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愛走家 소백산을 가다 (6/8)

산무수리 2008. 6. 10. 23:15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정일근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無量壽)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빡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1. 모이는곳: 2008.6.8 (일) 5:30 학운공원
2. 코스개관: 죽령-1연화봉-비로봉-국망봉-초암사-주차장 (8:20~16:40)
3. 누구랑: 애주가 22명과 애주가 관계자 중학동창 9명
4. 날씨: 비 온다던 예보가 산행 내내는 쾌청한 날씨였고 산행 끝 무렵에 천동, 번개를 동반한 비가 1시간 정도 내리다..

무늬만 애주가인 무수리.
이런 저런 핑계로 정훈도 안나가, 주말엔 산에 가야 하니 LSD도 참석 못해, 연습 안하니 대회도 못나가....
모처럼 일욜 LSD 대신 산행 공고가 났다. 조심스럽게 덧글을 달았다.
풍기출신인 알비백님이 코스추천이 있었고 얼마전 다른 산악회에서 이곳을 다녀오신 마방님의 의견에 부산일보 정보를 추가하여 위 코스로 가기로 최종 결정.
나르는 인간들이 하도 많은지라, 헌데 내가 산행 잘 한다고 소문이 잘못나 버벅대는 실력 드러날까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사실 온몸산악회인데...

아침 학운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별로 안 모였다. 어중간한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실크님 동창생들이 내 뒷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생각보다 늦지 않게 5:40 출발.
김밥 한줄, 물, 오이, 과자 등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일회용 우의까지 나누어 준다. 안내산행보다 써비스가 좋은걸?
점심은 각자 성의껏 싸 가지고 와 산에서 먹고 저녁은 식당에서 먹는다고 했으렸다?

오늘 비 온다고 해서 물도 얼리지 않았고 물도 별로 먹히지 않을것 같아 800cc 정도만 준비. 


죽령에서의 출석부 (몇분이 빠졌다)

8:10 죽령 도착. 화장실 들렸다 입간판 앞에서 단체사진 찍고 20분 출발.
10분 올라가니 안내소. 그 앞에서 다 모여 다시 한번 단체사진 찍고 출발.
이 길은 무박이나 눈 내릴때만 산행해 봐서 제대로 길 본 적 없었다. 막상 포장도로를 끝없이 올라가려니 정말 많이 지루했다. 고글도 빼놓고 왔는데 햇볕이 장난이 아닌걸?
작년 대구 교육달 사람들과 공룡 갈때 패션은 정말 설악에 가기엔 좀 거시기 했는데 그래도 애주가 팀들은 패션으로는 일단 합격.


1차 입산주 마시기

초장 역시나 애주가가 동창팀인 28산악회 (28 청춘이라나 뭐라나?)를 추월해 대부분 앞서서 간다. 혁마님만 잘 올라오면 되나보다. 혁마는 이사람 저사람 인간 지팡이 삼아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올라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건달님은 6.6 제주에서 철인경기 뛰고 마눌님 혁마와 함께 쉬지도 못하고 오늘 산행에 참석. 중간 모친상을 당한지라 일주일 운동을 못하고 시합에 참가하는 바람에 잔차 타고 무릎이 아파 제대로 앉지도 못하면서 오늘 참석. 얼굴도 피곤이 가시지 않아 까칠한 모습이다. 정말이지 철인은 아무나 하나....

포장도로 중간에 앉아 입산주에 야생화표 부침개로 막걸리 파리. 한참을 먹고 전을 거두려니 그제서야 28산악회 도착.
우리가 쉬는 사이 28 산악회가 슬며시 출발. 그러나 애주가를 당할 수 없음이야....


연화봉 가기 전 전망대에서... (녀자들끼리 찍는데 꺼비가 끼다..)

