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생일 축하 산행 (속리산, 6/14)

산무수리 2008. 6. 16. 21:34
‘먼 별’ - 이희중(1960~ )

이제 미움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함께 지낸 날들의 눈빛 잊지 않으면

그조차 먼 별이 되어 빛나네

비 오는 정오가 아닌, 노을 진 저녁이 아닌

짱짱한 햇빛 아래 서서 그대를 다시 보낸다 해도

더는 진땀 흘리지 않을 터 다만 잊지 마라

함께 다닌 많은 길들 골목들 집들 그 위 하늘들

가끔 걸으며 둘러보리니

그대 문득 돌아오는 날 또한 나 그곳에 있네

이제 욕망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이제 시간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사랑이 사랑 아닌 것이 어디 있으며, 미움이 미움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사랑은 미움의 반쯤 가린 그림자에 싸여 가시처럼 아프고 불처럼 뜨겁다. 미움 또한 사랑의 반쯤 가린 빛에 싸여 고아처럼 슬프고 저녁노을처럼 괴롭다. 미움 너머로 사랑하자. 미움 가득 저 강물과 땅에 내려놓고 함께 지낸 날들이 불러주는 먼 별의 노래에 들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노을진 저녁이라도 끝끝내 슬프지 않은 햇빛이 되자. 얼마나 우리는 집과 길과 별을 꿈꾸어 왔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떠나는 사랑을 위해 기다림의 자세로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던가. 미움을 견딘 총총한 먼 별 비로소 함께일 수 있는 가슴에 따뜻한 눈빛을 보낸다. <박주택·시인>



6/13 (금)
토요일은 산이슬 생일날. 놀토이기도 해 생일기념 드림팀 산행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 코스는 여산이 짜기로 했고 산이 있으면 어디든 좋다는 산이슬.
좋은 친구와 산을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산이슬은 경산에서 기차타고 오면 21:30 상주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수도권팀은 17:30 평촌에서 만나 짐 챙기고 17:50 출발.

졸려 뒤에서 난 취침모드로 자고 일어나니 상주IC. 2시간 조금 지난것 같은데 무쟈게 빠르네?
상주역 근처 공터에 차를 대 놓고 실실 걸어서 저녁을 먹으러 둘러보다 한 집에 가니 다른집을 소개 해 준다.


일심식당 정식(535-0021. 남부시장 공판장 앞)

집은 허술한데 정식이 4천원이다. 두명의 젊은 언니가 계시는데 푸근하고 좋았다. 차 안에서 빵, 과자를 먹은지라 배가 좀 덜 고픈게 옥의 티. 먹다 전은 남겨서 싸 달라고 했다.
우리 뒷자리 남자 둘이 와 소주, 막걸리 한병씩 시키더니 맥주잔에 따르더니 안주도 없이 5분만에 쭉 들이키고 나간다. 흐미, 기죽어라...


왕산공원의 부처님

헌데도 시간이 남는다. 우리가 세워놓은곳이 공원 앞이었나 보다.
'왕산공원' 크지는 않은데 나무들은 거목이고 보물인 부처님도 한분 계셨다. 장지연 기념석도 세워져 있고 너무 어두워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나름대로 의미있는 곳 같다.
길거너에는 탁구교실도 있다. 시간이 남았으면 탁구까지 칠 수 있었는데....
차를 가지고 역에 가 산이슬 만났다. 가볍게 오라고 했는데도 아이스박스에 먹을걸로 메고 들고. 정말 못 말린다. 설마 굶길까...

문장대 앞 송암산장(054-533-5659)곳에 산이슬이 예약을 해 밤 늦게 그곳을 찾아 들어갔다. 문장대 하면 보은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이 사실은 문장대를 제일 짧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22:30 경 민박집 도착.


미리 버스데이~ (후야님 이름으로 달아 놓을까 했으나 마일리지가 남은 관계로...)

