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가을 가은산에서.. (9/28)

산무수리 2008. 9. 30. 23:22
‘가을 법어(法語)’ -장석주 (1954∼ )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떼를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 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는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위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달의 조도(照度)를 조금 더 올리고

풀벌레의 볼륨은 키운다.

복사뼈 위 살가죽이 자꾸 마른다.

가을이

저 몸의 안쪽으로 깊어지나 보다.


은성한 빛의 잔치다. 온갖 빛이 버무려지는 가을 정취를 은은히 그렸다. 가을은 모든 지역에 동시에 오는 게 아니다. 위도에 따라 그때가 달라진다!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야 몸이 세계에 반응하는 화자의 절제가 기품 있다. 거의 20년 전 ‘11월’이란 풋풋한 산문을 썼던 시인의 심중은 이제 이런 화사한 색채 속에서도 그윽하다. <황인숙·시인>



새벽 나무천사 밥 해 먹여 보낸다고 산이슬이 제일 먼저 일어난다. 일단 밥 앉혀놓고 좀 더 자라 했다.
청풍도 떼놓고 갈까 긴장했는지 6시에 일어났다. 더 자~
원래 계획은 나무천사 7시 데려다주면서 우리들도 산행을 시작할까 했는데 차는 3대나 되고 짐싸고 정리해서 체크아웃 해야 해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다. 그래서 출발시간을 늦추기로 했다.

차도 여러대니 한대 나무천사가 몰고 혼자 대회장에 가면 안되냐고 하니 그럼 집에도 혼자 간다고 으름짱이다. ㅎㅎ
순한분이 준비 한 아침용 카레라이스로 나무천사 아침을 먹었다. 문제는 어제 저녁 순한분과 셀파가 준비한 웰빙 나물 비빕밥이 너무 맛이 있었는지 산이슬이 과식을 했는지 속이 좋지 않고 두통이 심하다고 한다.
웬만큼 아파서는 티를 낼 사람이 아닌데 걱정된다. 대회장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인것 같다. 좀 누워있으라고 하고 여산과 나 둘이 차 두대로 대회장 도착.

아침 일찍이어서인지 한갖지다. 우리도 사진 찍고 격려 해 주고 왔다. 출발을 보고 오면 좋은데 차량 통제를 할것 같아서...
대회장에서 예전 잔차 같이 배우던 철녀를 만나 인사를 했다. 작년 풀코스 3등을 했다고 한다. 흐미, 겁나부러...

 

 

코스개관: 상천휴게소-기와집바위-곰바위-전망바위-가은산정상-상천 (9:15~13:15)
날씨: 아침나절에는 흐렸으니 점차 개면서 오늘도 멋진 가을하늘 연출

콘도에 돌아오니 산이슬이 머리싸매고 누워있다. 걱정된다.
나머지 사람들 아침 먹고 짐 챙기고 냉장고 비우고 하니 좀 나아졌다고 내려오는 산이슬.
헌데 아침밥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도시락을 몇개나 쌌다. 오늘의 사은품은 도시락이라 하고 다들 한, 두 그릇씩 나누어 주었다. ㅎㅎ

오늘 갈 가은산 초입부 능선에 바위가 세미크라이밍 코스라고 청풍은 반대편에서 올라와 만난다고 한다. 산이슬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쪽으로 붙기로 했다.
셀파와 순한분은 대구에서 산행하러 제천까지 왔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A팀에 넣었다. ㅎㅎ

차 두대로 상천 도착. 등산객이 제법 많다. 대부분은 금수산 산행 하러 오는 사람들이라고...
청풍과 산이슬은 김문기씨네 집에 차 대고 출발해 반대편에서 올라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들은 이곳에 차를 대고 출발.

