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천사표 지리 (12/27~29) 어찌할 수 없는 소문 - 심보선 (1970 ~ ) 나는 나에 대한 소문이다 죽음이 삶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불길한 낱말이다 나는 전전긍긍 살아간다 나의 태도는 칠흑같이 어둡다 오지 않을 것 같은데 매번 오고야 마는 것이 미래다 미래는 원숭이처럼 아무 데서나 불쑥 나타나 악수를 권한다 불쾌하기 그지없.. 산행기/2010산행기 2011.01.04
고회장표 지리 (12/27~29) 금연 포기 - 김중식(1967∼ ) 다리 꼰 조개가 숯불 위에서 처녀 역사(力士)처럼 지붕을 들어올리고 있다. 속을 끓이고 있었다는 거다. 만년설 지구 지붕이 구름에 턱 괴고 모자 벗어 인사하는데 오랜만에 찾아오신 깨달음 하나 즉, 피는 것도 집착이지만 끊는 것도 집착! 뭔 삶을 그리 .. 산행기/2010산행기 2011.01.04
여산표 지리 (12/27~29) 반뼘 - 손세실리아(1963∼ ) 무명 록 가수가 주인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기울기가 현저하게 차이지는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은퇴한 록밴드 출신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 산행기/2010산행기 2011.01.04
세석에서 지리를 떠나며.. (12/29) 벽소령 내음/이성부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족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 산행기/2010산행기 2011.01.04
미완의 지리 종주 (12/27~29) 지리산에 전화를 걸다/손 택 수 지리산에 전화를 건다 아마도 진달래 수달래 꽃물결 짜하게 번져있던 칠선계곡 어디쯤, 아님 물안개를 속곳처럼 아슬하게 걸쳐서 뽀얀 살결이 드러날까 말까 넋을 잃기 좋았던 선녀탕 부근? 산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본다 나는 누군가와 늘 통화중이었지.. 산행기/2010산행기 2011.01.04
은계언니와 모락산 가기 (12/26) ‘보졸레 누보’-최금녀 단단하지도 폭신거리지도 않는, 외로움으로 얼얼하지도 않는, 이내 내리는 저녁의 애달픔도 없는, 오래 견딘 관절들의 신음도 깜박 잠이 든, 있어야 할 것 모두 제자리에서 꿈을 꾸고 있는,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고요를 덮고 누운.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 맛과 향기와 빛깔과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26
한남금북정맥 이어가기 (수레너미재-분젓치, 12/19) 자라를 기다리며 - 송창우(1968∼ ) 비 갠 여름 아침 깨어진 굴뚝 틈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기 속에서 자라 한 마리가 납작 기어나왔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이장선거에 나가 이장이 되고 나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대기로 찌르고 발로 툭툭 찬 죄로 형은 오후 내내 쇠꼴을 두 지게나 베는 벌을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20
영등회 송년산행 (관악산, 12/15) 절간 이야기 -조오현(1932~ )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덩굴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16
징안산 찍고 집으로~ (12/12) 반뼘 - 손세실리아(1963∼ ) 무명 록 가수가 주인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기울기가 현저하게 차이지는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날 은퇴한 록밴드 출신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16
선각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덕태산, 12/11) 병풍 - 김수영 (1921 ~ 1967)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하다 주검의 전면 같은 너의 얼굴 우에 용이 있고 낙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 할 것이 설움이라고 하면서 병풍은 허위의 높이보다 .. 산행기/2010산행기 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