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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터호른 등반기

산무수리 2008. 5. 20. 12:34

1. 정상공격


아침 4시. 하늘을 보니 별이 맑다. 이미 능선에는 등반을 시작한 팀들의 해드램프불빛이 꼬리를 문다.


우리도 서둘어 등반을 시작한다. 우리는 3인 1조, 4인 1조로 줄을 묶었다.



장비를 준비하는 등반대장.


북벽등반도 아닌 노멀루트의 경우 그리 많은 장비는 필요없고 확보와 하강에 필요한 자일과 피켈,  크램폰 정도가 필요하다.


등반대원 모두 산행경력이 20년을 넘었는데도 어둠속에서 헤드램프만으로 길을 찾기는 상당히 힘들었다. 국내산처럼 길이 잘 나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갈래의 길이 있었으며 그길중 가장 쉬운 길을 초행인 등반팀이 찾기는 거진 불가능했다.



마터호른 노멀루트(회른리릉)... 째르마트 알파인센터에서 찍은 사진임.



어스름한 새벽빛이 점점 밝음으로 바뀌고 우리도 점점 아침 구름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하단부 나이프리지를 등반중인 등반대장.


 



하단부 나이프리지에는 고정 로프가 깔려있어 등반이 수월했으면 길을 찾기도 쉬웠다.


 



이어지는 나이프 릿지.


 



해뜨기 직전.. 구름이 춤을 춘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터호른의 등산로 상태...


누가 그랬다. 마터호른은 불가사의한 잡석의 덩어리라고...많은 낙석과 단단하지 않은 홀더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코스가 아니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벽이 연이어 있다.


물론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으나 확보를 하게 되면 속도가 반이하로 뚝 떨어지고 여러갈래의 루트들은 등반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힘이 빠지는 원인이었다.



아침 안개속의 마터호른 동벽..


 



구름을 발아래로



구름을 배경으로 한 후배...참 멋있지 않은가? 이맛에 등반을 한다.


 



한걸음씩..


가이드와 일반 등반팀이 달랐던 것은 체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루트의 숙지였다. 마터호른은 국내산과는 달리 루터가 여러개로 나뉘어 있으며 말그대로 어디로든 오를스 있고 실제로 여러곳에 확보를 위한 확보물과 슬링들이 걸려있었다. 가이드들의 이 코스중의 오직 한길..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 한군데로만 다닌다. 그리고 몸으로 손님을 확보보는 바디빌레이를 보기 때문에 일반 등반팀보다는 현저히 빠른 속도로 등반을 마친다.


 



가이드들은 사진의 우리처럼 자기확보와 후등자 확보를 하지 않고 오직 바디빌레이로 신속히 해결하였다.


 



4000미터의 솔베이 대피소를 앞두고...


이구간은 전체 등반루트중 가장 어려운 루트중의 하나다. 하지만 급수로 따진다면 5.8정도..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수 있지만 반드시 확보가 필요하다.



솔베이 대피소에 도착한 대원들...


 


여기서 우리는 결정을 해야 했다. 도착 시간 11시..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직 정상을 왕복하려면 5시간정도 필요하며 그러기엔 하산시간이 촉박하다. 대피소에서 밤을 세울수도 있지만 비상식량도 없이 하룻밤을 지내는 건 위험하다. 어렵게 온 원정..무리를 해서라도 올라가고 싶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


여러가지 의견들을 뒤로하고 대장님이 결정을 내린다.


'전원 하산!!!!!!'


나의 임무는 여러분을 다시 가정에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 우리의 등반은 충분히 즐거웠고 원없이 마터호른을 쳐다 보았다. 2차공격은 내려가서 판단한다.


아쉬운 순간이지만 할수없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명령에 대해서는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어차피 등산은 위험한 놀이,  지휘계통이 서지 않으면 사고가 생긴다.


 



고단한 하산길. 마지막 피치에서 하강준비를 한다.


새벽에 어둠속에서 헤드램프를 밝혔던 그 첫 들머리다. 옆에 고정자일이 있지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우리는 우리 자일로 하강한다.



무척이나 아쉽지만 할수 없다.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훼른리 산장에서 보이는 째르마트


 



담날 아침 일찍 다시 공격을 하기로 결정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마터호른쪽 날씨가 좋지 않다.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2. 폭설


새벽에 산장쪽이 조용한다.


원래 새벽에 아침식사준비를 위해 발전기가 소리를 내는데 오늘은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밖을 보니 눈이 가득하다.


 



간밤에 많은 눈이 내렸다.


 



우박과 함께 쏟아진 눈이 장난아니다.


 



산장에 알아본 결과 등반불가로 판명났다. 정상부에 50cm에 육박하는 눈이 내렸단다.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서둘러 철수를 결정한다.


 



눈내리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첫날의 등정실패가 못내 아쉽고 내리는 눈이 이다지도 원망스럽긴 처음이다. 국내에선 무조건 눈만 오면 좋았는데...


시간이 총알 같은 우리는 등반재개가 기약이 없는 여기를 지키는 것 보다 다음 등반지인 몽블랑으로 서둘러 이동하기로 했다.


 



내 다시 오마...마터호른아..그때까지 잘있어라..

출처 : 히말라야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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