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5년 일기장

그놈의 발목 때문에 동쪽 반주를 못하다니...

산무수리 2005. 12. 30. 23:07
십계 - 박두진 (1916 ~ 98)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떠내려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무너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뒤돌아보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눈물 흘리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불을 질러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칼을 갈아라.

네가 가진 너의 속의 심장을 푸득여라.

이에는 이로 갚고 사랑 포기하라.

눈에는 눈으로 갚고 사랑 포기하라.

세상에서 가장 정당한 법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려면 사랑, 이라는 여지는 포기해야 한다. '이에는 입술, 눈에는 눈빛'의 부드럽고 따뜻한 대응이 더 많았기를. 떠내려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나를 잃지 않으리란 계율들이 잘 지켜졌기를. 그러나 엄한 계율보다는 자연스럽고 행복한 해제가 더 많았기를 …김경미 <시인>



산행을 하고 집에 와 씻고 난 발목을 안티프라민 마사지를 하고 붕대도 감았다.
좀 신경이 쓰인다.
산이슬의 마라톤 완주메달과 간간히 보이는 입상 트로피.
한 장을 여니 각종 마라톤 대회의 기념품들.
재워주고 먹여주고 가이드 해 주고, 입고 뛸 마라톤복까지 선물하는 산이슬.
덕분에 무수리 봄에는 쫄바지에 나시티 입고 뛸 수 있겠당~~
3월 하프에 도전하기로 한 바람꽃도 한벌 얻었다.

내일 산행을 위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갓바위에서 동봉까지 하고 동화사로 하산하기로 내심 맘을 먹었다.

12.30(금)

아침이다.
헌데 자고나니 발이 더 아프다. 밤에도 간간히 발이 신경쓰여 잠을 잘 못잤다.
일단 출발을 해 갓바위쪽 주차장에 차를 댔다.
헌데 아무래도 오늘 산행하면 안될것 같다. 그랬다간 민폐도 민폐려니와 1월 내내 산행을 못할것 같다.
난 동봉쪽을 했지만 오늘 기대가 큰 바람꽃한테 미안하다.
난 찜질방에 있을테니 둘이서라도 다녀오라니 같이 가야지 그런 법은 없단다.
그놈의 의리 때문에, 그놈의 발목 때문에 오늘도 난 발목을 잡게 되는구나....

일단 갓바위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배낭을 도로 차에 넣고 바람꽃은 부지런히 올라가고 나와 산이슬은 히말라야 모드로 올라간다.
헌데도 갓바위까지도 가면 안될것 같다.
올라가는 곳에 여러 암자들. 헌데 종파가 다 다르단다.
발 아픈 날 위해 만덕암 뒤쪽 흙길로 올라가자고 한다. 역시나 현지인 가이드가 있으면 이런 정보를 알 수 있어 너무 좋다.

절이름이 뭐여유?

이 절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천천히 하산을 한다. 덕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부지런히 바람꽃이 내려온다.
갓바위에서 동쪽쪽 능선을 봤는데 그쪽 거리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정표를 다 찍어서 거리 계산을 하는 그 치밀함.
보고 못가게 되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래도 갓바위 부처님께서 소원 들어주시겠지 뭐...

이젠 동화사 구경을 가기로 한다.
헌데 이쪽은 입장료 2500원에 주차비도 따로 받는단다.
산이슬은 관리공단 주차장에 차를 댔다.
헌데 갑자기 배가 고프단다.
하긴 나도 배가 고파 참 이상하다 했는데 어제 산행으로 힘이 들어 에너지가 필요한가보다.
바람꽃은 자면서 간간히 끙끙 앓는 소리까지 내던데...
그래서 와구와구 커피와 빵을 먹었다.

그리고 관리공단 윗쪽 새로 생긴 장비점 옆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내려서니 자연스럽게 입장료를 내지 않고 동화사 경내로 들어설 수 있네?
등산객들도 다들 이쪽으로 올라간다.


차도로 내려서시 보이는 팔공산의 모습

동화사 경내로 들어섰다.
역시나 동화사가 좋은 절이다.
바로 뒤에 동봉을 이고 있다.
오늘 이곳에서 스님들 세미나가 있나보다.


일주문 들어서며 보이는 동화사

대웅전.

우리들 셋은 동화사 부처님께 안부를 여쭙고 통일기원 대불을 보러 내려간다.


대웅전 앞에서

두번째 보는 대불.
그래도 첫번째 보다는 충격(!)이 덜하다.
하도 햇살이 좋아 대불 앞 계단에 깔판을 깔고 앉아 놀았다.

헌데 해가 들어가고 바람이 차가워진다.
주차장으로 가다 매점에서 밥을 좀 먹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들어준다.
자리값으로 오뎅을 시키고 싸 가지고 온 밥을 좀 이르지만 처치했다.
배 너무 부르네....

산행도 못하니 일찍 올라가 침이라도 맞아 두는게 좋을것 같다.
그래서 동대구역으로 갔다.
우리 내려주고 산이슬 가고-무쟈게 서운하네-제일 빨리 출발하는 ktx를 타고 5시 좀 안되 서울역 도착.
차 안에서 내내 잤다.
해놓은 밥 먹고 잠 잘자고 했는데도 이렇게나 피곤하다니...
산이슬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정말이지 고맙고도 미안하다.
헌데도 또 가야 할것 같다.

그리고 나도 서울쪽에 올라오면 이 웬수를 값아야 겠지?
고마우이 칭구~~
사랑한데이...

이른아침,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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