헌데 산행 초입에 송이채취구역이라고 10월 말까지 입산통제란다. 주차비 까지 받고 입산 통제라니?
주차요원에게 물어보니 한 골목 더 내려가 들어가라 알려준다.
한곳 입산통제 표시가 있고 그곳 지나 등산로처럼 보이는곳으로 가려니 한팀이 이곳 길 막혔다고 도로 내려온다.
입산통제 표시 뒤로 소로지만 등산로가 나 있어 그쪽으로 출발.
이 길은 물 거의 마른 계곡길로 경사도 급한 편이고 너덜성 길이고 이끼도 끼어있어 원시림 같다.
문제는 이 코스로 올라가면 가은산의 암릉길을 오를 수 없다고...
에이, 그 암릉 타러 온건데... 실망이자나? 더구나 이 길 바람도 안불고 답답해 맘에 안드는데...
둥지봉 갈껄 그랬다는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 괜히 고집 부렸나보다...

 
조금 올라가니 조망이 조금 보여 좀 낫네...

조금 올라가니 조망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고 나니 마른 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내가 하도 헉헉대니 몽블랑 다녀온 사람이 제일 헤맨다고 여산 놀린다. 대구팀은 처음 산행인데 난 2일째 산행이어서인가 정말 기운없도 힘이 들었다.

 
겨우 능선에 붙어...

한참 지루한 길을 올라오니 겨우 능선에 붙었다. 이곳에서 우측길로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우리들은 좌측길로 가는데 편한 길을 놔두고 바위길로 올라간다.
하도 낑낑대니 여산이 끌어 올려주었다. 이걸 본 대구팀 왈, 녀자들끼리 산에 가다 흑기사가 한명 오니 좋단다. ㅎㅎ

 

 
낑낑대고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조망이 끝내준다...

헌데 올라와 보니 조망이 끝내준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ㅎㅎ
이곳에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사과도 먹고 한참 쉬었다.
이곳부터는 주로 바위를 오르내리는 길. 우회로가 있긴 있지만 이곳 바위 조금만 올라가면 청풍호가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정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청풍호

여산 작품활동 짬짬히 미녀삼총사 사진 찍어주고....
오늘 모델 노릇 맘껏 했다. 한곳 난코스 내려오는데 여산 사진 찍느라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내려오는데 그야말로 미끄럼 타듯 겨우겨우 내려왔다. 닭살커플이 왔다면 당연히 마눌님 안아 내릴곳이라고 웃었다.
청풍과 산이슬 둘이 산행 하는데 이런 코스 있으면 산이슬이 청풍 안아 내려야 할것 같다고 웃었다.
왜? 청풍이 워낙 겁이 많기에..

 
멀리 옥순대교가 보이고 ...

한곳에서 좌측 길과 직진하는 길이 나왔다. 처음에는 직진길로 갔는데 낭떠러지 같단다. 거기서 우측으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우리들은 좌측길 갈림길까지 백해서 가는데 영 여산이 오질 않는다. 전화를 하니 그쪽에서 우측으로 내려오는 길로 오라고 해서 되돌아 갔다.
헌데 다시 전화가 왔다. 이쪽 길이 좋지 않다고 백해 올라온단다. 이쪽 길로 내려가면 바닥을 치고 내려갔다 다시 능선에 붙어야 하는 길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두팀으로 찟어졌는데 하마트면 또 헤어질뻔 했다. 좋던 싫던 뭉쳐 가기로 했다.

 
토끼굴 통과. 이곳이 기와집 바위라던가?

이곳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등산로 초입에서 헤매던 팀인것 같다. 패션이 약수터 패션이다. 송이 캐러 오셨나고 하니 10년 만에 오니 길이 헷갈려 송이가 자기네를 캐게 생겼단다. ㅎㅎ
반대편에서 소리가 나는데 아무래도 청풍과 산이슬 같다. 같이 소리쳐 주는데 안 보인다. 우리팀 아닌가?

 
하늘 그 자체가 예술이고...

 
고사목도 한 예술 하고...

우리 뒷쪽으로도 등산객들이 보인다. 산이슬을 만나기 위해 사진 찍어가면서 부지런히 간다. 아직 가은산 정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밧줄 잡고 내려가는 구간..

