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192

파리 마지막 날 (4/7~8)

구재기  쓰디쓴 고들빼기가 아직도 산과 들에 절로 남아 자라고 있었던가 아내는 구드러진 비닐주머니를 챙기다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부추기며 연신 고들빼기를 꺼내어 다듬었다 쓴맛이 살아 있어 입맛을 돋군다지만 고단한 장바구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내는 땅의 높고 메마름이 힘에 겹다면서 고들빼기의 곧은 줄기에도 가지가 많이 돋아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수산나는 어제 안 산 한국 공예품이 마음에 걸린다고 방브마켓을 다시 간다고 했고 하늘은 라발레 아울렛을 한번 더 가본다고 한다. 리사는 다리에 신호가 와 오늘은 쉬어야 할것 같다고.아침으로는 미역국과 어제 남은 전으로 아침을 먹고 수산나네와 우리 출발.  전철역에서 반대편 방향에서 전철을 타는데 오늘이 파리 국제 마라..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6 (방브마켓, 블로뉴숲, 4/6)

​    서희​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 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 소풍날? 예외 없었지 몇 천 원 쥐어주고 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 참 많이 허전했던 어린 날의 그 소풍 길 어쩌다 김밥 먹을 때 괜스레 찡한 눈 끝 무럭무럭 나는 크고 어머니는 늘 제자리 어느 하루 주방에서 김밥을 고이 말아 첫 번째, 가장 따스한 한 끼 식사 대접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남은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었고 오늘도 김밥을 싸기 위해 하나는 냄비밥을 하니 누룽지가 생겨 숭늉까지 마시고 김밥 싸고 8:30 출발.  전철을 타고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하니 몽파르나스 센터에서 점심 먹을때의 분위기와 달라 마치 처음 오는듯 하다.여기서 우왕좌왕 하다 무사히 방브마켓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에서 음료수..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5 (따로 또 같이, 4/5)

이상교 작고 귀여운 걸 보기만 하면 우리집 고양이 생각이 난다. '우리 쪼꼬미만큼 예쁘네!' 속으로 말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강아지, 예쁘지?" 하고 물으면 웃음이 난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난다. '야, 우리 고양이하고는 비교도 안된다!' 친구가 속상할까 봐 속으로 말한다. 우리 쪼꼬미, 정말 예쁘다  오늘은 리사가 권선배네 집에 가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 왜? 리사네 동생팀 파리 인 하는날 권선배가 지방 출장을 가신다고. 그래서 오늘은 각자 하고 싶은걸 하기로 했는데 하늘은 도서관과 미술관을 간다고 하니 수산나는 미술은 이제 그만 보고 쇼핑을 한다고.아침은 떡국을 먹었고 특별한 계획이 없는 난 하늘 일정에 숟가락만 얹기로 했다.수산나와 오후에 파리 식물원에서 만나기로 해 하늘이..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4 (오베르쉬르우아즈, 유람선 타기, 4/4)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

먼나라 이야기 2024.05.11

다시 파리 3 (지베르니, 4/3)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없다 했느냐 잠간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했는데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도 햇살 한줌 머무르는 변두리 골목 귀퉁이를 데우는  너는 하늘의 눈물로 키우는 꽃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밥 한솥은 김밥을 쌌고 미역국과 김치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지베르니 가는 열차 타러 생 나라즈역 찾아가기. - 생 라자르역 생라자르역을 찾아 나가는데 계속 같은 곳을 돌았다. 밖에 나가서 찾고 보니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멀지 않는 곳을 생쑈를 하며 비가 철철 내리는 역을 찾아서 무사히 기차 탑승.사람 많다더니 헐렁하기만 하다. 날씨 탓인가?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니 9시가 조금 지났다. 모네의 집까지 가는 버스와 꼬마기차가 있다. 둘다 가격은..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다시 파리 2 (권선배 집, 미라보 다리, 4/2)

김귀녀 철조망을 타고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 으아리꽃  온 동네 사람들  무슨 꽃이냐고 물어온다  낯모르는 사람도 이 꽃이 무슨 꽃이냐고  산기슭 양지에서  등불처럼    계곡을 밝히는  으아리꽃이라고 얘기해도 고개만 갸우뚱  의아해 하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커다랗게 피어 꼬불꼬불 줄기 따라  세상을 밝힌다  다시 찾아온 오월에  아리따운 영혼으로  오늘 아침은 남은 고기로 국물 내서 떡국을 끓였는데 하늘이 계란 지단까지 붙여 올려준다. 졌다~잘 먹고 점심초대를 받은지라 막간을 이용해 파리에서의 미션 해결하러 가기.  - 라파예트 백화점 오픈런으로 ㅅ매장에 들어가니 한국 직원을 불러준다.덕분에 의사소통에 장애 없이 무사히 미션 클리어.그새 하늘은 아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샀는데 한국보다 안 싸다고 해서..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다시 파리 1 (라발레 아울렛, 4/1)

