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윤동주
번개, 뇌성, 왁자지근 뚜다려
머ㅡㄴ 도회지에 낙뢰가 있어만 싶다.
벼루짱 엎어논 하늘로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손바닥 만한 나의 정원이
마음같이 흐린 호수가 되기 일쑤다.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내 경건한 마음을 모셔드려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다.
-7/3 (월)
도치 어린시절 주공아파트에 함께 살던 인연으로 자주는 못 만나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던 비산동 여인들. 그중 앞집에 살던 강모네가 오래 전 예당호 주변에 집을 샀다고 놀러가자는 말은 들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봤다.
강모네 시모께서 사시다 돌아가시고 코로나도 생겨 다른 여인들도 몇 년만에 예산 나들이를 한단다. 그래서 지난달 강모와 철모 만난 김에 날을 잡았고 철모 중학동창 친구도 함께 가기로 해 즉석에서 왕복 기차표를 예매.
수원역 9:51 차를 예매한지라 9시 전철을 타고 가는데 철모 전화, 안양역에서 탔다는데 같은 열차다. 만나서 수원역까지 함게 갔고 철모친구도 만났는데 진작 도착했다는 성모가 안 보인다.
헌데 묘령의 아가씨가 선글래스와 모자에 캐리어까지 들고 있는데 혹시 성모? 너무 젊고 예뻐서 못 알아볼뻔.
가방이 무겁다. 딸이 엄마 놀러간다고 옷도 사주고 손녀딸 가방도 빌리고 캐리어 안에는 와인, 샴페인에 안주까지 들고 왔다고......
기차를 탔고 의자를 돌려 네 여인은 하하호호 웃다 1시간 여 만에 예산역 도착.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역전에 장이 섰다.
철모 친구인 미숙씨가 고기를 샀고 철모가 과일, 옥수수를 사서 택시타고 집으로~
점심은 집에 가서 해 먹는단다. 가니 밭은 풀밭인지 채소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들어가 환기하고 에어컨 켜고 철모와 미숙씨는 주방에서 밥하고 된장찌개 끓이고 가지 쪄서 무치고 바쁘다.
큰 테이블 펼쳐 삼겹살을 구워 점심부터 고기를 때려 먹다 먹다 남겼다.
헌데 옥수수를 쪄서 하나씩 먹었는데 성모는 옥수수 킬러라더니 거의 2개를 먹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밖에 나가는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헌데 배 꺼지기도 전 미숙씨가 감자를 까서 채 썰더니 그걸로 감자전을 부쳐준다. 원래 튀김가루가 있으면 더 바삭하고 맛있는데 밀가루 밖에 없어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한다.
배불러 하면서도 맛이 있어 자꾸 손이 간다. 이러다 살 찔라......
아무래도 움직여야 할것 같아 나가기로 했다.
일단은 5명이 다 같이 나가 두 여인은 조금만 걷고 미녀3총사만 예당호 출렁다리까지 가기로 했다.
저녁 무렵이어서인지 길은 한갖지고 시원하다. 걷다 두 여인은 되돌아 가고 셋이 출렁다리 입구까지 갔는데 매월 첫번째 월욜은 쉰다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일 아침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컴백 홈.
대추를 다려 만든 대추차에 매실 엑기스까지 먹으니 배가 너무 부르다.
집에 와 저녁을 먹는데 집 뒤에서 채취했다는 죽순을 길게 찢어 초고추장에 무쳤는데 식감이 아삭해 진미채와 더덕 중간 맛이 난다. 별미로 저녁을 먹고 이제는 와인 파티까지 하고 다들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12시까지 놀다 두 여인은 각 방으로 미녀3총사는 마루에서 잠을 잤다.
-7/4 (화)
대추차 덕분인지 와인 덕분인지 불면증 있다는 여인들도 잘들 잔다. 물론 나도 잘 자서인지 눈이 떠졌다.
아침 체조하고 일단 밖에 나와 참외밭 풀을 한번 뽑아 보았다. 조금 하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어설프게 하는걸 보다 못해 농촌 출신 두 여인이 나와서 손을 대 상추, 호랑이콩 따고 상추 뽑고 풀 뽑고 참외에는 방석까지 받쳐주고 밭을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강모와 성모는 뽑아다 준 대파, 부추 다듬느라 바쁘다.
오늘 아침 메뉴는 성모가 가져온 누룽지 끓여 먹고 미녀 삼총사는 출렁다리에 재도전.
두번째 인데다 선수들끼리 나서니 걸음이 빨라진다.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단 출렁다리 건너가는데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언제 저걸 또 타보겠냐고 셋이 모노레일 타는 곳을 물어서 찾아가 조금 기다렸다 모노레일도 탔다. 일반 8천원, 경로 5천원이고 거리는 1.4키로 정도에 20분이 걸리는데 걷기 힘든 분들도 구경할 수 있어 좋을것 같다.
모노레일 타고 집에 거의 다 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 9키로 조금 넘는다. 운동 했다고 출출하다.
점심으로 뭘 해주냔다. 국수 해 달라고 했다. 비빔국수에 죽순을 넣고 비비니 식감이 좋다. 한그릇 뚝닥 먹었는데 아직 부추전, 시레기밥 코스가 남았다고.... 헐~
밥 먹고 앉아서 졸고 있으니 방에 들어가 자란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내가 1차로 낮잠을 잤고 철모가 2차 낮잠을 잤다.
아무튼 주인장이 예정한 코스를 다 먹었고 그래도 남은 밥은 쌌고 야채, 참외에 깐 옥수수 삶은것까지 싸준다.
이제부터는 청소, 음식만 잘하는게 아니라 청소까지 잘하는 미숙씨가 주동되어 청소까지 싹 하고 비가 조금 잦아든다. 콜 한 택시 타고 예산역에 나가 역전국수도 사고 6:50 무궁화호 타고 다시 수원역으로......
이것 저것 먹어 위가 커졌는지 출출하다. 이럴 수가.....
성모는 딸이 태우러 왔고 미숙씨는 분당선으로 우리 셋은 1호선 타고 집으로~
9월이 되면 강연이가 쌍둥이 출산이라 강모가 바빠 언제 또 예산 나들이를 갈 지 기약은 없다.
헌데 내년 봄 죽순 따러 온다는 두여인이 있는데 과연 가려나?
2일 동안 먹여주고 재워준 비산동 여인와 미숙씨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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