늦었지만 미리 버스데이를 하고 레자미표 치즈케�으로 생일 축하를 하고 케� 먹고 축하 매실주를 한잔씩 마시고 내일 아침으로 쌀 씻고 미역 물에 담가놓고 내일을 위해 취침 모드로~

6.14 (토)

코스개관: 금란정 (장각폭포)-천활봉헬기장-천황봉-비로봉-문장대-화북면 시어동- 오송폭포 (7:50~16:00)
날씨: 오전엔 가스끼고 흐리다 낮부터 개고 시야가 트임

늦게 잤는데 오늘 아침만은 산이슬 시키지 않고 내가 해야겠기에 일어나 밥 안치고 미역국 끓이고...
다들 부지런해 일찍 일어났다.
아침 먹고 뭔가 부족한 미역국에 산이슬표 반찬으로 조촐한 생일상을 받은 산이슬. 함께 아침 생일상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아침 먹고 도시락 싸고 짐 정리하고 부지런 떨어도 출발하니 7시가 훨씬 넘었다. 오늘도 이곳에서 잘까 해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예약이 다 찼다고...
내려와 차량회수를 문의하기 기름값 정도 주면 태워다 준다고 한다. 아주 친절하다.
우리 옆방 사람들은 우리들이 늦게 도착해 시끄러워 제대로 못 잤을것 같다고 염려를 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어디를 다녀온것 같다고 이곳에서도 속리산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어디로 연결되는지는 사실 몰랐다.

금란정과 장각폭포 입구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바탕 사진 촬영을 하고 산행 출발한 시간이 7:50.
이곳 코스는 휴식년으로 묶여 있다 작년 개방한 코스라는데 사람이 없고 길가 산딸기가 열려있다. 몇개 따먹고 포장도로를 한참 올라가는건 좀 마음에 안든다.
농사짓는 어르신께서 천황봉까지 간다고 하니 멀리 간다고 걱정 해 주신다. 정도 많으시다.


상오리 7층석탑

이곳에는 보물인 고려시대 상오리7층석탑도 하나 있는데 제법 운치가 있는 탑이다. 이쪽은 특히나 뽕나무가 많다는 여산의 설명. 작년 철쭉 필 때 이 코스로 왔었다고...
포장도로 끝나는 곳에 위치한 기도원처럼 보이는 건물.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양복입은 젊은 오빠 등산복 차림인 우릴 보고 비 올것 같은데 우비 챙겼냐고 걱정해 준다.

드디어 본격적인 흙길과 이정표가 보인다. (8:55)
장각동 이정표를 본 나무천사 왈, 언제 주장각이 여기까지 땅을 샀냐고...
그러게 말이야. 신고도 없이...
초장 올려치고 올라가는데 진행을 하기 힘들다.
왜? 산뽕나무에 오디가 많이 열려있어 따 먹느라 정신 없어서. 나무천사는 산복숭아 열매까지 딴다.


헬기장까지의 길은 시야야 트이는 곳이 별로 없다...

날씨는 덥지는 않은데 가스가 끼어 안 그래도 나무때문에 시야가 가리니 조망에 목숨거는 여산은 재미 없어 한다.
길읕 크게 험하지 않고 2시간 정도 올라가니 천황봉 가는 주등산로와 연결되는 헬기장.(10:00)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정상인데 가스가 점점 진해진다. 군데군데 조망처가 있는데 그야말로 오리무중. 잠시 쉬면서 간식 먹고 시간을 때워보지만 금방 갤것 같지는 않다. 정상 가 봐야 조망 없을거란 생각에 여산은 맥 빠져 하고 이런 날 산행이 나름대로 운치있다고 놀리는 나무천사. 가스때문인지 공기는 서늘해서 덜 덥기는 했다.


10:20 천황봉 정상

어디서 올라왔는지 홀로 내려가는 청춘이 있었고 정상에 가니 한팀이 법주사쪽에서 올라왔다고 쉬고 있다 우리들을 보니 방을 빼준다. 서로 사진 한장씩 찍어 주었다.
다시 헬기장까지 백 했다 문장대를 향해서 간다.
정상에서 만난 팀도 문장대를 간다고 한다. 중간에 조망 하는 곳이 있는데 여산은 안 보인다고 그냥 앞서 가 버렸다고 한다.