전봉건 무언지 눈이 부신 듯 수줍어만 하는 듯 자꾸 마음이 안 놓이는 듯 바쁘고 그저 바쁜 듯 마치 새옷을  입으려고 다 벗은 색시의 샛말간 살결인양!  오늘 아침은 조금 천천히 일어나도 되는데 습관이 되 (아참 3월말 섬머타임으로 1시간이 빨라졌다. 새벽 2시에 시간이 바뀌었다고) 7시 기상해 어제 남은 고기에 밥을 두솥 했는데 남아 그 밥을 볶고 계란 후라이까지 얹어서 밥 먹고 9:30 출발.  - 라발레 빌리지  나비고 1주일 충전을 하고 환승해 오늘은 역은 잘 내렸는데 반대편으로 나가 잠시 헤매다가 (역 밖 풍경이 낯설었다) 정신 차리고 나가 아울렛에 가니 그새 관광 인구가 많아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아무튼 지난번에는 폴로에서 내 옷만 샀는데 마..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다시 파리로 (리옹~파리, 3/31)

박정만 등꽃 아래 앉으면 보랏빛 눈물, 시름 곁에 앉으면 다시 또 시름의 눈물, 그때는 왜 그렇게 눈물이 흔했는지 몰라. 한 모금의 소주와 푸르게 넘쳐나는 정열의 돛폭 높이 달고 한숨의 떼 무리지어 밀려올 때도 마음(사랑의 마음) 금쪽같이 금쪽같이 나누어 썼네.  오늘 리옹을 떠나는 날이지만 점심 기차라 오전이 애매하다.짐들 들고 멀리 다닐 수 없고 거기에 비도 내리는 상황.첫날 못 간 떼뜨 도흐 공원을 가기 위해 7시 아침을 먹고 나섰다.  우산을 쓰고 일단 다리를 건너 차에서만 보던 쇼핑센터로 보이는 공원에 인접한 곳을 가니 아침 일찍이라 한갖지다.우리가 첫날 간 입구가 정문은 아닌것 같아 다른 문을 찾아 공원 밖으로 한바퀴 뺑 돌았다.제일 화려한 문이 정문인것 같았고 그 길 건너 회전목마도 있는걸 ..

먼나라 이야기 2024.05.08

남프랑스 9 (리옹, 3/30)

석민재 내가 던지고 내가 받는쌍욕이다네가 던져도 내가 받는 모욕이다돌리고 돌리고 돌리다 보면칭찬 같은 치욕이다 일출에서 일몰까지어느 고리에 내 모가지를 걸어야 할까망설이는 순간이 무덤이다무덤인 줄도 모르고 파는 우물이다아나, 마셔라!바가지째 들이켜는 굴욕이다대머리를 가리려고 쓴민머리 가발이다  8시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니 그중 조식이 부실하다. 부실한대로 배를 채우고 9시 출발하는데 오늘도 하루종을 비 예보가 있고 날씨도 쌀쌀하다. 오늘도 나는 리사 잠바 빌려입고 출발.  아침 일단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니 어제 숙소에 올 때 탄 동네다.어제 못 본 성당을 잠시 둘러 보았다. 그리고 지하철 역으로.  지하철에서 사진 찍는 우리는 본 현지인지 단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해 덕분에 이런 저런 사진 찍고 지하..

먼나라 이야기 2024.05.06

남프랑스 8 (니스~리옹, 3/29)

박유라봄비, 희고 조그만 이빨을 반짝인다푸르스름 안개가 피어 오르는저녁 식탁 위능선들이 부드러운 산윗입술과 아랫 입술 사이목젖을 간당거리며햇마늘 밭을 씹고 녹차 잎 새순을 씹고강아지 한 마리 조용히 눈 감는저 아슬한 길 끝연둣빛 바다 잘근잘근속절없이 부서져 내리는 봄,사이렌이 내 입속 노랗게 중앙선을 끌고 간다  오늘 5시 기상. 아침에는 어제 남은 닭백숙에 쌀을 넣고 끓이 닭죽 먹기.짐싸고 체크 아웃하고 나오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 좀 안 갖고 다니고 싶은데 우산 쓰고 역까지 걷기.무사히 기차 탑승.  기차는 11:40 리옹 도착 예정.아침 일찍 죽만 먹은지라 점심으로 빵, 바나나, 삶은 계란, 귤 등을 싸가지고 와 기차에서 먹기.내 옆자리 사람이 내리고 젊은 청춘이 탔는데 냄새 난다.그나마 ..

먼나라 이야기 202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