이었지만 꾸준히 걸으니 3시간 만에 도착한다.

 

일행들에게는 조금은 어려운 구간으로 생각되어 걱정했으나 노파심에 불과 했다.

이곳 역시도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모두의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야 식당의 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침낭을 펼쳐 잠자리를 잡았다.

조금 늦게 올라 왔거나 미쳐 자리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은 통로의 바닥자리라도 잡기위한 쟁탈전이 장난이 아니다.


8. 1.(수) 구테산장 - 발로대피소 - 몽블랑 - 구테산장 - 떼떼산장, (맑음)


 

       <<몽블랑 정상에 오른 대한의협 서울시의사 산악회원들>>


오늘은 집사람의 생일이며 정상을 오르는 날.

너무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자려니 잠이 오지를 않아 밤을 새워 뒤척이다 일어나 일기를 살피니 하늘의 도움인지 바람도 별로 없고 맑은 날씨다.

예약된 사람들을 우선으로 식사를 하고 몽블랑 정상 등정을 위한 출발 준비를 서둘렀으나 그래도 새벽 3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어제와 같이 더울 것으로 예상되어 파워스트레치 바지에 얇은 티셔츠에 얇은 고어자켓만을 입고 헤드랜턴을 켜고 정상을 향하여 출발.

산장 바로 위로 올라서니 곧바로 능선길로 이어진다.

조금을 전진하자 능선 바로 아래에 캠프사이트가 있다.

산장에서 보다 훨씬 더 쾌적한 잠자리 였을 것으로 생각하니 부러웠다.

 

앞서 출발한 팀들의 랜턴 불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언제 따라가나 생각하며 급경사 사면에 지그재그로 나 있는 러셀이 되어 있는 길을 따르는데 찬바람이 엄습해오며 한기를 느낀다.

왼쪽편 저 멀리 이름 모를 산 능선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며 일출을 예고한다.

같이 줄을 묶고 있는 김석원 PD는 어딘가 필이 꽂이면 느닷없이 달아난다.

 

불안한 마음으로 만약을 대비하여 따르니 경치구경은 언감생심.

마침내 일출은 에귀디미디 첨탑에 걸려 솟아오른다.

환상의 일출을 구경하고, 촬영하며 위를 쳐다보니 무인대피소인 발로대피소가 보인다.

고어팬츠와 고어자켓을 꺼내 입고 양손에 스틱을 거머쥐고 다시 출발하며 파이팅을 외친다.

구름 한 점 없는 몽블랑의 하늘은 우리 일행들이 정상을 등정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김석원 PD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카메라 촬영을 하면서 끝도 없는 설사면을 오른다.

 

고도감을 느끼게 하는 나이프릿지 두군데 정도를 통과하니 정상일 것만 같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잠시 쉬면서 마주 오는 산악인에게 물어보니 봉우리에서 조금만 더 뒤로 가면 정상이란다.

일행에 앞서 마지막 봉우리를 올라서고 완경사 사면을 오르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몽블랑의 정상이다.(8월 1일 10시 30분 - 7시간 소요)

 

정상에는 그 흔한 표지석이나 표지판 하나 없고 단지 정점에 스텐으로 표시된 삼각점이 하나와 10여명의 또 다른 산악인들만이 있을 뿐이다.

맞은편 왼쪽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는 산악인들은 아마도 에귀디미디에서 연결되는 능선 코스를 이용하여 등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의 기도 덕분인지 이번 등반에 있어 지속적으로 날씨가 좋았기에 무난한 정상 등정이 있었음을 감사하고, 하늘에 감사드리며 강한 바람에 추위도 느껴져 하산을 하기로 한다.

올라온 길을 역으로 속도를 내며 구테산장으로 돌아오니 12시 30분으로 하산 길에는 약 3시간이 소요되었다.

 

구테산장에 도착하니 오늘 올라온 양산팀(이상배 단장)이 있어 얘기를 들으니 내일부터 강풍과 함께 스톰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전해준다.

컵라면과 오므라이스로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에 출발하여 떼떼 산장으로 하산하는데 경사가 급한 암릉 길이라 올라갈 때보다 더욱 주의를 요했다.

