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밥 - 이상교(1949~ )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 와서
먹고,
참새가 먹고 남긴
밥은
쥐가 와서
먹고,
쥐가 먹고 남긴
밥은
개미가 물고 간다.
쏠쏠쏠
물고 간다.
참 편안하다. 그러나 막상 시를 옮겨 적어놓고 보니 할 말이 없다. 왜일까…. 옛 이야기의 ‘꽁지따기’가 떠오르고, ‘길로 길로 가다가’가 떠오르고, 조 한 알을 가지고 쥐를 거쳐, 고양이를 거쳐…. 결국 정승집 딸한테 장가가기에 이른 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시린 초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매어 달린 까치밥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느 겨울 아침 오랜만에 상에 올랐던 갈치, 밥알에 섞여든 그 가시를 반가워하던 ‘재동이’가 떠오른다. 고구마 자루를 드나들던 고 조그마한 생쥐의 말간 눈과 앙증맞은 귀가 떠오른다. 나무 널 밑으로 어기영차 알을 메고 나뭇잎을 메고 끝없이 가던 개미의 행렬이 떠오른다. 장날 신작로를 따라 보따리를 이고 가던 아랫마을 아주머니들의 행렬이 떠오른다. “그려이?” “저런, 어쩌끄나!” 사투리가 들려온다. 그예, ‘쏠쏠쏠’에 눈이 머문다. 쏠쏠쏠, 쏠쏠쏠 자꾸 되뇌어 본다. “다 먹었다!” 빈 밥그릇을 들어보이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산행일: 2013.2.3 (일)
코스개관: 820도로(세류촌)-계천산-노룡재-국사봉-가음치 (10:35~17:10)
멤버: 당나귀 12명
날씨: 흐린 겨울날. 산행 끝나자마자 내리는 비
새벽 일어나 반찬이라도 해 싸가려는데 어지럽다.
반찬을 포기하고 누룽지 끓어 먹고 약을 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부터 총무님이 차로 픽업해 주신다고...
5:45 집앞에 서있으니 경림씨, 까멜을 태우고 왔다.
버스 타는곳 근처 공원 주차장에 내렸다. 저녁때 눈 오는데 평지에 차를 가져다 놓겠다는데 설마 하며 우리 셋이 말렸다. (어찌 될 줄도 모르고...)
버스가 15분 정도 늦었다. 버스를 타니 1여년 만네 상큼이가 있다. 정말 반가웠다.
일단 잤고 여산 휴게소에 쉬고 다시 출발해 산행 장소 도착하니 10:30.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 일단 디카 까멜에게 맡겼다.
여기까지 까멜 작품
오늘 코스는 골프장을 한바퀴 크게 도는 코스.
이 길은 생각 나는 구간이 많은데도 생각보다 기억에 없는 길은 아주 길게 느껴진다.
오랫만에 온 상큼이는 처음엔 아주 잘 온다. 난 컨디션이 안 좋아 뒤쳐질까봐 중간 즈음에서 앞사람을 쫓아 가는데 그나마 다행은 걷는데는 지장이 없다.
걸을 팔자인것 같다.
총무님이 앞에서 전지가위로 잡목 끊어 주고 칡 줄기 잘라줘 가면서 가고 회장님은 큰 나무를 치워주며 길을 내 주어서인지 지난번 보다는 조금 덜 찌른다.
그런데도 여기 저기 나무에 머리를 몇번이나 박았다.
골프장을 원경으로 보고 걷다 골프장에 점점 가까워지는데도 참 멀다.
초원지대를 지나고 길도 없는 대숲을 헤치고 나간다. 와호장용 영화찍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아무도 안 걸리고 무사히 대숲을 빠져 나가는게 더 신기하다.
대숲 지나고 넓은 공터의 이정표에 탐진강 발원지. 발원지에서 인증샷 찍고 능선을 넘어가니 나오는 골프장 정문.
정문 바로 앞을 가로질러 골프장을 왼쪽으로 끼고 걷기. 골프공 홀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리는 거리.
넘어가면 곧 밥 먹을 자리가 나올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주 멀게 느껴지는 길을 하염없이 가다 간벌을 해 놓은 곳을 넘어서니 보이는 마을, 그리고 우리 버스.
신발이 너무 더러워 논에 가 신발 흙 대충 털고 차안에 둔 밥 들고 나와 후미 도착 후 밥 먹기.
