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수락산에서 대학로로~ (수락산, 12/16)

산무수리 2008. 12. 19. 00:09
‘취급주의# 요하는 질그릇으로의 사람’ 부분 - 정재분 (1954~ )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잠시 도망하라

책 속으로 잠입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영화를 내리 몇 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몸을 고달프게 하여

무모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대하라 

生의 秘意를

간파했다면 슬플 것이다


 생의 비의? 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이전과 이후가 다르게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시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아이들을 보아줄 일이다. 얼어붙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잠시 도망”가라고 속삭여줄 일이다. “책”을 권하든지 “여행”을 권하든지 “영화 (…) 몇 편”을 권하든지 할 일이다.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대하라”고 말해줄 일이다. 무엇보다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라고 말해줄 일이다. <박찬일·시인>


만나는곳: 2008.12.16 (화) 12:30 수락산역 1번 출구
코스개관: 수락산역-깔딱고개-정상-기차바위-동막골-장암역 (12:30~16:30)
날씨: 춥지 않고 산행하기 딱 좋았던 날. 조망도 좋은편
기타: 대학로에서 맛있는 저녁과 차 한잔

아주 오랫만에 짱해피가 산에 가자 연락이 왔다. 날짜를 맞춰보니 오늘이 가능하다. 마침 산이슬도 서울에 올라온지라 함께 하기로 했고 박과일도 오랫만에 짱해피 보고싶다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함께 참여.
조금 늦었는데 벌써 셋이 인사 다 텄다. 짱해피와 산이슬은 하도 오랫만이고 서로 오는줄을 몰라 처음엔 못 알아봤다던가? ㅎㅎ

바로 출발. 등산로에서 전에 갔던 깔닥고개로 올라갔는데 다음엔 능선길로 가야겠다. 아무도 쉬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아 깔딱고개까지 거의 쉬지 않고 감. 산행이 오랫만인 짱해피가 조금 힘들어 하긴 했음.
 
 

 

 

 

쇠줄잡고 올라가는 구간. 이전보다 쇠줄이 늘어난것 같다. 상행, 하행으로 해 놓아 휴일 정체가 좀 나아질것 같다. 봄에 하던 계단공사도 다 끝나 정비가 잘 된 상태.
이런 구조물이 산을 훼손하고 산행 맛을 덜하게 한다고 전문 산꾼들은 반대하지만 우리같이 버벅대는 중생들은 그 덕에 길 헤맬 염려가 적고 온몸 출신성분 드러나지 않아 한편은 장점도 있다 생각한다.
자칭 우회파라는 산이슬, 원래 우회파 박과일, 바위만 보면 신난다던 짱해피도 오랫만에 대면이라서인지 낯가림을 한다.

 

점심 부실한 백성을 위해 바람을 피해 바위에 기대어 앉아 빵에 커피에 과일에...
막간을 이용해 인물사진도 찍고.
이렇게 산에 오면 되는데 다육이한테 빠져 산에 가는길 잊을뻔한 짱해피.
다시 컴백했으니 열공 해야겠쥐?
동계 지리산도 또 가야지?


 

 

 

 

 

능선에 섰다. 아주 맑은날은 아니지만 조망이 멋졌다. 멀리 삼각산, 도봉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수도권 산들은 정말 멋지다고 새삼 감탄하는 산이슬. 대구에 이런 산이 있었다면 난리 났을거라고...

 

 

 

 

 

 

능선을 걸어 올라가고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하산하는길.
산이슬 사진으로만 보던 기차바위를 보더니 조금 긴장. 그래도 철녀 출신이라 침착하게 하산 완료.
기차바위를 두번째 오면서도 무섭다는 박과일. 어찌나 겁을 내는지 발자국이 너무 좁다. 짱해피, 바위와 친한 경력이 있는지라 성큼성큼 잘 내려간다.
이제 난코스는 지났고 계곡과 능선갈림길에서 시간도 이른것 같아 능선길을 따라 동막골로 하산하기.



이길도 오랫만이라 조금 버벅대긴 했지만 무사히 하산완료.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리지 않았다.
장암역에서 전철타고 혜화역으로~
박과일은 먼저 가고 미녀삼총사 혜화역에서의 뒷풀이.



 



일부러 저녁 사주러 나온 로칼 가이드 안내로 대학로 구경도 하고 맛좋은 저녁도 먹고 차 한잔으로 마무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곧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