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능선미가 빼어난 도락산 (9/27)

산무수리 2008. 9. 29. 23:15
‘간격’ -안도현(1961~ )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함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을 아끼고 곤란에 아낌없이 도와주는 것. 세월이 오래 지나야만 사람을 알 수 있듯, 혼자 지내본 사람은 더불어 있음의 행복을 안다. 섬, 하지만, 갇혀 있다는 생각으로 홀가분히 떠나온 집마저 그리움이 되는 곳. 방, 조용함에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자신이 되고자 하지만, 살을 물어뜯는 모기마저 반가운 곳. 이렇듯, 홀로는 함께 있음이 있을 때, 그 배경의 북적거림으로 빛난다. 그것은 나무와 나무가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서로 사이와 사이를 섬길 때 행복은 성자(聖者)처럼 온다. <박주택·시인>



코스개관: 상선암-제봉(11:00)-신선봉(12:00)-도락산정상(12:20)-신선봉-채운봉(13:45)-선바위(15:00)-상선암 (9:40~15:20)
날씨: 구름 그 자체가 예술인 멋진 가을하늘과 쾌청한 날씨

오늘 아침 메뉴는 떡국이라는 하늘.
몇시에 출발 예정이냐고 해 8시 출발하면 좋겠다고 했다.
산이슬이 먼저 일어나 도시락에 쌀 밥을 하고 떡국 다시를 내 놓으니 하늘과 순영공주가 떡국을 끓여 놓았다.
헌데 새벽 사진 찍으러 나간 여산이 안 들어온다. 빨리 와 떡국 불기 전에 먹으라고 하니 정방사 올라가다 헐레벌떡 내려왔다고 들어서는 여산.

이렇게 맛있는 떡국은 처음 먹어본다는 여산.
다들 한그릇씩 먹어 치우고 점심에 먹을 도시락 싸고 물, 과일, 빵 등을 챙겼다. 하늘과 순영공주네는 오늘 귀가하니 짐까지 싸야 해서 조금 바쁘다.
아무튼 8시 좀 넘어 겨우 짐 챙기고 콘도 나서기 전 사진 몇장 찍고 도락산 산행기점인 상선암을 향해 출발~

작년 드림팀과 마님 산행에 처음엔 도락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여산이 맘이 바뀌어 황정산을 다녀왔다.
어려서 관광다녀 오시면서 도락산 사진박혀있는 쟁반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도락산 이름은 낯익었는데 이제야 가 보게 되는 산.

아침까지 걱정 되 콘도에서 놀고 있으면 안되냐는 순한공주, 그래 30분 올라가 보고 정 힘들면 하산 하라 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콘도 출발. 옥순대교에 잠시 내려 사진 한장 찍고 장회나루에서도 잠시 정차.
헌데 이곳에 초등 단체 버스가 줄줄이 들어와 놀래서 내렸다 도로 타고 출발.
상선암 주차장에 차 대고 상선암 절 앞 우측 등산로 출발.


상선암 입구 민박집 화장실 표시-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산길은 초장부터 오르막이 제법 가파른 편이다. 이쪽 산 답게 군데군데 바위가 있고 아주 편안한 길은 아니다.
그나마 산이 크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허나 바위때문에 험하기도 하지만 바위 덕분에 경치는 너무 아름답다.






새모양의 돌출된 바위-여산 왈, 알바트로스라나?

엄살과는 달리 순한공주가 앞서서 가고 하늘이 걱정되는 하늘폐인은 마눌님 곁에 밀착 방어를 하고 여기를 집어라, 저기를 디뎌라, 내 손 잡아라...
정말이지 닭살커플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무수리랑 산에 갈때는 제법 씩씩하게 가는데 남푠과 함께 가니 완죤히 공주 모드인걸?
조금 험한 내리막에서는 아예 안아 내리네? 업고 가라면 업고 가겠는걸?
이런 날 보고 샘내지 말라고 놀리는 여산과 나무천사.
그래도 예상외로 산행 속도가 느리지는 않은걸?








산, 바위, 나무, 구름의 어울어짐

경치가 좋아 여산은 사진 찍느라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니 빨리 가지 않아도 되어 더 좋은걸?
그나마 조금 일찍 나서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아 널널산행 하기엔 딱 좋은걸?
바위가 예뻐서 한장, 조망이 좋아서 한장, 나무가 예뻐 한장. 디카 안 들고오길 잘했다는 하늘폐인.


멀리 보이는 신선봉 암반

아기자기한 봉우리를 하나씩 넘어가는데 우리가 보기엔 아기자기 하지만 겁 많은 백성들은 이런 코스를 무서워 하긴 한다. 스틱을 빌려주어도 그냥 네발로 가는데 더 편하다고...
도락산은 여기저기 계단 공사중이고 난간도 한창 새로 만들고 보수하는 중이라 조금 어수선 하긴 하다.
제봉에도 공사 시설물이 한가득 있다. 이젠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될것 같다.
멀리 큰 암반 위가 올려다 보이는데 끝내줄것 같다. 내심 저기가 정상인줄 알았다.


