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이정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 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 속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지금 내 안에는
그대보다 더 큰 사랑
그대보다 더 소중한 또 하나의 그대가
푸르디푸르게 새움을 틔우고 있는데
비산동 주공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비가 오면 우산도 대신 가져다 주고 운동회날은 음식도 준비해주던 이웃사촌들.
주공은 재건축 되 철모는 그 자리에 살고 강모는 박달동으로 이사갔고 나는 평촌에서 살고 성모는 평택에 산다고 했다.
연 1, 2회 철모와 강모는 만나기는 했지만 성모는 인편으로 소식만 들었다.
당나귀 총무님 귀금속 사업을 접는다고 해 농담으로 그럼 금도 세일 하냐고 하니 진짜 한다고?
화욜 조기 퇴근 해 들려보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고...
나도 반지 하나 사고 비산동 멤버도 여인들인지라 혹시나 해 세일 소식을 전하니 반갑다고 올해가 가기 전 얼굴 보자고 해 갑자기 제일 추운 날 번개로 만나기로 했다.
7시 비산동 "그대와의 작은공간" 이라는 지하에 있는 식당인데 넓고 붐비지 않고 가격도 착하고 한마디로 모임하기 좋은 장소인걸?
가보니 생각지도 못한 성모도 와 있다. 손주들 보느라 안양으로 이사 왔다는데도 전화 연락도 잘 안되는 사람인데 오늘 연락하니 밥 하다 말고 뛰쳐 왔다고.
밥을 내가 사려고 했는데 오랫만에 왔다고 성모가 밥값을 냈다.
즐겁게 먹고 와인도 마시고 사는 이야기 나누기.
결론은 아프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시간 날때 얼굴도 보고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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