 
2차 입산주

연화봉 가기 전 전망대에서 사진 한방 찍고 중간 그늘에서 2차 입산주. 아침 너무 일찍 먹어 벌써 배가 고프다고 남은 김밥과 우거지국까지 꺼내 먹는다. 오늘 반찬 10여인분을 준비한 야생화. 정말이지 전직이 의심스럽다. 애주가에 와서 밥 먹고 가면 집에 가서 밥 먹기 싫다는 사람들. 나도 그의 정성과 손 큼에 경탄을 넘어 존경심까지 든다.
이런밥 매일 드시는 노척님을 다들 부러워 죽겠나 보다. 이렇게 잘 드시는데 왜 살이 안 찌냐고 하니 누가 다 웰빙식인데 왜 살이 찌겠냐고... 헐~

 
연화봉에서

천문대 지나고 연화봉 입구에 국립공원 직원들이 나와 지도와 산행책차를 나누어 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철쭉제 마지막 날이라 비상체제 였다고...
지도 한장과 책 한권 얻고 연화봉에 올라오니 꼭두새벽 비 오는날 잠깐 들릴을 때와는 경치 자체가 틀리다. 철쭉은 거의 다 졌지만 초록이 정말 아름답고 조망과 구름이 환상의 경치다.
더구나 팀과의 널널산행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것 같다. 허나 걷는것 자체는 결코 널널은 아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별로 쉬지 않고 걷는다.

 
1연화봉 올라가기 전 헬기장에서

 
1연화봉 올라가는 길

알비백님이 선두에서 선다. 마사평님은 오늘 LSD 한다고 진작에 사라져 보이지도 않는다. 길을 잘 몰라 수시로 알비백님한테 전화로 길 물어 가면서 산행을 했다고 한다.
혁마가 알비백님한테 붙어 산행을 해 건달님한테 하소연 하니 그래도 평지라 운 좋은거라고 마눌님 편을 든다. ㅎㅎㅎ
한번 잡혔던 남정네들은 또 잡힐까봐 앞으로 도망간다나 뭐라나?

 
중간쉼터에서... (1연화봉에서 줌으로 당기다..)

 
럭셔리 웰빙 호텔식 부페

연화봉이 밥 먹기는 좋은 자리인데 너무 이르다. 조금 더 가서 먹기로 하고 진행. 오르내리고 까마득해 보이는 계단을 올라서니 그늘에 약간의 공터가 있다. 이곳 지나면 밥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돗자리 3개 펴고 후미까지 바로 도착해 밥을  펼치는데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야생화표 웰빙쌈, 번데기, 우거지국, 각종 장아찌, 물김치, 나물.....  몇몇 사람들한테는 밥만 싸 오라고 했다고. 다음부터는 아예 야생화표 식당에 주문하는게 어떠냐고 했다.
만드는것도 힘들고 그 힘들게 만든거 들고 온 사람들도 고맙고.....
내 반찬과 알비백님 점심용 김밥은 한쪽에 찌그러져 있어야 했다.
호텔 부페식 럭셔리 점심을 거하게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도착하는 28산악회. 계단 올라오기 전 막걸리 한잔 마셔 점심 생각이 없다는데 너무 힘들어 밥이고 뭐고 귀찮은것 같다.

 
비로봉 가는길

국망봉 갈 우리들 먼저 출발하고 가는데 비로봉 가는 길은 정말이지 천국가는 하늘목장 같다.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비로봉인것 같다. 철쭉제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염려만큼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온 길도 일찍 출발 해서인지  호젓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비로봉에서의 선두조

비로봉 올라가는 나무데크 계단길.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제법 복잡하긴 하지만 정체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철쭉 진줄 어찌 알고...
철쭉 지고 있어도 소백은 아름다웠다.
넓은 비로봉 정상에서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 밥 먹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조망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우리도 정상석 뒷쪽에서 선두그룹끼리 한장 찍고 국망봉을 향해서 가기로 한다. 왜? 후미팀들은 비로사로 하산하기로 했기에...
함께 선두팀과 산행하던 꺼비님은 후미팀 기다린다고 남았다. 내심 의리있다 생각했다.

 
국망봉 가는길

국망봉 가는 길은 호젓해 좋긴 한데 길이 썩 순하지는 않다. 힘들어 두번 쉬는 사이에 후미조에 함께 하시던 마방, 노척님이 뒤쫓아 오셨다. 야생화님은 다리에 쥐가 나 비로사 하산팀에 끼었다고... 음식 장만하느라 너무 과로했나보다...

