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산행일기

명화에겐 너무 힘들었던 관악산 (6/3)

산무수리 2025. 6. 3. 21:40

<나는 투표했다>

                        류시화

나는 첫 민들레에게 투표했다
봄이 왔다고 재잘대는 시냇물에게 투표했다
어둠 속에서 홀로 지저귀며
노래값 올리는 밤새에게 투표했다
다른 꽃들이 흙 속에 잠들어 있을 때
연약한 이마로 언 땅을 뚫고
유일하게 품은 노란색 다 풀어 꽃 피우는
얼음새꽃에게 투표했다

나는 흰백일홍에게 투표했다
백 일 동안 피고 지고 다시 피는 것이
백일을 사는 방법임을 아는 꽃에게 투표했다
부적처럼 희망을 고이 접어
가슴께에 품는 야생 기러기에게 투표했다
나는 잘린 가지에 돋는 새순의 연두색 용지에 투표했다
선택된 정의 앞에서는 투명해져 버리는
투표용지에 투표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와 '네가 틀릴 수도 있다' 중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에 투표했다
'나는 바다이다'라고 노래하는 물방울에게 투표했다

나는 별들이 밤하늘에 쓰는 문장에 투표했다
삶이 나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내가 삶에게 화가 난 것이라는 문장에,
아픔의 시작은...

 

코스개관: 정부과천청사역-과천향교-연주암-서울대 공학관 (셋, 바람불어 좋은 날)

 

 

장공주는 당분간 산행이 어렵다고 하셨고 넘버4랑 산에 가기로 한 날인데 장공주 뵌지도 오래 되 걷기는 가능하다니 산행 후 보라매공원 정원박람회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헌데 명화도 선거날 별 일 없다고. 막상 코스를 잡으려니 우면산은 명화도 와 본 곳이고 영 답이 안 나온다.

헌데 관악산역에서 보라매공원역은 경전철로 갈 수 있다고 해 하산을 이쪽으로 하기로 하고 관악산 제일 짧은 코스인 과천향교로 올라가기로. 하산은 당근 공학관.

청사역에서 만나 등산로 초입까지는 잘 갔다. 스틱, 무릎보호대 하고 출발 해 나름 배려한다고 자주 쉬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사실 이 코스 돌계단 많고 재미 없는 구간이지만 그래도 제일 짧아서 잡은 코스인데 슬슬 걱정이 된다.

막판 연주암에 먼저 올라가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배낭을 대신 져 줄걸 하고 뒤늦게 후회가 된다.

그래도 무사히 연주암 도착해 일단 툇마루에 앉아 숨 돌리고 출석부도 찍고 명화는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도 올리고 출발.

 

 

정상은 당연히 패스했고 서울대로 넘어가는 길은 이쪽 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연주암 매점에서도 하드와 컵라면, 물을 팔던데 여기도 개인이 파는데 아주 잘 팔린다.

이 길은 초장 급경사에 그지같던 길인데 그나마 데크를 깔아놓아 내려가기 훨씬 낫다.

배낭은 일단 내가 졌고 초장 하산길이라 좀 낫다고 잘 내려오더니 너덜성 계단이 나오니 속도가 점점 늦어진다.

그래도 서울대 경내로 무사히 도착하니 정말 기뻤다. 아마 명화도 힘들었지만 후미 보느라 넘버4도 힘이 많이 들었을거다.

각설하고 장공주와 통화 하고 걸어 내려가 버스타고 서울산정 앞에서 내렸다.

 

 

출근시절 가끔 가던 식당에서 설농탕과 소머리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니 주인장이 군고구마까지 주셔서 배가 부른데도 다 먹었다. 내가 오늘 친구 고생을 너무 많이 시킨것 같아 미안해 밥은 내가 샀다.

밥 먹고 전철타고 출발 하니 장공주와 보라매 공원역에서 딱 만났다.

 

 

오늘 바람불고 많이 덥지 않은날이고 휴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넘버4는 집에서 운동삼아 여기 와 서 본 적이 있다는데 저녁에 와서 낮이랑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아무튼 크게 한바퀴 돌고 돌다 명화가 스카프도 하나 사 줘서 얻었고 나가 차를 마시려니 찻집 찾기도 그래 편의점이 보여 음료와 하드 사다 먹고 앉아서 사람구경 하다 넘버4는 집까지 걸어간다고 도림천으로 갔고 셋은 나가다보니 보라매병원역에서 전철 타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