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모 송년모임 (12/17) 두 개의 입술 - 조원(1968~ ) 바람이 나무에게 말하고 싶을 때 나무가 바람에게 말하고 싶을 때 서로의 입술을 포갠다 바람은 푸르고 멍든 잎사귀에 혀를 들이밀고 침 발라 새긴 말들을 핥아준다 때로는 울음도 문장이다 바람의 눈물을 받아 적느라 나무는 가지를 뻗어 하늘 맨 첫 장부터 마.. 산 이외.../2016일기장 2016.12.18
서대문 안산 자락길 가기 (5/28) 노는 별들아 - 이승훈(1942~ ) 시시덕거리며 노는 별들아. 닥닥거리며 엄마 찾아 달려가는 아기 별, 감자 먹고 방에서 자는 아빠 별, 여름밤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였네. 너희는 볕만 내리쬐는 더위는 몰라. 밤하늘이 온통 수박밭이고 참외밭이야. 몰래 들어가 수박 따 먹고 참외 따 먹는 밤, ..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5.28
철사모 힐링 여행 (4/23~24) 얼마나 좋은지 -타데우시 루제비치(1921~2014) 얼마나 좋은지 숲에서 산딸기를 주울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숲도, 산딸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나무는 더 이상 그늘을 드리우려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너와 함께 있으..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4.24
버스데이 파리 하기 (2/27~28) 인기척 천수호(1964~ ) 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 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3.08
김영혜 몸+몸 전시회 (2/20) 벗는다는 것 -이채민(1957~ ) 잠시 다니러 온 어머니의 몸 씻기려 하는데 어머니는 벗지 않으려 완강하게 버틴다 늙은 여자의 옷 벗기는 일이 이토록 힘이 드는데 남자들은 집에 있는 여자 밖에 있는 여자 젊은 여자 나이 든 여자 때를 놓치지 않고 잘도 벗기고 어루만져 그 덕분에 지구는 ..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2.21
여산 사진으로 본 제주여행 모래의 여자* - 이송희(1976~ ) 남자는 길앞잡이 벌레를 찾아 나선다 빛도 없고 벽도 없는 그 황량한 미궁 속 옹글게 버틴 시간 망루를 향하고 저어기 문이 보인다 꿈이 보인다 그러나 여자의 캄캄한 모래 웅덩이 속 차가운 자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삶은 어쩌면 끝없이 암호를 풀어 가는 ..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1.12
철사모 제주 여행기 2 (1/3~5) 토우 - 권혁재(1965~ ) 평택 삼리에 비가 내렸다 저탄더미 속에 들어간 빗물이 검은 까치독사로 기어 나왔다 석탄재 날린 진흙길 따라 드러누운 경부선 철길 나녀가 흘린 헤픈 웃음 위로 금속성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차가 얼굴 붉히며 지나갔다 한 평 쪽방의 몇 푼어치 사랑에 쓸쓸함만 더..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1.10
철사모 제주 여행기 1 (1/3~5) 팝콘 - 유종인(1968~ )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캄캄했을 때 창문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하략) 극장에 가면 꼭 팝콘을 삽니다. 영화 보.. 산 이외.../2016일기장 201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