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땅끝에 다시 서다 (병동리-세류촌임도, 1/20)

산무수리 2013. 1. 22. 22:59

소 - 김기택(1957~ )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김기택 시인의 새 시집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오래전에 읽은 ‘소’가 생각났다. 그의 시에서 자주 사람은 사물이 되고 사물은 사람이 된다. 그 뒤섞인 반인반물(半人半物)의 일그러진 틈으로 비어져 나오는 무엇을 느낄 때 그의 시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시에는 유독 갈라지고 터지고 벌어지고 찢어지는 것이 많다. 그가 자주 쓰는 말에 ‘단단하다’가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아스팔트는 단단하고, 그것은 갈라진다. 풀줄기, 아니 물줄기에 의해서(‘풀’). 풀줄기와 물줄기는 ‘ㅍ’과 ‘ㅁ’을 빼고는 같다. ‘ㅍ’은 새거나 흩어지고 찌르며, ‘ㅁ’은 뭉치고 말랑말랑하며 구른다. 그래서 소는 끝없이 풀줄기를 씹어 짓이기고, 아스팔트는 물줄기에 갈라진다. 그의 시에서 풀줄기와 물줄기는 서로 몸을 바꾼다. 소는 질긴 그것에, 물줄기는 단단한 그것에 집요하게 내상을 입힌다. 그 갈라진 틈으로 시가 비어져 나온다. 엉뚱하지만, 김기택 시인은 ‘소’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그 소는 ‘말’이라는 ‘껌’을 끈질기고도 줄기차게 씹는다.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산 행 일 : 2013. 1. 20 (일)

코스개관: 병동리 - 운곡리 - 바람재 - 노적봉( 끝분기봉 : 434m) - 각수바위(515m) - 유치재 임도 - 소반바위산(493m) - 삼수락재 - 폐임도 - 384m봉 - 세류촌 임도 - 820도로 (17km, 10:50~18:00)

날씨: 입춘같은 대한

멤버: 당나귀 10명

 

당나귀 신년산행은 얼굴 부상으로 빠졌다. 광양 백운산 구간이었는데...

호남정맥 2구간은 꽃피는 봄날 완성한다고 하고 지금부터는 땅끝이라고 한다. 월출산은 미리 했는데 이때도 사정상 결석.

오랫만에 가니 산에 가 계란도 얻어 오고 재주가 좋다고...

얼굴 부기는 다 빠졌는데 정통으로 맞은 광대뼈 부기는 가시지 않아 계란 한알 얻어 놓은것 같아 놀리느라 하는말.

차 안은 10명. 헐렁하다. 일단 잤다.

여산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산행기점인 병동마을 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 큰 버스로 한바퀴 돌고 겨우 도착.

막상 산행 기점까지 차가 못 들어간다고 내렸는데 그새 길이 확장되 충분히 버스 다닐 수 있는길. 아깝다...

산행기점은 들꽃향기라는 팬션 바로 뒤. 무박으로 할때 이 첫구간 초장 알바 하던 곳이다.

 

 

 

 

 

 

 

 

 

 

 

 

 

 

 

 

 

 

 

 

 

 

 

 

 

 

 

 

 

 

 

 

 

 

 

 

 

 

 

 

 

 

 

 

 

 

오늘 대한이라는데 입춘 날씨같다.

눈은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아이젠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후미로 호남정맥 갈림길인 노적봉 겨우 도착. 사진 찍고 고고씽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급경사 눈길 내리막.

눈길에서 한번 넘어진 후에는 눈이 무섭다. 버벅대며 기어 내려가니 점점 더 발걸음이 느려진다.

무사히 내려서고 가로지르고 또 기어 오르고...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기분 상쾌하다. 여기서도 한번 알바를 했던 곳 같은데 아무튼 옆으로 돌다보니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길.

내려가서 보니 예전 대나무가 눈때문에 누워있어 기어 가던 길이다.

오늘은 이 구간을 통과해 반대로 들어가보니 눈이 없어 제대로 잘 서있는 대나무들. 대숲 안 삼거리에 이정표까지 해 놓았다.

 

각수바위에 올라가서 밥 먹자는 회장님말을 단체로 무시하고 따뜻한 묏등에서 점심 먹기.

햇살 좋고 편안하다. 오늘 생일이라는 신천씨. 미역국 싸 가지고 산으로 온 정성. 거기다 저녁까지 쏜다고....

화기애애하게 점심 먹고 각수바위로 출발.

무박에서 일출 보던 각수바위. 환할때 보니 눈에 잘 들어온다.

각수바위 지나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길 같지도 않은길 내려섰다 다시 옆으로 가로지르는 길.

나를 포함해 여러명이 이곳에서 땅을 샀다.

아무튼 앞사람 눈 발자국을 따라 힘겹게 길을 걷는다.

오늘 잡목이 많아 여기저기 할키고 난리다. 헌옷 입고 오라던 총무님, 정작 본인은 새옷 입고와서 튀는 작전이라나 뭐라나?

 

임도인데도 잡목과 가시가 많아 성가신 비슷비슷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선두 이대장, 정임씨는 내달려 보이지도 않는다. 바로 뒤 하니 2인조와 작가님이 뒤따르고 후미백성은 늘 힘겹다.

경치도 별로고 힘도 들어 사진 찍을 새도 없다.

후미에서 잠깐씩 간식 먹으며 쉬어주어 그나마 견딘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얼마 전 칠순 지내신 큰오빠. 이 나이에도 하루가 다른데 대단하신 큰오빠다.

이 길 스틱도 없이 앞뒤로 종횡무진 사진 찍는 작가님은 설명이 필요없다.

회장님 뒤로 따라가면 길을 내주며 진행을 해 훨씬 수월하다. 이 한몸 끌고 가기도 힘든데 전공 살려 길까지 내다.

그러면서 땅까지 왕창 사는 회장님. 오늘 하도 많이 넘어져 재벌 판도가 바뀔것 같다 웃었다.

 

철탑이 보인다. 거의 끝인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서너너덧 봉우리 넘어야 한다고...

사람의 기억력은 참 믿을게 못되는것 같다.

눈이 녹아 신발은 젖어 버렸다. 그나마 춥지 않아 발은 시리지 않다.

몇군데 빼고는 다 초행인것 같은 치매 수준의 기억력.

드디어 임도가 나왔다. 임도에서 앞에 보이는 능선을 넘는 길이 땅끝인데 이길도 그지 같고 넘는 길이 힘든건 기억이 난다.

다행히 여기서 임도따라 하산한다고...

양쪽 임도에서 왼쪽 길로 20여분 내려서니 버스가 보인다. 어찌나 반갑던지...

6시. 랜턴 켜지 않고 하산 완료.

진작 와 있을줄 안 선두 대장이 안 보인다. 능선을 넘어서다 이건 아닌것 같아 되돌아 오느라 시간이 지체 되었다고....

아무튼 무사 하산해 나주로 출발.

하얀곰탕 찾아가는데 여기가 더 맛있다고 택시기사 추천해 가 보니 기사님 마눌님이 근무하는 곳이라고... ㅎㅎ

수육에 곰탕 시켜 푸짐하게 베터지게 밥 잘 먹고 차 타고 취침모드로 출발.

휴게소 한번 쉬고 3시간여 만에 평촌 입성. 아자~

첫구간이 무사히 끝났다. 행복하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