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사명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삼악산, 12/21)

산무수리 2008. 12. 21. 22:23

아름다운  모습/이해인

   

친구의 이야기를
아주 유심히 들어주며
까르르 웃는 이의 모습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면서
열심히 밥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

어떤 모임에서
필요한 것 챙겨놓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의
겸허한 뒷모습

좋은 책을 읽다가
열심히 메모하고
밑줄을 그으며
뜻깊은 미소를 짓는 이의 모습

조용히 고개 숙여
손님이 벗어놓은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이의 모습

"저기요.사진 하나 찍어주세요!"
갑자기 부탁을 하였을때도
귀찮아하지 않는 웃음으로
정성 다해 사진을 찍어주는 이의모습

이웃이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와서
말없이 손잡고 눈물 글썽이며
기도부터 해주는 이의모습

누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큰일 난 것처럼 한걸음에 달려와
자기 일처럼 내내 걱정하며
그의 곁을 지켜주는 이의 모습

 

모이는곳: 평촌 베이스 캠프, 2차 소양2교
원래 계획은: 웅진리-사명산
실제로는: 수종사-의암댐-상원사-용화봉-흥국사-등선폭포 (11:30~15:20)
왜? : 눈때문에....
날씨: 생각지도 않는 설경을 맛보는 기쁨. 헌데 조망이 꽝이라 김조망이 좀 실망을 했음.

올 7월 산이슬이 올라와 함께 하기로 했던 사명산. 비가 많이 온다고 사명산 포기하고 삼성-관악산 종주를 했었다.
이번 일욜 사명산 재도전 하기로 한 날. 짱해피 근무까지 바꾸어 함께 가기로 했었다.
여산이 산이슬 태우러 오빠네 동네 5:30에 만나기로 했다고. 나도 그 시간에 일어나 압력솥, 전기솥 밥 두통을 했다.
왜? 아침을 우리집에서 먹고 가기로 했고 도시락도 싸야하고 도치 먹을 밥도 해 놓아야 해서.

밥 다 해놓고 나니 나무천사 가다 사 먹을걸 그랬단다.
진작 말을 하지~ 헌데 어차피 도시락 싸야 해 밥을 해야 하는걸?
6:30 두사람 도착. 밥 먹고 도시락 챙기고 하다보니 7:10.
출발했다고 짱한테 문자. 춘천에 눈 많다고 조심해서 오라고 한다.
네비에 소양2교를 치니 안 나온다. 무작정 소양강처녀를 치니 나온다. '소양강 처녀상'
한참 웃었다.

날이 흐리긴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양수리 지나면서 구름 좋다고 잠시 서서 사진까지 찍었다.
헌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제법 펑펑 내린다. 조안면 가니 그야말로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길도 미끄럽고 차 한대는 뒤집혀 누워있다.
안 그래도 눈 오면 안 간다는 나무천사 길 미끄러우면 못 간단다.
짱한테 전화를 하니 춘천도 눈이 내린다고 한다. 아쉽지만 못갈것 같아 일단 산행 취소.
되돌아 가자니 정말 속 쓰렸다. 운길-예봉산이라고 하고 가자 했다.
두 남자 서로 차 운전해 가져갈테니 나머지 사람만 하고 오란다.

결국 녀자 두명만 가기로 했다. 눈 많이 와도 전철 타고 갈 수 있다. 겁날게 뭔가...
둘이 내리고 짐 챙기고 일단 수종사로 올라가기로 했다. 도보길 올라가는곳에 세워달라 했는데도 찻길 올라가는데 내려준다. 워낙 일찍 서둘러 되돌아 가다 돌아왔어도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다.
짱한테 여기라도 오지 않겠냐고 하니 수종사 구경 못했다고 온단다. 헌데 거기서는 차 없으면 오기 힘들다고 한다. 결국 오지 말라 하고 둘이서만 올라가기로....
올라가는데 절 봉고 기다리는 신도들이 서 있다. 우리들은 걸어 올라가는데 눈발이 점점 가늘어진다.
뭐야, 설경도 제대로 못보는거 아니야?

수종사 일주문을 지나가는데 나무천사 전화. 눈이 그쳐 그냥 가자니 아쉽다고 삼악산 짧게라도 가면 온단다.
짱한테 전화를 하니 안 그래도 혼자라도 나설까 했다고 해 의암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헌데 우리들은 여기까지 왔으니 수종사 구경이라고 하고 가기로....

 

 

 

 

 

절에 가니 동지인데도 시간이 일러서인지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다. 절 마당에서 바자회를 하고 있다.
나무천사 달력 얻어오라 난리다. 산이슬것 까지 2개 얻었다.
두물머리 배경으로 사진찍고 도보길로 가는데 이쪽 화장실을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해 불편하다고 등산객 못 가게 일부러 그렇게 만든것 같다고 하니 한 처사님이 하도 더러워져 그런거지 절 인심이 그런건 아니라 하신다.
그러더니 팥죽 들고 가라 권한다. 신도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산이슬이 안 그래도 동지팥죽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나 염치불구 하고 마음은 바쁘지만 식당에 들어가니 과연 마음껏 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식사 하고 나오는 신도님들도 먹고 가라 권하신다. 역시 인심 좋은 절이다.

둘이 한그릇 후딱 먹고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차가 안 보인다. 전화를 해 보니 아까 그 자리에 있다고...
으이구, 대화가 안 통한다.
연세중학교에서 만나 차 타고 의암댐으로 출발.

