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신덕룡
폭설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평일엔 손자 봐주느라 바쁜 세일러마가 휴일이면 종종 남의편이랑 패키지 국내여행 애호가. 웬만한 데는 다 가봐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갈 곳이 생길 정도.
가끔 같이 가자 연락이 와도 시간이 여의치 않았는데 이번엔 명화가 콜해서 덩달아 쫓아 가기로....
7:30 종합운동장역에서 모여 출발 하는데 눈발이 날린다. 보통 이 여행사는 아침에 요기거리를 준다는데 오늘은 물만 준다고... 헌데 세일러마가 꼭두새벽에 김밥을 싸가지고 왔다. 감동이다. 덕분에 따뜻한 김밥과 각자 싸 온 커피 마시기.
- 삼선산 수목원
첫번째 도착한 곳은 수목원. 겨울이라 크게 볼건 없지만 한바퀴 자유롭게 둘러보는데 크진 않지만 중턱에 황토길이 제법 길다. 따뜻한 날에 와서 걸으면 좋을것 같다. 세일러마는 짧게 걷고 나와 명화는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다리도 건너고 구경 만끽.
- 영랑사
두번째 갈 곳은 영랑사라는 절인데 오늘 점심이 공양이다. 마침 동짓날이라 오늘은 팥죽을 준다고.. 아싸~
11시 경 절에 도착하니 눈발이 제대로 날리고 있다.
일단 공양간에서 팥죽, 동치미, 배추, 무김치와 함께 먹는데 꿀맛이다. 팥죽도 많이 퍼다 많이 먹었다. 절에서는 떡과 귤도 한봉지씩 나누어 주신다. 아무리 돈 받고 한다지만 참 고맙다.
조금 일찍 먹고 절을 둘러보는데 보살님이 공양하고 가라는 친절한 절이다.
명화와 법당에 들어가 삼배 올리고 절 달력도 하나 얻었다. 그리고 뒷산 잠시 올라갔는데 계속 넘어가면 오전에 갔던 삼선산 수목원으로 넘어가는 곳이다.
눈이 내려 내려올 때는 조심조심 내려와 출발 시간이 늦지 않게 출발.
- 면천읍성
절에서 나와 면천읍성에 도착하니 눈이 제법 쌓였다.
한바퀴 밖으로 돌고 안으로 도니 자그마한 가게 몇곳이 보인다. 한곳에서 이 면천읍성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 친절함도 보인다.
주변에는 술도가도 있고 (사러 갔는데 문을 닫았다고...) 우체국을 개조한 갤러리도 보이는데 시간이 없어 패스.
- 삽교천
마지막 들릴 곳은 삽교천에서 차를 여행사에서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으로 쇼핑에 진심인 세일러마 따라 파머시 마켓에서는 냉동 우렁이와 과자를 샀고 수산시장에서 명화는 명란젓, 세일러마는 조개젓, 나는 굴을 사서 흐뭇해 하며 귀가하기.
오늘 눈이 내려 집합시간보다 항상 일찍 모여 모든 일정이 빨리 끝나 귀가도 빨리 해 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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