 
초암사 갈림길

국망봉 들렸다 늦어져 민폐되면 어쩌냐고 걱정하면서 쫓아오는 그래서님. 산행 잘만 하면서 엄살이다. 9명이 국망봉을 향해서 가는데 점심을 너무 잘 먹어서인지 목이 마르다. 슬슬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국망봉과 초암사 갈림길에서 국망봉 안 간다는 그래서님.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도 설득해 (!) 다 같이 국망봉으로 가서 기념촬영.

 
소백산을 깨끗하게 지켜주시는 분들과



 
국망봉에서 11명의 전사들

 
국망봉 바위에서

도로 되집어 와 초암사를 향해서 내려가는 나무계단길. 오늘 숙제를 해 개운한 기분으로 하산.
이길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올라오려면 땀 빼나 쏟아을것 같다. 조금 내려가면 돼지바위에 샘터도 나온단다. 알비백, 뜀박질, 노척님은 뛰어 내려가 보이지도 않는다.

 
봉바위 앞 공터

과연 돼지바위도 못보고 내려가니 물이 흐르고 있다. 누군가 큰 시에라 컵을 하나 놔둬 물 받아먹기 좋게 해 았다. 허나 가물땐 이 물이 나오라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이곳은 절터였는지 넓은 평지로 봉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야영하면 물도 가깝고 아주 환상일것 같다.
이곳에서 3.5K 더 가면 초암사. 초장 내리막에 비해 길도 많이 순해지고 계곡의 물소리도 좋고 들어앉았다 가면 좋겠단다.

헌데 비 올것 같지 않은것 같더니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일기예보가 맞는가보네?
초장에는 숲이 우거져 그냥 갈만 했는데 아무래도 비옷을 입어야 할것 같다. 비옷을 입고 나니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 자연 발걸음도 더 빨라진다. 앞뒤가 떨어져 혼자 내려가는데 혼자왔냐고 누군가 물어본다. 앞팀과 한팀이라고 하니 왜 그 팀은 녀자들이 뛰냐고...
뜀박질 팀이라고 했다. 헌데 앞선 민트한테 그 말을 하니 화장실이 급해 뛰었다나? ㅎㅎ

16:00 초암사 도착. 헌데 비가 제대로 내린다. 절 사진도 찍을 수 없네...
문제는 초암사에서 주차장까지가 3K. 소형차는 올라와도 버스는 올라올 수 없는 좁은 길인가 보다. 택시가 호객을 한다.
부지런히 포장도로 내려가는데 차가 지나가면 피해 주어야 해서 조금 귀찮다.

 
1시에 내려와 기다린 마사평님을 만나고...

거의 다 내려가니 비가 그친다. 주차장에 버스가 보여 좋아했는데 우리 버스가 아니란다.
달리기 모드로 1시 하산해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마사평님.(평생 마라톤 사랑이라나?). 지루해 죽을뻔 했다고...
노느니 주차장에서 지속주 연습이나 하시지...
알비백 구받받던 김밥 생색 내 가면서 주었다. 점심 먹은 우리들도 출출한데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산에 와서는 산행을 해야지 훈련을 하면 어쩌냐고 구박했다.
비로사 팀은 이제야 후미가 도착해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풍기 인삼상가에서...

버스 도착해 수박 한통 깨 먹고 풍기에 들려 인삼 살 사람 한채씩 사고 이젠 저녁 먹으러 제천으로 간다고...
일찍 하산한 팀들은 차 안에 아이스박스를 술상 차려놓고 바닥엔 패트병이 굴러다니고 있다.
제천의 '금왕식당' (043-645-5953)에서 야생화님 강추 올뱅이 해장국을 다 같이 한그릇 뚝딱. 리필도 해 주시고 몇몇은 포장까지 했다. (나도~)

올라오는 버스안은 움직이는 노래방.
애주가만 있어도 즐거운데 28산악회까지 있으니 경쟁의식까지 생겨 아주 재미난 풍경이 펼쳐졌다.
글로는 설명이 안된다. 직접 봤어야 한다.
못보고 못 들은 분들 후회 마니마니 하시길....

 
-애주가의 마방, 민트님이 올린 사진 별책부록으로 올립니다~
물론 제가 예~쁘게 나온 사진만인건 알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