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21일기 6

동대문 시장 패키지 걷기 (북촌~동대문, 12/18)

백석 처마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별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코스개관 : 안국역 1번 출구-북촌-삼청공원-말바위-와룡공원-혜화문-낙산-동대문 종합시장 (오전에 쌀쌀한 날씨가 풀리고 저녁 눈 내리다, 다섯) 간세 인형 다음에 할 미션으로 뜨게질을 하자고 했다. 모자를 뜨자고 하니 실용성 있는 가방을 뜨자고 해 동대문 종합시장에 같이 가기로 했다. 헌데 이런데 등산복 입고 가면 무시 당한다고 평상복으로 가자 해서 잡은 코스로 안국역에서 만났다. 어제 바람 많이 불고 추웠기에 다들 중무장을 하고 안국역에 모였다. 안국역 언저리가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제주 즐기기 1 (우도 올레길 걷기, 12/13)

김미혜 "이거 진짜예요?" 엄마는 참기름 살 때 꼭 물어보아요. 참깨, 참쑥, 참취, 참꽃, 참나무, 참나물, 참숯, 참빗, 참나리, 참비름, 참개암나무, 참새, 참게, 참매미, 참개구리, 참다람쥐, 참당나귀, 참치, 참붕어, 참조기, 참가자미, 참말, 참뜻, 참사람, 참소리, 참값… "참'이란 뜻을 가진 낱말 이렇게 많은데 이름처럼 참된 것들 얼마나 있을까요? 참! 일정: 6:45 비행기-제주공항-성산포항-우도 하우목동항 (11:20)-우뭇개-천진리-우두봉-우도등대-검멀레 해수욕장-비양도 입구-하고수동 해수욕장-오봉리사무소-하우목동항 (15:20) 한라산을 가기로 해 날짜를 잡았고 비행기표, 숙소는 남편이 예약을 했다. 4시 일어나 예약한 공항 행 첫 리무진을 타고 공항 도착해 배낭을 지고 비행기를 처..

길상사 꽃보러 갔으나 (9/24)

허영자 겸손이란 참으로 자신 있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인격이다. 자신과 자부심이 없는 사람은 열등의식이나 비굴감은 있을지언정 겸손한 미덕을 갖추기 어렵다. 겸손은 자기를 투시할 줄 아는 맑은 자의식을 가진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이다. 자기의 한계를 알고 한정된 자신의 운명과 우주의 영원무변성과 대비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진 사람만이 겸손할 수가 있다. 또한 겸손은 생명 있는 모든 것, 혹은 무생물의 모든 것까지 애련히 여기는 마음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그들의 존재함에 대한 외경심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뜻, 옆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모두 스승으로 삼아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겸허함을 가진 이의 삶은 경건하다. 경건한 삶을 사는 사람은 함부로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함부로 속단하지 않으며, 운명을..

하늘 미리 버스데이 파리 (9/14)

오소후 헛간 벽이면 어때요 덩쿨손 뻗어 가겠어요 작년 고추모지지대가 한 웅큼 걸린 헛간 벽이면 어때요 아름답고 어여쁜 이파리를 걸어 두겠어요 나서야 할 공간이 오로지 헌 벽 뿐이라면 그곳 울음 지운 미소 빨간 물결 흘러가게 하겠어요 이 헛간을 독락당이라 이름하고 싶어요 나의 기쁨이 그대의 기쁨도 되었으면 추석 전이 하늘 생일이다. 예전 케잌 주문할때 하늘 생일 축하라고 써 달라고 하니 개천절이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장소는 '디라이프스타일 키친 광화문점'을 예약했다고 한다. TV에도 방영됐고 몇번 와봤는데 다들 만족도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오늘은 며늘 생일이라 음식을 해다주고 싶어 미역국. 불고기, 나물 등을 없는 실력에 준비해 나오는길에 가져다주고 서울역에 내리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노느니 서..

생일을 빙자한 모임 (2/1)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옛 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 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 황사모 멤버 증 순한공주도 만날 겸 인사동 조금에서 넷이 만나 이른 점심을 먹고 걷다 특이한 전시회가 있어 들어가 봤다. 홍승태 작가의 하이퍼 팝아트 라는 생소한 장르. 일단 시각적으로 예뻐 좋다. 사진 찍어도 된다고해 찍고 한바퀴 돌고 청계천으로 가다 이디야에서 커피 마시기. 지난 화욜 헌혈하..

남산 걷기 (1/14)

윤성택 오후에 내린 눈은 누군가에게 첫길을 내준 뒤 단단히 얼었다 신발자국은 토기 속 빗살무늬 같다 뒤뚱뒤뚱 걷다가 그만 털썩 손을 짚는다 번들거리는 빙판은 저릿하리만치 단숨에 손금을 읽어낸다, 창피하다 나는 뒤늦게 흰 눈을 밟고 나갔다가 검은 밑창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빙판이 미끄러운 것은 첫발자국의 내력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허둥지둥 일어나 바지에 묻은 발자국을 털어낸다 함부로 지나쳤던 길이 이 길만 같아 자꾸만 한쪽이 아프다 얼마나 뒤돌아봐야 할까 가던 길을 더듬어와 떨어뜨린 열쇠를 훑는다 어느새 눈은 휘몰아쳐 내리고, 희미하게 잠긴 어둠은 불빛으로 하나둘 열린다 새로운 유물이 출토되는 빙판 속 발자국이 성큼성큼 걸어나온다 겨울산행이 부담스럽다는 하늘을 위한 걷기. 오랫만에 남산을 걷기로... 출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