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얗게 - 한영옥(1950~ )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가르며
기차 지나가는 소리, 영락없이
비 쏟는 소리 같았는데
또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깔고
저벅대는 빗소리, 영락없이
기차 들어오는 소리 같았는데
그 밤기차에서도 당신은
내리지 않으셨고
그 밤비 속에서도 당신은
쏟아지지 않으셨고
뛰쳐나가 우두커니 섰던 정거장엔
얼굴 익힌 바람만 쏴하였습니다
다시 하얗게 칠해지곤 하는 날들
맥없이 눈이 부시기도 하고
우물우물 밥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사랑을 미학적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단계는 기다리고 갈망하는 것이리라. 아니 올 리 없는 그러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는 사랑의 순도는 높다. 당신 때문에 눕고 일어나고, 당신 때문에 절망하고 희망하는, 아무것도 아니면서 전부인, 하여 기다릴 수밖에 없는 당신. 긴 어둠의 밤을 가르는 빗소리, 기차 소리처럼 영락없이 당신 올 것만 같아 당신 맞으러 뛰쳐나갔는데…. 정류장이 텅 빌 때까지 우두커니 섰다가 어느새 얼굴 익힌 바람만 쏴하는 하얗게 다시 하얗게 칠해지는 맥없이 눈부신 날들. 그래도 다시 기다리기 위해 우물우물 밥알을 삼키는 슬픔의 풍경. 백지처럼 정갈하고 아리게 아프다. “가장 큰 희망은 희망을 잃는 것”이라는 시인에게 가장 큰 사랑은 사랑을 잃는 것일까.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산행일: 2013.6.22 (토) 9:00 인덕원역 2번 출구
코스개관: 청계사입구 주차장-하오고개-바라산-백운산-모락산-모락중 (9:50~16:40)
날씨: 약간 흐린 더운날
영랑산악회 미녀3총사 중심의 산행을 염두에 두었으나 둘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감탄만 오게 되었다.
남의편에게 사정사정해 함께 가자 했다.
인덕원역에서 내려 떡, 오이 등을 사서 청계사 마을버스 타고 종점에서 하차.
등산로 입구에서 지평 막걸리 한병 샀고 입구 화장실 끼고 올라가는 국사봉 지난 길.
새벽 모락산 한바퀴 뛰고 온 남의편은 짧게 가자 아우성인데 인천에서 온 이감탄 접대를 그리 하면 안되지....
화물터미널에서 옛골 쪽 청계산은 와 봤다는 이감탄. 청계사를 통해 갈까 했지만 청계-바라 연결 통로를 나도 한번도 안 가본지라 그쪽은 다음에 가기로 했다.
이동통로 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
막상 이동통로는 가까이 보니 아주 근사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정말 좋았다.
바라산도 오르막은 힘들었지만 예전 기억보다 능선이 많아졌고 나무를 쳐 내 시계도 좋아졌고 험한 길은 나무 데크를 깔아 놓았다.
바라산 오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진 이 길. 우겨서 백운산 까지 가고 나니 이젠 여기서 하산하나 모락산 가나 거리가 비슷하다고 포기하는 남의편.
내친 김에 모락산 절터 약수터에서 정상 찍고 하산 완료.
길 건너 식당에서 부실한 점심 대신 저녀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역 주민이 말을 시킨다. 아무하고나 말하고 나이든 사람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것 같다. ㅎㅎ
이감탄을 빙자로 숙원사업 한곳이 해결된 보람찬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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