신선봉 물 웅덩이

힘내서 올라가보니 신선봉. 그곳에 작은 물 웅덩이.
여기서 정상 찍고 도로 백 해야 하는 곳이라 배낭을 놓고 간 팀도 있고 정상 찍고 점심 먹으려고 자리 잡는 팀들도 몇팀이나 된다.
우리와 반대 코스로 올라온 단체들이 이곳에서 모이며 사람들도 점점 많아져 간다.
드림팀 넷이 팀복을 입었더니 네파 무슨 행사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ㅎㅎ


야, 정상이다~

하늘, 자긴 여기서 기다린단다. 정상에 다녀오란다. 허나 그렇게는 못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달래고 협박하고 해서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 막상 정상은 조금은 심심하다. 단체 사진 찍고 그래도 정상주를 마셔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정상주 한모금씩 마시고 신선봉에 도로 내려와 점심 먹기.

처음엔 다들 조금씩 먹는다더니 막상 먹기 시작하니 새삼스럽게 배가 고파오고 입맛도 살아나 조금씩 더 먹어 하마트면 밥 모자랄뻔 했다. ㅎㅎ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일까지 먹고 얼린 쁘띠젤까지 먹고 나니 기운도 나고 새기분이다.
문제는 올라오면서 보이는 하산길 철사다리가 제법 험해 보인다. 네발로 가면 설마 갈 수 있겠지?






새삼스럽게 뒤돌아 보면 저 험한곳을 어찌 내려왔나 싶다...

가팔라 보이는 하산길은 막상 가면 생각보다는 완만하다. 조금 위헙하다 싶은 곳에는 난간을 설치해 놓아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산행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내려오다 보니 채운봉이라 적혀있다. 이곳에서 잠시 사진 촬영 하고 하산하는데 내려올때는 몰랐는데 내려와 올려다보면 저길 어찌 내려왔다 싶기도 한가보다.
강철중께서는 오늘 대장정을 했다고 아주 흐뭇해 하신다. 그러면서도 앞이 트인 곳에는 못 나가 서있고 바위에 바짝 붙어 서 계신다. ㅎㅎ






우회로를 포기하고 등산로 없음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 발가락으로 찍어도 작품이 나올만한 곳.

하산길에 보니 우측은 우회로인것 같고 좌측은 능선을 넘는 길인데 생각보다 험하지 않아 넷넷 나누어 진행.
헌데 이곳이 도락산 숨은 비경.
고사목과 하늘과 바위가 어울어진 풍경은 나무는 죽어서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큰선바위

암릉길은 다 지나온것 같다. 큰선바위를 보더니 자일 없어 못 올라간다고 강철모께서 농담까지 하시넹?

하늘이 하산길에 무릎이 아픈가보다. 무릎보호대를 빌려 주었다.
작은선바위 지나고 다리 지나고 보니 어느덧 하산 끝이네?
염려와는 달리 산행 즐겁고 재미나게 잘 했다.
하산길에 산이슬은 효소 담근다고 오미자 열매를 사고 흐뭇해 한다.


하산길의 억새


하선암

주차장에 와 보니 어느새 관광버스가 7대나 와 있다.
이곳에서 하늘팀과 작별인사 하고 가는길에 하선암에 잠시 들러 사진 찍고 발 닦고 콘도를 향해서~

 

 

 

대구팀이 조금 일찍 콘도에 도착. 입구에서 만나 정방사에 석양 보러 올라가기로 했다.
차 한대에 6명이 타고 정방사에 올라가니 하늘빛이 아주 곱다.
한바퀴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가려니 서산마애불처럼 생기신 주지스님께서 떡 먹고 가라 하신다.
덕분에 오늘 천도제 지낸 맛있는 떡을 얻어 먹고 조금 싸 가지고 왔다.
이 절은 떡이 있으면 등산객에게 나누어 주는 인심 좋은 절이라 더 기분이 좋다.

콘도에 돌아와 대구팀은 밥 한다고 분주하고 콘도 내 로맨스 가든에서는 저녁 가든파티와 공연준비로 바쁘다.
여산은 일몰 찍는다고 아예 들어오지도 않고 우리들도 사실 콘도를 둘러봤어야 했는데 저녁 먹고 엄뿔 본다고 하다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다.

드라마 보는데 설것이 한다고 시끄럽다고 끝난 다음에 하라고 했더니 그내 두 남자가 잠이 들었다.
헌데 봐서 내일 산행 함께 한다던 청풍이 집에 가 한숨 자고 저녁먹고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청풍이 9시 넘어 왔는데 접대할 사람이 없다. 낼 마라톤 뛰는 나무천사를 깨울 수도 없고 여산도 한밤중이라 차마 못 깨우겠다.
녀자 넷이 접대하다 산이슬이 제일 먼저 자러 올라가고 나도 눈이 감겨 올라가고 결국 대구팀이 청풍을 접대하는 불상사가...
게스트가 콘도 주인을 접대하고 12시 경 게스트도 졸려 올라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