 

낙석이 쏟아지는 설사면에서는 자일을 설치하고 한사람씩 신속히 통과하고 나니 아늑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떼떼 산장이다.

마침 스톰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예약이 취소되어 산장은 한가롭고 우리에겐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저녁식사와 함께 등정 축하주를 마시고 피곤함을 털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8. 2.(목) 떼떼산장 - 니데글 - 벨뷔 - 우쉬 - 샤모니, (비와 우박, 강풍)

 

          <<니데글에서 벨뷔로 가는 길에(산악열차 철로>>


기상해보니 밤새 비가 왔단다.

그동안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느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빵 쪼가리와 쥬스, 커피 등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자니 또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린다.

역시 큰 산에서 맞이하는 일기변화는 예측이 힘든 것이 사실임을 입증해 보이려는 듯 강한 바람과 함께 우박이 옆에서 날아오며 볼을 때리고 손등을 때리는데 무척 통증이 크다.

 

쏟아지는 비와 우박을 맞으면서 등행 할 때 잠자리로 사용했던 무인대피소까지 뛰듯이 걸어와 마른 옷으로 갈아 입고 고어텍스를 걸친 후 일행들과 합류하며 우리가 보관 해 놓은 쓰레기를 배낭에 챙겨 넣고 니데글을 향하자 금방 비가 그친다.

 

이후 비가 오락가락을 계속하는 가운데 니데글에서 벨뷔까지 다니는 산악열차의 철로를 따라 하산을 하는데 1시간 만에 내려올 수 있었다.

알펜로제에서 샤워 후 젖은 장비를 말리고 시내로 나가 관광과 쇼핑을 한 후 등정파티를 열었다.

7시면 칼 같이 문을 닫는 슈퍼로 달려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준비하고 숯불바베큐와 김치찌게로 모처럼 포식을 하며 등정 축하 건배를 한다.

 

알펜로제에서는 우리 악계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윤대표, 윤재학 선배와 김형주씨, 조용준씨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8. 3.(금) 샤모니 - 체르마트 - 슈바르츠제 - 체르마트,  (구름 낀 맑음)

 

                          <<아쉬움으로 남은 마테호른>>


샤모니에서 버스로 약 4시간을 달려 스위스의 체르마트로 가는 길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무런 검사나 확인도 없이 통과하는 모습은 내겐 작은 충격이었다.

체르마트(1,620m)에는 전기자동차 외 배기가스가 나오는 차량은 일체 다닐 수가 없는 모습 또한 신기하게만 느껴졌고, 체르마트로 가는 길 또한 전동 산악열차였으며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는 궤도로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일정상 도저히 마터호른(4,478m)을 등반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먼발치에서라도 대면을 하고 싶어 곤돌라들 타고 슈바르츠제(2,583m)로 올라갔다.

흘러가는 구름 속에 잠깐씩만 보여주는 마터호른은 내게 더욱 신비감을 주었으며 오르고 싶은 욕망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곤돌라로 올라간 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내 가슴속에 뭉클한 그 무언가가 잡히는 듯하다.

오늘은 따쉬(1,450m)에 있는 호텔에서 그동안의 여정 중 가장 안락한 잠을 청했다.


8. 4.(토) 체르마트 - 고르너그란트(산악열차) - 체르마트 - 쮜리히 - 인천 (맑음)


                               <<인천공항에 도착 한 일행들>>


일정의 마지막 날까지도 좋은 일기를 보여준다.

일행들은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란트(3,103m)로 다시 올라가 진정한 마테호른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니 서로 다른 두 방향에서 마테호른을 대면할 수 있었다.

 

결국 옷 한 점 걸치지 않고 속 모습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마테호른을 보는 순간 가슴 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욕망은 나 혼자 뿐일까?

짧게 잡고 온 일정의 야속함을 탓하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내 가슴 속엔 언젠가는 다시 찾고야 말겠다는 새로운 의지가 피어  오른다.

 

답답함 속에 밤새워 날아온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날은 바뀌어 있었으며,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을 빠져 나오니 든든한 후원자 이며 나의 영원한 반려자인 내 아내가 마중한다.


출처 : 히말라야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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