오늘 총무님표 누룽지 숭늉이 백미. 그 와중에 이대장은 술 한 모금도 안 흘리려고 뿜어 나오는 막걸리병에 입대고 난리다. ㅎㅎ
다시 오후 산행 출발~
국사봉 가는 길. 오전 길에 비하면 아주 좋은편.
날은 흐리지만 시계는 나쁘지 않고 바람은 불지만 크게 춥지는 않다.
오전에 분발하던 상큼이, 왜 안쉬고 가냐고 아우성이다. 1여년 만에 오니 힘이 들겠지. 너무 힘들어 표정 관리가 안된다지만 원래 웃는 얼굴인지라 티도 안난다.
정상부가 초원같은 국사봉에는 선두는 진작 내려갔고 회장단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헌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일찍 온 사람들은 추워 돌아가실 지경이겠다.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국사봉. 정말 멋지다. 기다린 사람들끼리 사진 찍고 출발.
조금 내려가니 총무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길이 헷갈리는 곳이라고...
후미에서는 작품활동 하느라 올 생각을 안하고 선두는 가버렸고.
조금 내려가니 임도가 나오고 한쪽에는 물이 흐른다. 신발도 대충 털고 스틱도 씻었다.
기나긴 임도 지나고 정자가 나오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은 완전 뻘밭인데 다행히 리본은 왼쪽에 매어 있다.
다행이다 하면서 왼쪽길로 내려가는데 앞선 작가님이 되돌아 오신다.
선두가 이 길이 아니고 뻘밭이 맞는다고 오른쪽 샛길로 내려갔다고....
좀 의심스럽긴 했지만 길따라 내려갔다 혹시 잘못되 나때문에 늦어지면 안되니 작가님과 나도 샛길로 내려가는데 길도 좋은편이다.
헌데 좋아도 너무 좋았다.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서 저수지 가는 길이 보이고 왼쪽 찻길이 높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곳이 가음치 같다는 작가님.
전화 통화가 안되 여기저기 연락해 보니 이대장은 저수지로 내려오라 하고 총무님은 임도 따라 내려가는 길이 맞는거라고...
오호 통재라 왼쪽 가음치 방향으로 올라가보니 다시 산길로 올라가야 길을 찾을것 같다.
포기하고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찻길에서 기사님이 소리쳐 부른다. 작은 개울 건너 절개지를 어찌어찌 올라가니 나오는 가음치.
후미 그룹은 차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 깜짝 놀랬다고....
작가님이 조금만 늦게 내려갔으면 선두 만나지 않고 무사히 하산했을 거라며 옷었다.
오랫만에 와 단숨에 선두로 도착한 상큼이는 등산신공이 녹슬지 않았다고 놀림을 받았다. ㅎㅎ
차로 조금 내려와 길 잘못 든 선두그룹을 태웠다. 경림씨가 이 길을 고집했다고....
위에서 봤는때 저수지가 보여 저수지 방향으로 왔다는데 저수지가 한개가 아니라나? 아무튼 마울로 내려간 길이 젤로 길었다.
그나마 오늘 산행이 짧아 일찍 끌날줄 알았는데 알바 하는 바람에 조금 늦어졌다.
차를 타니 내리기 시작하는 비. 시간도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웃었다.
영산포에가 부산식당에서 홍어찜 백반으로 거한 저녁을 먹었다.
동안총무님이 아들 교대 합격턱으로 쐈다. 당나귀의 아들이 합격한것 같아 다들 흐뭇한 기분이었다.
잘 먹고 차 타고 내쳐 자고 휴게소 한번 쉬고 가는데 남의 편 전화. 여긴 눈 많이 오는데 괜찮냐고...
눈? 여긴 비 내리는데?
찻길은 눈이 바로 녹아 비가 오는 줄 알았는데 안양은 장난이 아니라고....
갑자기 아침에 세워둔 총무님 차가 걱정되기 시작.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 언덕 올라가는데 몇번 시도해도 안되 삽으로 눈 치우고 까멜이 손으로 언 모래 퍼다 붓고 그래도 안되 담요 깐다고 꺼내는데 총무님이 지그재그 운전신공으로 무사히 주차장 언덕의 턱을 넘어 무사 귀환.
설 잘 쇠고 입춘도 지나고 땅끝에서 다시 만나요~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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