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23 일기장

물소리길 넘어 친구네 집 가기 (오빈~아신, 10/3)

산무수리 2023. 10. 4. 11:02

<조깅>

             정재윤

사람은 운동을 해야한다고
특히 아침 운동이
건강에 최고라며
당신은 내게 아침운동을 하자고
제안을 했지.
당신 자신 있소?
아침운동 할 시간 있으면
아침에 미숫가루라도 한 잔 타 주지.
아침 식사 구경해 본지가
3년은 넘은 것 같아.
그런데 갑자기 웬 운동…….
며칠이나 하려고

그러나 운동 첫날
당신이 날 깨운 시각은
아침 5시 30분.
웬일이오?
난 6시쯤 당신을 깨우려고 했는데…
이번엔 뭔가 큰 결심을 했구료.
우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뛰기 시작했소.
애초, 동네 한 바퀴를
돌 계획이었지만
조깅을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당신은 비지땀을 흘리더니
고혈압으로 곧 터져 버릴 것 같은
붉어진 얼굴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한쪽 배를 움켜쥐더니
이내 더 뛰지 못한 채
땅에 주저앉고 말았소.

당신은 폭탄을 맞고
전사해가는 전우의 음성으로
"여보…… 나 우유 하나만 사다 줘."
난 가게에 들어가 우유를 사왔고
당신은 우유 한 팩을
단숨에 비우더니...

걸어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소.

아침밥 먹여줄 것 아니라면
차라리 잠을 더 재우지……
새벽부터 이게 웬 고생???

그날 밤 나는
파스로 도배된
당신의 다리를 주무르며
조심스레 물었소.
"내일 조깅 할꺼야?"

당신 왈,
"누구 죽일 일 있어??
난 운동 안 해도 튼튼하니까
하려면 당신 혼자해요."
그리고 덧붙이는 말.
"아침에 우유 먹으니까 좋더라……
조깅 끝나고 들어올 때
우유나 좀 사다줘요."

 

산나리와 둘은 거의 매주 만나 양평 일대의 산을 다니는데 심심이는 평일에는 손주 보느라 시간이 나지 않고 산나리는 일욜에는 오마니 방문해야 해서 여의치 않다.

모처럼 긴 추석 연휴에 함께 시간을 맞춰 만나기로 한 날.

이촌역에서 심심이와 만나 전철을 탔는데 지평행인데 다행히 자리가 널널하다. 헌데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우리보다 어르신들도 많지만 갈 길이 먼지라 양보는 생각할 수 없다.

양수역 쯤 가니 사람들이 많이 내려 그나마 헐렁해 졌다.

오빈역에서 산나리 부부와 만나 물소리길 걷고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심심이는 오르막 못 올라간다고 갈 수 있냐고 오기도 전에 걱정부터 한다. 로컬 가이드가 맞춤 코스로 안내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산 넘어와 쉬던 쉼터가 바로 나타나 깜짝 놀랬다. 토스 만보 포인트 찍고 앉아 커피와 떡을 먹고 사진도 찍고 출발.

일단은 천주교 신자인 심심이를 위해 양근성지에 들렸는데 미사 중이라 성당 안에는 못 들어가나보다.

둘러보는 동안 비신자인 우리들은 예수님 뒤 의자에 앉아 쉬는데 조망이 끝내준다.

한바퀴 돌아보고 여기서 자전거 길과 산길 중 어디로 가나 고민하다 오늘 휴일이라 자전거가 지나다녀 산길로 가기로 했다. 잠시 동네에서 길을 헤매다 무사히 남산 산길로 접어 들었는데 염려하던 대로 심심이 힘들어 한다.

쉬는동안 밤도 줍고 무사히 정상에 가니 조망이 끝내준다. 

산나리 왈, 너 다시 여기 안 올라올거니 오늘은 정상에 가잔다. ㅎㅎㅎ 

그새 무릎이 안 좋아졌다고. 그나마 하산길은 걷는게 낫다고 해 무사히 하산해 집에 무사히 도착.

심심이가 하도 걱정을 하니 딸들까지 걱정을 했다고 해 무사히 왔다고 사진 몇장 보냈다고.

 

오늘 메뉴가 바베큐인줄 알았는데 일욜 반포 친구들이 밤 주우러 온다더니 이야기 할 시간도 아깝다고 식당도 안가고 준비 없이 집에서 손님 맞이를 했다고.

그래서 오늘은 아예 집에서 밥 먹기로 해 밥도 앉혀놓고 묵도 쒀 놓았다고....

이샘이 먼저 와 밥 불 켜고 해서 명절 끝이라 갈비에 전에 밭에서 수확 한 깻잎, 호박에 미역국까지 푸짐한 한상을 받았다.

차는 자기가 산다고 나가서 먹자는 심심이. 헌데 돈 아깝게 무슨 카페냐고 밥은 다음에 사라면서 집에서 커피, 과일, 과자, 깐 밤에 친구가 들고 왔다는 식혜까지 나와 계통있게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다.

거기에 날이 추워지니 다육이 관리가 힘들다고 가져갈래 하니 의외로 심심이가 입질을 한다.

나까지 덩달아 다육이 몇개 얻었다. 밤도 또 가져 가라는데 심심이는 무겁다고 안 가져간단다.

나만 밤에 스팸에 참치캔짜기 바리바리 얻어 이고 지고 전철역까지 태워다 줘 아웃.

 

오는 전철에는 빈 자리가 없다. 일단 배낭은 올렸고 다행히 한 자리 나 심심이는 앉았고 심심이는 상봉에서 환승 해 내가 앉아서 이촌까지 편안하게 왔다. 집 앞 중앙공원에서는 풍선으로 하는 공연에 사람들이 많다. 잠시 구경하며 토스 돈도 벌고 집으로~

둘만 만나다 셋이 만나니 좋았다. 자주는 힘들더라도 월 1회 우리끼리라도 시간 맞춰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