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땅끝가기 (제안고개-도갑사, 3/3)

산무수리 2013. 3. 12. 23:58

불혹 - 김세완(1953~ )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 것.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갈 것. 꽃·나무·바다·하늘·애인·햇살 같은 희망적인 어휘는 버리고, 침묵·허무·술잔·절망·이별·권태 같은 쓸쓸한 어휘에 익숙해질 것. 어깨는 바로 펴고 시선은 전방을 향한 채 걸을 것. 닳은 구두 뒤축을 탓하지 말고, 한 벌뿐인 양복을 탓하지 말고, 양심을 탓하지 말고, 빈 주머니를 탓하지 말고 가급적 큰 소리로 웃을 것. 그러다가 불면에 잠 못 이루고 남몰래 술잔을 기울이는 밤이면 그때는 뒤를 돌아다볼 것.


시간이 느리게 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른이 되고 싶은데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더디게 더디게만 가던 시간이 어느새 흘러서 그 나이를 훌쩍 지났다. 내가 스물일곱에 김세완 시인을 처음 만났으니 좀처럼 말이 없던 그가 꼭 불혹 언저리를 지나고 있었을 때다. 마음이 흐려서 무엇에 홀리기 쉽다는 그 나이를 향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희망적인 어휘는 버리고 쓸쓸한 어휘에 익숙해지라고. 비굴하게 살지 말고 어깨를 펴고 비루한 현실을 탓하지 말고 가급적 큰 소리로 웃으라고. 그래도 잠 못 이루고 쓸쓸히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가 있거든 그때 비로소 손을 내밀라고. 소박하고 쓸쓸한 자기 암시, 그 시절 지나오느라 힘들었을 게다. 오늘밤, 미혹되지 않으려고 불혹과 씨름하는 이들과 그 나이를 지나온 사람들과 둘러앉아 큰 소리로 웃으며 술 한잔 나누어야겠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산 행 일 : 2013. 3. 3 (일, 맑음), 당나귀 회원 13명,

산 행 길 : 제안고개 - 벌뫼산( 465m) - 밤재 - 월각산 갈림길 - 월각산( 456m) - 월각산 갈림길 - 주지봉 갈림길( 330m) - 도갑재 - 도갑사 주차장 약 14,3km, 약 6시간 30분

 

 

 

 

 

 

 

 

 

 

 

 

 

 

 

 

 

 

 

 

 

 

 

 

 

 

 

 

 

 

 

 

 

 

 

 

 

 

 

 

 

 

 

 

 

 

 

 

 

 

 

 

 

 

 

 

 

 

 

 

 

 

 

 

 

 

 

 

 

 

 

 

산행기도 못 올렸는데 곧 다음 산행이 다가온다.

사진이라도 올려야겠다...

 

-작가님, 까멜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