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오창나들이 (미동산수목원, 2/26)

산무수리 2013. 3. 1. 23:07

화엄경배 - 이면우(1951~ )


보일러 새벽 가동 중 화염투시구로 연소실을 본다

 고맙다 저 불길, 참 오래 날 먹여 살렸다 밥, 돼지고기, 공납금이

 다 저기서 나왔다 녹차의 쓸쓸함도 따라나왔다 내 가족의

 웃음, 눈물이 저 불길 속에 함께 타올랐다

 불길 속에서 마술처럼 음식을 끄집어내는

 여자를 경배하듯 나는 불길에게 일찍 붉은 마음을 들어 바쳤다

 불길과 여자는 함께 뜨겁고 서늘하다 나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래, 지금처럼 나와

 가족을 지켜다오 때가 되면

 육신을 들어 네게 바치겠다.


깨끗하다. 허튼 수작이 없다. 이런 깨끗한 노동시를 본 적 없다. 먹고사느라고 여력이 없어서 이런저런 시상식이나 문인들의 술자리에 발길을 하지 않는 탓인지 먼발치에서나마 그를 본 적이 없다. 보일러공이라고 했다. 외람된 고백을 하자면, 그의 시를 볼 때마다 그를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의 시 속에서 나는 내 고향 집성촌의 형들이나, 혈육의 유무를 넘어 내가 흠모하는 형들의 심성을 느낀다. 시는 애초에 자기 이야기지만, 그것이 결국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골방에서 혼자 쓰고 읽으면 그만이다. 말장난도 없고, 이미지의 ‘작란’도 없다. 육탄으로 밀고 간다. 시는 말이되 말을 벗는 육탄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를 통해서 새삼 배운다. 언젠가 그를 한번 만나고 싶다, 괜히 그냥 서로 한번 바라보게. 온몸으로 피어나고 빛나던 꽃이 툭, 떨어지듯 그와 내가 불길에 들기 전에. 그러나 영 만나지 못하면 또 어떤가, 그가 살고 내가 살고, 또 죽을 것 아닌가.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연기군 보건진료소 생활을 명퇴하고 오창 집에 합류한 장샘.

어렵게 시간 맞춰 오창 나들이에 나섰다.

남부터미널에서 오창행 버스를 타고 가니 1:40 정도 걸린다. 11시 경 전화를 하니 깜짝 놀란다.

알려주는 대로 길 건너 가니 아파트가 보인다. 마중을 나온 장샘과 만나 일단 집으로....

숙재언니는 주민센터에서 하는 강의 들으랴 탁구 치랴 연일 바쁘셔서 출타 중.

점심 먹기엔 일러 간식 싸 가지고 일단 한 코스 하기로 출발.

 

오늘 갈 곳은 미원면의 미동산 수목원이라고. 수목원 뒷산 트레킹을 한다고.

청주를 거쳐 상당산성, 좌구산 초입을 지나는데 아무래도 금북정맥 할 때 지나친곳 같다.

공원 잠시 들렀다 수목원 경내에서 우측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호젓한 등산로가 나온다.

간간히 눈이 있지만 아이젠 할 정도는 아니다. 사람도 없고 아주 호젓하다.

 

오랫만에 이야기 하며 짬짬히 쉬며 차 마시고 약식도 먹고 웰빙 산행 하다보니 정상.

정상 조망이 기대 이상이다.

하산길은 수목원 경내를 구경하는 코스로 잡았다는데 금방 차도와 만난다.

로칼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식물원, 전시관 등을 두루 둘러보는데 한겨울 꽃, 나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는 길에 성당산성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좀 더 가자는데 그만 가자 사정해 금남정맥에서 끊었더 길로 해서 성벽 밖으로 하산하는데 숙재샘 전화.

집에 와 한정식 수준의 웰빙 저녁을 먹고 일일 연속극 보고 10도 안 된 시간 취침.

헌데 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