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벼랑끝에 몰린 땅끝 (오소재~닭골재, 5/19)

산무수리 2013. 5. 22. 22:53

책 속의 칼 - 남진우(1960~ )


문득 책을 펼치다

날선 종이에 손을 베인다

얇게 저민 살 끝에서 피가 번져나온다

저릿한 한 순간, 숨을 들이쉬며 나는 깨닫는다

접혀진 책장 곳곳에 무수한 칼날이 숨겨져 있음을

책은 한 순간의 번득임으로 내 머리를 절개한 뒤

어느새 낯선 말들을 밀어넣고 닫혀버린다

금속성의 외침이 큰골 작은골 사이를 꿰뚫고 지나간다

하여 깊은 밤 책을 덮으며 나는

작은 전율과 함께 뒤늦게 깨닫는다

아무리 고개를 내저어도 이미 머릿속에 들어온 칼날은

쏟아버릴 수 없다는 것을 날선 종이들이

두개골 속에서 부스럭거릴 때마다

터질 듯한 아픔으로 신음하며

컴컴한 벽에 온몸을 부딪쳐야 한다는 것을


깊은 밤, 책을 읽다가 날 선 종이에 손을 베인다. 쓰리고 아프다. 오랫동안 책에 숙달된 사람도 예외 없이 겪는 일이다. 살 끝에서 번지는 붉은 피를 보며 시인은 책을 읽는 것 또한 이와 같다고 깨닫는다. 책장 곳곳에 무수한 칼날이 숨겨져 있고, 책의 칼날들은 한순간 번득임으로 머리를 절개한 뒤 낯선 말들을 밀어 넣고 닫혀버린다. 금속활자로 된 칼날은 큰골과 작은골 사이를 꿰뚫고 두개골 속에서 부스럭거린다. 다시 쏟아버릴 수 없는 머릿속의 칼날이 동반하는 터질 듯한 아픔과 신음. 깊은 고뇌와 함께 컴컴한 벽에 온몸을 부딪쳐야 하는 숙명을 떠맡아야 하는 시인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남진우 시인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지만 그의 시를 읽을 때면 ‘불현듯 낯선 얼굴과 마주치’는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일까.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산행일: 2013.5.19 (일)

코스개관: 오소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만일재-대둔산-띠밭재-도솔봉-닭골재 (10:25~19:20)

날씨: 비는 그쳤지만 시계 0로 아쉬웠던 날

멤버: 다섯

 

회장님도 해외 여행으로 빠져 멤버가 여의치 않은지 산행 할 사람 문자를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침 픽업하러 온다고 연락이 와 승용차로 가는건 알고 있었지만 달랑 5명만 갈 줄은 몰랐다. 2명이 더 간다 했는데 차를 한대 더 가져가기엔 비용상 부담이 많은지라 신청을 늦게 한 사람들이 부득히 빠지게 되었다.

비만 내렸어도 오늘 산행 취소하려 했단다. 헌데 비가 그쳐 산행을 하게 되었단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동안 총무님이 운전을 하는 승용차는 아무리 커도 5명이 가는건 확실히 피곤하다.

군산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해남에 도착했는데 해남인이 또 마중을 나오셨다. 이따 저녁 픽업도 해주신다고....

오소재에서 사진 찍고 출발.


 

 

 

 

 

 

 

 

 

 

 

 

 

 

 

 

 

 

 

 

 

 

 

 

 

 

 

 

 

 

 

초장 너덜길에서 엎어져 왼쪽 갈비뼈를 부딪쳤다. 부러진건 아닌것 같은데 신경은 쓰인다. 이렇게 초장부터 넘어지고 나니 밧줄 구간 나오기도 전에 기기 시작.

바위 물기도 물기지만 신력이 아무래도 딸리는것 같다.

잡을 수 있는건 무엇이든 잡고 거의 앉아서 기다 시피 올라가고 내려가고....

조망만 좋다면 정말이지 멋진 이 산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정말이지 아쉽다.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는것만도 천만 다행이긴 하지만....

 

만일재 내려서니 두발로 서서 걷는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일찍 도착한 이대장ㅇ 부르는데 안 보일 지경이다.

오늘 총무님에 혜련씨가 쌈을 잔뜩 싸왔고 나도 곰취를 좀 가져와 쌈이 넘쳐나는데도 그 많은 쌈을 다 먹었다.

 

 

 

 

 

 

 

 

 

 

 

 

 

 

 

 

 

 

 

 

 

 

 

 

 

 

 

 

 

 

 

 

 

 

 

 

 

 

 

 

 

 

 

 

 

 

 

 

 

 

 

 

 

 

 

 

 

 

 

 

 

 

 

 

 

 

 

 

 

 

 

 

 

 

 

 

 

 

 

 

 

 

 

 

부른 배를 끌어안고 대둔산에 올라가 인증샷 하고 구름다리에서 사진 찍고 쇠노재 방향으로 땅끝 길을 이어 간다.

기억력이란 참 믿을게 못되는지 빨리 나타나는 험로가 있고 목포 MBC는 아주 늦게 나타나 놀랐다.

아무튼 거의 태반은 처음인것 같은 이 길이 비가 온 후라 난이도도 쎄지고 뽑힌 나무 등으로 길이 많이 낯설다.

이건 나만 그런건 아닌지 이대장도 어리둥절해 한다.

위험한 암릉 구간이 끝났다고 스틱만 뽑아 들면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암름이 나타나는데 정말이지 환장할 지경이다.

 

그 와중에 보이는 취나물들. 그리고 목포 MBC 바로 앞은 곰취 군락지. 횡재를 한것 같다.

바위길은 거의 앉아서 긴것 같다. 헌데도 경림씨와 난 미끄러져 엉덩방아 까지 찧고 말았다. 이 참에 허리가 놀래 제자리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도솔봉 지나고부터는 나무들이 길을 막아서 아주 힘들었고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끝도 없는 암릉들. 그 와중에 취나물 뜯다 알바 할 뻔 했다.

철탑이 나타나고도 봉우리 몇개를 넘어야 한다는데 철탑은 정말이지 아주아주 늦게 나타났다.

이 즈음에서야 시계가 조금 트여 그나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철탑 나타나고도 한참만에 나무 사이를 헤치고 가다보니 혜련씨는 바지 찢기고 총무님도 티셔츠가 찢어졌단다.

보이지 않는 곳에 멍과 긁힌 자국은 일도 아니다.

해남인께서는 거의 2시간을 기다려 주셨다. 고맙고 미안하고.....

 

 

시간이 늦어져 고기집에서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게 되었다. 밥까지 사주신 해남인.

이대장은 산행 중 음주가 부족한지 거의 혼자 술을 마신다. 운전은 아예 할 생각이 없었나보다.

부랴부랴 밥 먹고 9시 출발. 휴게소 한번 쉬고 다들 피곤해 비몽사몽 자다 깨다 보니 1시 어느새 평촌 입성.

매주 운전해 다니는게 일이라 별로 힘이 안든다지만 왜 힘이 안들까?

총무님의 희생 덕분에 힘든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헌데 이 웬수 어찌 값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