밧줄 타고 내려가니 산이슬과 청풍이 나타났다. 어? 소리친 사람이 우리팀 맞았네?
두사람 길 잘못들어 둥지봉올때 보던 조망이 나타나 그나마 아쉬운대로 조망을 보고 올라왔단다.

 
곰바위가 아닐까?
 
곰처럼 생긴 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가은산 정상 가기 전 조망처를 가서 배 깎아 먹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산이슬은 속이 나아져 아침을 굶었기에 배가 고파 빵을 먹었단다. 다행이다.
우리팀은 계속 조망을 보고 왔지만 산이슬팀인 이곳에서만 조망을 봤는데 이곳 조망도 한 조망 한다. 헌데 청풍은 절대로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고소 공포증이 있다고 사진만 찍어준단다. ㅎㅎ

 
청풍과 함께.. 왼쪽 끝 흐릿한 곳이 소백산

 
절대로 나무 밖으로 안 나오는 청풍

 
그래서 우리들끼리만 사진 찍고...

 
막상 가은산 정상은 심심하고...

정상 주변 단체 팀들이 점심 먹느라 좀 어수선 하다. 헌데 12시 막 지났는데 나무천사의 전화.
아니 벌써 들어온거야?
5시간도 안 지났는데?
우리 내려가려면 1시간 더 걸릴것 같은데?
거기서 삼계탕 준다고 먹으라 하고 우리도 하산해 전화 하기로 했다.

하산길도 역시나 썩 좋지는 않다. 급경사 내리막에 쓰러진 나무를 몇번 건너가는데 그래도 하산길은 짧았다.
어느덧 산행 끝. 생각보다 시간 얼마 안 걸렸다.

 
하산길의 억새를 배경으로...

아침 산행 할때 이 동네가 하도 달라져 청풍 오르락 내리락 했었단다. 차 세워둔 곳인 김문기씨 댁 정원에 올라가보니 으름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반 정도는 입을 벌리고 있다.
이걸로도 효소를 담글 수 있다고 한다. 막상 맛은 별로였지만...
으름을 한바탕 따 산이슬에게 주고 청풍 차를 타고 상천휴게소로 이동해 순한분 차에 나누어 타고 마라톤 대회장으로 이동.
남푠 만나 시내 김문기씨네 산골주막으로 양념족발 주문해 놓고 출발.

대회는 아직도 진행중이라 풀코스는 물론 하프코스 (10시 시작이라 도착이 늦다) 도 들어오고 있었다. 작년에 힘겹게 들어온 기억이 난다. 그래도 뛰어 들어와 피니시 지점을 밟는 기분은 정말이지 좋았는데 내년에는 뛸 수 있으려나?
나무천사는 토요일 산행을 했는데도 기록이 작년보다 단축했고 순위도 20위 안에 들어간것 같단다. 워밍업을 잘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김문기씨네 산골주막. 조롱박과 수세미로 넝쿨을 얻어 시골집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즐거운 점심

가니 김문기씨, 옥자언니 아주 반가워 하신다. 먼저번 식당보다 훨씬 깔끔해 졌다. 손님도 제법 든다고 한다. 꼭 닮은 아드님이 주말이면 와서 도와주는것 같다.

양념족발 대 한개 시켜 7명이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었다. 족발도 특이하지만 특히나 된장찌개와 묵은지지짐과 깻잎 장아찌가 별미다. 직접 담근 약술도 뒷끝도 깨끗하고 맛이 좋다.
점심은 콘도비 안 받았다고 대구팀 셀파, 순한분이 냈다. 정말이지 이번 여행은 먹을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인것 같다.ㅎㅎ

밥 잘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아쉽지만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
16;00 각자의 집으로 출발.
차는 생각보다 막히지 않고 평촌에 19:30 정도 도착. 저녁으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고 해 냉면 먹고 여산은 일산으로...
산이슬도 잘 도착했다 연락이 왔고...
엄뿔 마지막회 보고 씻고 치우고...

이덕 저덕 친구들 덕분에 제천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두루 감사~
바쁜 9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