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인생 계획’ - 이장욱(1968~ )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고
소규모로 살아갔다.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는 간신히 팔짱을 끼고
봄에는 조금씩 인색해지고
낙엽이 지면
생명보험을 해지했다.
내일이 사라지자
모레가 황홀해졌다.
친구들은 하나 둘
의리가 없어지고
밤에 전화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포성이 울렸지만
남극에는 펭귄이
북극에는 북극곰이
그리고 지금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났다.
우리는 위대한 자들을 혐오하느라
외롭지도 않았네.
우리는 하루종일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
북극곰의 꿈을 생산했다.
우리의 인생이 간소해지자
달콤한 빵처럼
도시가 부풀어올랐다.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으며 소규모 인생 계획을 짜는 손, 이미 그 손의 모습들이 새싹을 숨기고 있다. 굳이 자신의 삶을 비우며 위대한 자가 된 척하지 않아도,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난다. 삶의 아주 낮은 환상 속에서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북극곰의 꿈을 생산”하는 이 시인의 공장에선 간소한 인생이 달콤한 빵처럼 부푼다. <박형준ㆍ시인>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고
소규모로 살아갔다.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는 간신히 팔짱을 끼고
봄에는 조금씩 인색해지고
낙엽이 지면
생명보험을 해지했다.
내일이 사라지자
모레가 황홀해졌다.
친구들은 하나 둘
의리가 없어지고
밤에 전화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포성이 울렸지만
남극에는 펭귄이
북극에는 북극곰이
그리고 지금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났다.
우리는 위대한 자들을 혐오하느라
외롭지도 않았네.
우리는 하루종일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
북극곰의 꿈을 생산했다.
우리의 인생이 간소해지자
달콤한 빵처럼
도시가 부풀어올랐다.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으며 소규모 인생 계획을 짜는 손, 이미 그 손의 모습들이 새싹을 숨기고 있다. 굳이 자신의 삶을 비우며 위대한 자가 된 척하지 않아도,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난다. 삶의 아주 낮은 환상 속에서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북극곰의 꿈을 생산”하는 이 시인의 공장에선 간소한 인생이 달콤한 빵처럼 부푼다. <박형준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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