문장대 가는길 갈림길에서

문장대와 법주사 갈림길이 나왔다. 헌데 앞서 간 여산과 산이슬은 법주사쪽 왼쪽길로 내려가고 있다.  직진 코스는 경업대로 되 있는데...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우회로로가는 줄 알고 내려갔다.
헌데 한참 내려가던 여산 이 길이 아닌것 같다고...
위에 이정표를 미처 못 봤다고 한다. 한참 되돌아 올라가니 왜 이걸 못 봤는지 모르겠다고...
가스 걷히라고 시간을 끈거라나 뭐라나? 아무튼 본의아니게 알바를 하고 문장대 방향을 향해서 간다.


원숭이 모양의 바위도 보이고..

군데군데 조망터가 있는데 두 작가들은 대부분 올라가고 우리들은 대부분 우회하고...
한곳에 올라가더니 빨리 우리보고도 올라오라고 한다. 반신반의 하며 올라가니 그곳은 바람도 불지않고 조망도 많이 트여 있었다.
문장대도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서 애를 태운다. 한참 앉아서 간식도 먹고 놀았다. 오늘 산행은 생각보다 빨리 끝날것 같다.
주능선에서 왼쪽은 그나마 시야가 트였는데 오른쪽은 아직도 오리무중. 점점 문장대가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석대도 보이고..

신선대에 가니 갑자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정상 가까운 곳에 있는 매점. 맨몸으로 산에 오는 사람들이야 편하겠지만 자연보호에서는 영 아니다 싶다. 이곳부터는 안 보이던 안내산행 팀에 관광모드 입산객까지 있어 여기저기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좀 촌스럽지만 우리들도 이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문장대 바로 아래 매점 앞은 그야말로 장터같다. 법주사에서 이쪽으로 올라오는 길이 사람이 제일 많이 올라오고 신선대 직전 길로 하산하는 사람도 제법 많은것 같다.
아무튼 문장대 정상은 경상북도 상주군. 우리도 문장대 올라가기 전 사진 찍고 문장대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13:30) 이젠 시야가 팍 트이고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내일 우리가 갈 묘봉도 보이고 관음봉보 보이는데 문장대에서 관음봉 코스는 등산로가 폐쇄 되었다고...


문장대에서 보이는 조망. 내일 우리가 갈 묘봉도 보이고...

문장대 내려와 화북 방면으로 조금 내려오다 넓찍한 바위 위에 올라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산이슬표 건식이 하도 많아 점심이 좀 늦었지만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다. 집에서 보다 푸짐한 반찬으로 함박꽃 핀 바위 위에서의 오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밥 잘 먹고나니 하산하는 인파가 조금 빠진것 같다. 이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그중 순하고 짧은 코스인지 할머니 세분이 올라오시는데 나무천사가 할아버지는 어디 두고 세분만 오시냐고 하니 할아버지들 아래에 있는데 만나면 올라오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특이한 모양의 바위

이쪽은 조망터가 별로 없어서인지 비교적 빠르게 하산. 한참 내려가니 정말할아버지 세분이 앉아 사이다를 들고 계시다. 할머니들 어쩌고 세분만 계시냐고 하니 여자들이 더 독하다는 할아버지. 위에 멋진 남자들 많은데 할머니들 안 오시면 어쩌냐고 놀리며 내려왔다. ㅎㅎ


쉴바위

두 작가 앞서서 가 버리고 둘이 내려가는데 '주말에 설것이 하는 남자들' 이란 표지기 단 사람들. 참 별의 별 모임이 다 있다 싶다. 헌데 설것이 안하고 왜 산으로?


