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영등산악회? 여성산악회 송년산행 (삼각산, 12/20)

산무수리 2008. 12. 21. 21:20
‘저녁 무렵의 집들’ -헤르만 헤세 (1877~1962)

늦은 오후의 비스듬한 황금 햇살 속에서

집들의 무리가 가만히 타오르고,

소중한 짙은 빛깔들 속에서

하루의 마감이 기도처럼 꽃핀다.

서로서로 마음 깊이 기대어 서서,

언덕에서 형제자매처럼 자라고 있다,

배우지 않았지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처럼 소박하고 오래된 모습으로.

담장들, 회칠한 벽, 비스듬한 지붕들,

가난과 자존심, 몰락과 행복,

집들은 다정하고 부드럽고 깊게

그날 하루의 빛을 반사한다.


방랑시인이자 방황시인 헤세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듯 ‘소박하고 오래된 모습’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예찬하고 있다. 제1,2차 세계대전이라는 두 번의 끔찍한 전쟁을 겪은 데다 ‘초록도 지쳐 단풍 드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저 언덕 위 ‘저녁 무렵의 집들’은 내게 얼마나 친근한 풍경인지. 스위스의 해방촌쯤일 그 동네 사람들도 아마 공장이나 작은 가게나 운송회사 같은 데서 밥벌이를 할 것이다. 가난하지만 굳건한 삶을 꾸려갈 것이다. <황인숙·시인>


만나는곳: 2008.12.20 (토) 13:20 불광역 2번 출구
코스개관: 불광역 (13:40)-불광사-쪽두리봉-향로봉-비봉-승가사 입구 (16:30)
날씨: 산행하기 좋은 겨울날
멤버: 낭만장, 고천사, 쫀누나, 무수리

 

 

 

 

 

 

 

 

 

3토인 영등산악회 월례산행.
년말이고 학기말이고 계론식 등 바쁜일이 많은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난번 쫀누나네 상가에 전근간 올드멤버들이 자기들도 불러달라고 해 떠난사람도 연락을 다 했었다.
헌데 막상 출발하는데 여자 3명 달랑이다.
영랑마라톤도 우덜끼리라 여성마라톤인줄 알았더니 이젠 산악회마저도 여성산악회로 이름 바꾸어야 겠다 싶었다.

노량진에서 타고 불광역으로 가는데 쫀누나 문자. 5분 정도 늦는단다. 4명이면 미녀삼총사도 못하겠는걸?
아무튼 넷이 만났다. 3월 이후 가장 단촐한 멤버인것 같다.
하긴, 언제부터 머슴데리고 산에 다녔나. 우리끼리 못할건 또 뭔가...

문제는 불광역에서 산으로 붙는 길이 아파트 공사중이고 공원도 조성되어 예전 등산로 초입을 찾을 수가 없다. 불광사 이정표를 보고 쫓아갔다. 헌데 절 뒤는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절에다 물어보니 개구멍이 있다고 그리로 가면 된다 했단다.
멤버도 단출하고 해서 시간이 되면 문수봉까지 가고 싶었다. 헌데 초장 스틱빼다 시간 다 잡아먹고 개구멍으로 올라가다 길이 아닌것 같아 빽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잡아 먹었다.
그나마 누군가 매어놓은 표지기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한 남자가 내려오더니 여긴 비법정 탐방로인데 이리로 올라오냐고...
그러시는 분은 왜 이리로 내려오시냐고 하니 아는 사람만 다니는 길이라나?
결론은?
오늘도 개척산행을 했다는 것.
날보고 퇴직하면 퇴직자 대상으로 산행안내를 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이렇게 늘상 개척산행을 하는데 어찌 안내를 하겠냐고요... ㅠㅠ

겨우겨우 능선에 붙었고 금 밖에서 금 안으로 들어섰다. 그 와중에 겁나는 곳에서 낭만장은 무섭다 난리이지만 잡아줄 백성도 밀어줄 백성도 없다. 이런 낭만장 보고 오늘 도가니 조심한다고 쌍스틱 들고온 쫀누나가 스틱으로 밀어준다나 뭐라 하면서 웃긴다. ㅎㅎ
오늘 녀자들만 4명이니 혹시 작업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데 작업 걸어올 놈도 걸어주는 놈도 없다는 슬픈 사실.
그나마 한 넘이 코 풀게 휴지를 좀 달라고.
참 내 기도 안차네....

쪽두리봉 올라가니 젊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러더니 1박2일을 한다나 뭐라나?
아니 그 약수터 패션으로 웬 1박2일?
그 프로 찍는 팀이라나? 조금 있으면 강호동이 올라온다나?
강호동 별로인데?
엠씨몽도 온다나?
역쉬나 그 사람도 별로인걸?
쫀누나 왈, 이승기라면 또 모를까 우리 아들 닮았는데...
맞아, 맞아~ ㅎㅎ

쪽두리봉 지나고 향로봉도 우회하고 비봉으로 가는데 이쪽은 확실히 기온이 낮은지 길이 얼었다. 여기서 고천사 와장창 넘어졌다. 코오롱은 역시 미끄럼에 약하다. 신력이 많이 딸린다.
오늘 새신 신은 낭만장은 신력을 믿어야 하는데 영 못 미더워 한다.

비봉이다. 4시.
더 가면 아무래도 욕심일것 같다. 포기하고 비봉 앞에서 호젓한 길로 하산.
바쁘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널널모드로 하산하니 30분 만에 승가사 올라가는 포장도로를 만났다.

걸어나와 오늘 뮤지컬 약속 포기한 고천사. 저녁은 가서 먹는다고 먼저 보내고 셋이 겨우 미녀삼총사가 되어 할머니 두부집에서 청국장과 황태구이로 조촐한 저녁.
쫀누나표 달달한 포도주로 하산주를 하니 아주 좋았다. 셋이 3잔씩 마시고 얼굴 발그레 해져 밀린 이바구 나누러 갔다.
저녁은 상 당했을때 와 주었다고 쫀누나가 쐈다.


 

 

 

 

 

 

 

 

 

 



Table 88-2
Object House Kitchen
구기동 88-2
396-5133

지나가다 궁금해 하던 곳이었는데 차도 마실 수 있는것 같다.
들어가니 화랑건물에서 운영하는 찻집.
10월1일 오픈했다고....

안에 들어가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네 사람도 거의 없고 아주 좋다.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해 사진 마음껏 찍고 맛 좋은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소품들 구경도 싫컷 했다.
그리고 앉아서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다보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줄줄 나온다.
술을 마시지 않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야말로 건전한(!) 뒷풀이였다.
전철안에도 의외로 사람이 없어 편안하게 앉아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