김조망 왈, 난 종주만 고집한단다. 그럼 난 박종주냐고 하니 박고집이라나 뭐라나?
그럼 산이슬을 하자는 대로 하는 순종파니 정순종?
김조망은 조망이 안 보이면 투덜대니 김투덜?
정잘난은 걱정을 하도 미리 하니 정기우?































등선폭포 주차장에서 짱해피와 만나 차 한대 이쪽에 놓고 짱해피 차로 등선폭포 산행 기점으로 가 출발하니 11:30.
이 시간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서울에서 원정(!) 왔는지 패션이 장난이 아니다.

삼악산장 올라가자 마자 조망이 펼쳐진다. 좀 뿌옇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지 두 작가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다.
이 길은 올라가는데 거의 계단길.
상원사 들려 절 뒤로 정상으로 가는데 눈이 도로 내리기 시작. 길도 미끄럽고 눈도 많이 쌓여있다. 다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라간다.

정상 가기 전 왼쪽 조망터를 작가들은 들렸다 가야 한단다. 비작가도 함께 가니 날이 더 흐려 조망이 많이 아쉽다. 그래도 나무에 눈이 많이 쌓여있어 제대로 된 설경이라 아쉬움을 그나마 덜어준다.

여기 지나서부터는 쇠난간, 계단 등 제법 험한 코스. 눈이 있어 올라가는것도 조심스러운데 한 팀이 아이젠도 없이 내려오고 있다. 그것도 한, 두 명도 아니다.
이렇게 눈이 많을줄 몰라 미처 준비를 못한것 같다. 등선폭포로 하산하지 그랬냐고 하니 그쪽에서 올라와 이쪽으로 하산해야 한다나 뭐라나?

계단을 올라서니 산이 뿌옇다. 여산 날씨 맘에 안 든단다. 짱해피가 삼악산은 종주코스가 조망이 좋다고 한다. 헌데 날씨까지 맞춤이어야 하니 관상대랑 손잡고 해야 한다 하고 웃었다.
여산은 대학때 등선폭포만 보고 간것 같다. 왜 안 왔냐고 하니 1000이 넘지 않지 않냐고...

한팀이 내려오다 우리를 보더니 어르신들께 길 비켜 드리란다. 우리랑 별 차이도 없어보이는데 좀 기분 더럽다.
흥.
정잘난만 직등하고 우리들은 좌회를 하다보니 어느새 정상. (13:30)

정상에서 미녀삼총사 진선미 순서대로 찍는다고 하니 여산 왈 진선미의 반대가 뭔지 아냐고..
뭔데?
탐진치. 뭐야 그럼 난 산 욕심 많으니 탐인거야?

오늘 산행 짧다고 밥 먹지말고 간식만 먹고 내려가 닭갈비 먹기로 했다. 그래도 출출해 짱해피네 전과 떡, 과일 등으로 요기.
혹시나 해 정상 옆에서 날 갤걸 기다렸으니 해는 보이는데도 조망은 영 보이지를 않는다.
에이, 그냥 하산하자~
한 공주파가 의암댐쪽 미끄럽다고 앙탈부리다 결국은 그쪽으로 하산했다.
왜? 우리들이 아이젠 없는 백성들도 그쪽으로 내려갔다고 남자 편을 들었거든.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큰초원이라는 넓은 공터. 단체 팀들은 이곳에서 라면 등을 끓여 먹는다.
이쪽 하산길은 333 계단 등이 있지만 의암댐 코스에 비해 널널하다.
이 길로 하산하다보니 왜 저쪽으로 내려가기 싫어했는지 한편은 이해가 갔다.

오늘 조망은 꽝이었지만 나무에 이렇게 눈이 많이 쌓인줄 몰랐다는 여산. 눈 내린 겨울산은 오늘이 처음인것 같단다.
흥국사들려 하산하는데 간이매점이 있다. 헌데 사람이 한명도 안 보인다.
이쪽 계곡은 크지는 않지만 물이 제법 흐른다. 그나마 덜 가물었나보다.
등선폭포 거의 다 내려와 아이젠 풀고 하산하니 폭포 내려가는 계단과 나무데크. 주왕산 분위기와 비슷하도 바위모양도 그럭저럭 봐 줄만하다.

이 길은 그야말로 사람 많은 길인데 오늘은 이 길이 한가하다고 신기해 하는 짱해피.
새벽에 내린 눈 때문인가?
하산하니 15:20.
차 타고 의암댐에가 차량 회수하고 춘천 초입 닭갈비집으로.
춘천명물닭갈비,막국수집인데 건물이 카페 분위기다.
사람이 없다 했더니 한바탕 먹고 저녁먹기 전이라 한갖지다는데 다들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다.
4인분 시키고 막국수타령 하는 나무천사 막국수 먹고 밥도 볶아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밥값 서로 낸다고 딴사람거 못 받게 예약(?)을 해 놓았단다.
배나온 아저씨가 예약했다는 말에 여산 충격먹어 배부르단다. 나오면서 뚱뚱한 아줌마 안녕~ ㅍㅎㅎ
짱해피 왈 어중간한 시간에 가면 길에 서 있는 시간이 많다 염려했지만 길 얼면 안된다는 나무천사.
15:20 출발. 헌데 차 하나도 막히지않고 2시간 만에 평촌 도착. 잘 도착했다 문자 보내니 거 참 이상한 일이라는 짱해피. ㅎㅎ
여산과 산이슬 주차장에서 퇴장.

친구 덕분에 산행도 잘 하고 눈도 싫컷 구경하고 맛 좋은 저녁도 먹고 푸짐한 선물까지 받고...
사람이 좋다,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