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진달래 맞으러 간 우중산행 (삼각산, 3/29)

산무수리 2008. 3. 29. 23:05
‘소규모 인생 계획’ - 이장욱(1968~ )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고
소규모로 살아갔다.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는 간신히 팔짱을 끼고
봄에는 조금씩 인색해지고
낙엽이 지면
생명보험을 해지했다.
내일이 사라지자
모레가 황홀해졌다.
친구들은 하나 둘
의리가 없어지고
밤에 전화하지 않았다.
먼 곳에서 포성이 울렸지만
남극에는 펭귄이
북극에는 북극곰이
그리고 지금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났다.
우리는 위대한 자들을 혐오하느라
외롭지도 않았네.
우리는 하루종일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
북극곰의 꿈을 생산했다.
우리의 인생이 간소해지자
달콤한 빵처럼
도시가 부풀어올랐다.

식빵가루를 비둘기처럼 찍어먹으며 소규모 인생 계획을 짜는 손, 이미 그 손의 모습들이 새싹을 숨기고 있다. 굳이 자신의 삶을 비우며 위대한 자가 된 척하지 않아도, 거리를 질주하는 사이렌의 저편에서도 아기들은 부드럽게 태어난다. 삶의 아주 낮은 환상 속에서 “펭귄의 식량을 축내고/북극곰의 꿈을 생산”하는 이 시인의 공장에선 간소한 인생이 달콤한 빵처럼 부푼다. <박형준ㆍ시인>



때: 2008.3.29 (토) 13:10 수유역 2번출구
코스개관: 진달래능선-대동문-보국문-대성문-정릉청수장 통제소 (14:00~ 18:10)
날씨: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우산쓰고 산행.

 

 

 

 

 

 

 

 

 

 

 

 

 

 

 

모처럼 웰빙팀이 시간을 맞춰 산행을 하기로 한 날.
일욜 내린다던 비가 토욜 아침부터 내린다. 우짜지?
일단 산행 모드로 출근. 오늘 계론식도 한건 있지만 선약이고 내가 안가도 큰 지장은 없는지라 미리 혼주에게 양해를 구했다.

온다고 연락도 없던 감탄공주의 문자.
비 와서 산에 못가지?
언제 오기로 했었어?
비 오는데 어찌가?
어찌가긴?
전철타고 버스 갈아타고 오지?
비 온다고 산행 포기했는데 막상 비 그치면 무쟈게 억울하거든?
그리고 안간다고 아무도 연락 없었거든?
쫀누나 문자, 비오는데 오늘 산행은?
갑니다. 비옷 임대 합니다.
오케이~
박과일 전화, 비 오는데?
비와도 일단 만나고 정 산행 못하면 영화라도 봅시당~

쫀누나는 너무 일찍 도착했고 나머지 세사람은 거의 동시에 도착.
마음도 딱딱 맞네그랴~
버스를 타려는데 겁나게 큰 배낭에 비싼 장비로 바르고 바가지까지 매단 멋쟁이 언니. 몽땅 새거다.
헐, 이 비 오는날 마스카라까지 발랐다.
아마도 등산학교 들어가 인수 야영하러 올라가나보다.
좌우지간 부럽다.

점심도 굶은 세일러마 김밥 한줄 걸어가면서 먹고 부활절 계란도 못 먹었다니 계란까지 세개 사네?
오늘은 이 팀과 처음 가보는 진달래 능선길.
넘들 하산할 시간에 우리는 시작이어라.
초장부터 급경사 계단길이다. 숨차지~ 땀나고...
올라서면 평탄한 능선길. 더러 바위가 나오지만 우산쓰고 충분히 가능하다.
원래 계획은 세일러마 백운봉에 올라가 태극기 앞에서 사진 찍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비가 내리는데도 하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특히나 라퓨마 복장으로 두른 인간들이 많이 내려가는걸 보니 LG 관계자 같다는 생각이 팍 스친다.
혹시나 솜솔아빠 지나가나 봤는데 안 보인다...

앉아 쉬고싶어도 앉을 수도 없고 대동문이나 가야 지붕 아래에서 쉴 수 있다.
중간에 커피 한잔 마시고 천천히 비 내리는 호젓한 능선길을 올라간다.
거의 2시간 걸려 대동문에 올라서려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후미언니다.
멘토같은 선배다. (표현이 맞나 모르겠다. 낯선 단어라...)
언니 바쁘다메?
주말도 바쁘냐? 산에 와야 숨통이 트이지...
함께 근무하던 동업자가 산에 가자해서 온거라며 혼자냔다.
아니? 과일 멤버들이냐고...
다들 구면이고 쫀누나만 초면.
과일과 빵 나누어 먹고 언니는 용암문쪽으로 우리는 대성문쪽으로....

하산하는 줄 알았는데 왜 올라가냐고 이 길은 초행인것 같다는 쫀누나.
덩달아 박과일도 초행같다고...
그럴리가...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멤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니까.
보국문에서 하산하긴 너무 아쉬워 대성문에서 정릉으로 하산하기로.
한데 영추사 바로 뒤에서 샛길로 들어섰나보다. 잠시 버벅댔다.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하마트면 국립공원에서 개척산행 할 뻔 했다.
주 등산로에 내려오는 젊은오빠 넷이 서서 4:4 네?
쫀누나, 얼른 커피 한봉다리 보이면서 물건으로 파트너 정할까요?
ㅎㅎ 아무튼 못말리...

하산하니 6시가 넘었다.
항아리수제비집을 찾으니 그 자리에 장비점이 생겼다.
슈퍼에서 물으니 목욕탕 옆으로 이사를 갔단다.
한참 내려가니 항아리수제비집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다.
먼저 사람들한테 배워서 차렸다는데 맛도 비슷하고 주인이 평수 넉넉하고 사람좋게 생겼다.
세일러마, 공주님 취직 턱으로 낸다고 고기 먹자고 해 삼겹살 먹는데 녹차가루를 뿌려준다. 고기도 맛있고 김치도 맛이있다.
딸려나오는 전이 파래를 넣었다는데 아주 향긋하다. 한장 더 달라고 하니 절대 안된다고 웃기더니 한장 더 부쳐준다.
그래도 수제비집이니 수제비를 일인분만 시켜 먹었는데도 배가 너무 불렀다.
특히나 쫀누나, 박과일은 허리가 안 접혀 버스타기도 힘들다나 뭐라나.

산행에서 젤로 힘든데 멤버 모집하는것.
그것도 똥창 맞는 멤버로.
비가 하루종일 내렸는데도 함께 산행 한 온몸팀.
고마우이~
진달래 제대로 필 때 다시 와야지?
앞으로 오래오래 함께 같이 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