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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밟고 북한산 영봉 가기 (1/7)

박경희 꽃잎처럼 눈 내린다 하얀 신천지가 펼쳐졌다 강아지 꼬리를 따라 뛰어나오는 요정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 찬 마당엔 은하에서 찾아온 눈사람도 보이고 사철나무들 천사의 흰 날개옷 갈아입고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정지된 채 침묵하고 있다 소복 입은 님프들이 모여 소근대는 지붕 위 별나라 사람들의 숨소리만 가득하다 일순, 바람 불어 얼굴에 눈보라 닿아 꿈에서 깨어났다, 오늘이 나의 생일이다 눈처럼 흰 쌀밥 고봉으로 퍼 주시고 보리밥 홀로 맛있다던 어머니 생각난다 순백의 눈같이 풍성한 사랑을 하늘이 나에게 내려주는 이 겨울에 야윈 어머니 얼굴 떠올라 가슴 속 슬픔이 흰 눈처럼 흘러내린다 코스개관: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용덕사-육모정-영봉-하루재-백운2 매표소 (염려보다 춥지 않던 햇살 따뜻한 날, 둘) ..

2025 산행일기 2025.01.11

신년 눈산행을 하다 (대모-구룡산, 1/5)

문정희나는 내 몸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젊은 날엔 내 몸 안에 기운 센 짐승 한 마리 살고 있어 느닷없이 밤에도 울었는가 하면 사흘 낮 사흘 밤을 굶어도 배고프지 않아 우르르 모닥불로 타올랐는데 오늘은 누워도 누워도 더 눕고 싶은 피가 삭은 도사 하나 들어앉아 뜻없는 눈물이나 쫄쫄 떨구고 있으니 나는 이제 내 몸을 믿을 수가 없어요 코스개관: 수서역 6번 출구-대모산-구룡산-염곡4거리 (눈 내리던 춥지 않던 날, 당나귀 6명)  송년산행은 수리산으로 마무리 했고 당나귀 신년산행도 가까운 대모-구룡산에 간다고.비 예보가 있어 조금 염려를 했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범계역에서 총무님, 윤호씨 셋이 만나 인덕원에서 작가님, 신천씨 조인 하기로 했는데 신천씨가 문이 닫히는 바람이 못 탔다. 작가님 당신 때문에 못 ..

2025 산행일기 2025.01.09

걷사모 영천시장에서 인왕시장으로 (12/30)

정희성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空氣)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自由)여.  걷사모 12월 모임을 수산나네 모친상으로 다시 날을 잡아 송년모임이 된 오늘 모임.11시 독립문역에서 7명이 만나 일단 영천시장으로..왜? 꽈배기 떨어지기 전에 가서 다들 한봉지씩 샀다. ㅎㅎㅎㅎ일단 안산 자락길을 우측으로 걷다 바로 무악재 하늘다리로 인왕산으로 넘어간다.너무 짧은거 아니냐니 나와 산양보고 정상 찍고 오라고...됐거든요~철모 오라방 가방이 무지 무겁다. 그 안에 파인애플을 큰통에 싸 짊어지고 왔다.정자를 만나 커피, 꽈배기, 파인애플을 먹고 인왕산도 물론 정..

명화, 과천 매봉을 오르다 (12/29)

고원정누군가가 머물렀다 간 자리는 따뜻하구나. 코스개관: 대공원역-과천매봉-사기막골-정부종합청사역 (춥지 않은 겨울날, 둘)  일욜은 장공주와 산행 하기로 한 날인데 감기때문에 연 2주 결석.혹시나 해 명화에게 물어보니 선약이 없다고 해 산에 가기로.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과천 매봉을 잘하면 갈 수도 있을것 같다.10:30 대공원역에서 만나는데 역사 안에 코스프레 준비하는 청춘이 한가득이다.오늘 무슨 모임이 있는것 같다.명화는 새로 산 몬츄라 등산복을 안 입고 왔네? 오늘 코스는 초장 계단을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평탄한 길이다.헌데 막판 정상이 가까워지만 다시 가파른 길이다.염려했던 대로 점점 자주 쉬는 명화.그래도 무사히 정상을 찍으니 감개 무량하다.욕심 같아서는 청계산까지 가고 싶지만 업다운에 약한 ..

아작산 봉화산 동행길 걷기 (12/26)

김지하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받으면 굴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11월 남산 걷기하고 잡은 오늘.홈지기는 오마니 골절로 입원해 못 온다고 하고 심심이도 무릎이 아프다고 하고 송죽은 사정상 빠진다고 하고 당일 산나리까지 오마니 병원에 모시고 왔는데 환자가 밀려 못 온다고...12월 명화를 위해 봉화산 가기로 해 일부러 답사까지 했는데 기운이 좀 빠진다.일단 망우역에서 내려 2차 접선 장소인 중랑구청으로....명화는 배 고프다고 붕어빵 사서 먹고 나도 줘서 먹고 있으려니 황작가 합류. 중랑구청 뒤에서 무장애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면 부담도 없고 좋다.오늘 추울줄 알았는데 의외로 춥지 않고 햇살이 따뜻해..

크리스마스를 친구와 함께 (12/25)

정호승 청년은 기다림을 굽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쪼개 추운 드럼통에 불을 지피며 청년이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투 깃을 올리고 종종걸음 치는 밤거리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조약돌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청년이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기다림이 첫눈처럼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청년은 지금 불 위의 고구마처럼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온몸이 딱딱하고 시꺼멓게 타들어가면서도 기다림만은 노랗고 따끈따끈하게 구워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구워진다는 것은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이다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 맛있어본 적이 없었던 청년이 다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 젓가락으로 쿡 한번 찔러보는 것은 사랑에서 기다림이 얼마나 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