오송폭포

15:30 하산완료.
내려가니 나무천사 여산 뒤에 안 오냐고...
앞에 갔는걸? 못 봤단다.
화장실 들렸다 바로 지척에 있는데 못 본 오송폭포 보고 왔는데 아직도 여산 못 찾았단다. 전화 해도 받지 않는다. 노느니 조금 위 성불사 절 구경을 하러 올라가니 절터는 좋은데 불사는 어울리지 않게 해 놓았다.


성불사의 약수터

단지 약수터가 특이하게 바위 구멍에서 물이 나온다. 자연적으로 이런게 가능한가 하도 궁금해 손을 넣어보니 큰 암반 속에 파이프를 박아 놓았네?
나무천사의 전화. 여산 벌써 내려와 있단다. 알고보니 사진 찍다 아무도 안 보여 부랴부랴 내려오니 아무도 없더란다. ㅎㅎ

주차장에 내려와 송암산장에 전화를 하니 바로 아래라고 한다. 반신반의 하며 기다리니 5분 만에 차가 온다.
내려가보니 바로 아래가 우리가 잔 민박집이다. 이럴 수가...
장각폭포까지 태워다 주셔서 덕분에 편안하게 잘 왔다. 만원만 달라 하신다.


장각폭포와 금란정

장각폭포는 야외 수영장이 되버려 얼라들, 청춘들이 수영하느라 바쁘다. 참 이런 모습 오랫만에 본다. 한쪽에서는 닭백숙 해서 먹은 흔적이 보인다.
우리도 잠시 수로에서 발을 씻었다.

일단 오늘 저녁 묵을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여산이 알아온 문장대모텔에 가니 방이 있고 취사도 가능하다고 해 방 예약하고 오늘이 그래도 산이슬 생일이라고 저녁 외식 하자는 나무천사.


공림사의 느티나무

저녁 먹기 전 여산 추천하는 낙영산 공림사에 들렸다. 이곳은 충북 괴산군이다. 어느새 충청도땅으로 넘어왔다.
절터가 넓고 나무가 아주 오래되었는데 특히나 1000년 되었다는 느티나무는 정말 컸다.




공림사의 목어

헌데 스님들 저녁 공양이 막 끝난 시간인지 식사 후 나른한 표정의 스님들이 나오시는데 다른 사찰에 비해 스님이 많으시다. 거기다 몇분은 체격도 우람해 소림사가 생각나게 한다.
한 관광객이 종을 치고 있으니 유머있는 스님께서 종 치면 스님되야 한다고 치지 말라 하신다. ㅎㅎ
절터는 넓고 자리도 좋은데 두개의 석탑은 좀 어울리지 않았다.
한 스님은 오재미로 열씨미 제기를 차고 계시다. 그 와중에 여산은 이 스님과 사궈 이바구 나누느라 바쁘다. 자폐라면서 사람도 잘 사귄다. ㅎㅎ


스님들의 한담 (사진 찍는거 눈치 채고 한 스님이 웃고 계셨다)

두 작가들 작품활동 하는거 기다리며 나무그늘에 앉아 쉬려니 스님들도 한담을 나누고 계신다.
반가부좌로 앉아있는 날 보고 보살님 삼매에 드셨다고 놀린다. 스님이 왜 많으신가 했더니 여기에 선방이 있다고 하신다. 그래서인지 스님들 연령대도 다양하였다. 저녁 후 자유시간인지 산책 하시는 스님들도 몇분 계셨다.

공림사 입구가 사담동천이라는 계곡. 특히나 이곳은 도농자매결연 마을인지 새로지은 깨끗한 팬션도 보이고 계곡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헌데 식당은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명산팬션에 있는 식당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다.
이곳 민박, 팬션을 보고는 이곳에 숙소를 정할까 잠시 후회를 했는데 막상 보니 시끄럽고 팬션은 제일 작은것도 10만원이 넘는단다. 우리처럼 잠만 자고 산에 가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아깝다.

숙소에 가니 거의 우리가 독채 전세 낸 것 같다.
내일 먹을 쌀 씻어 놓고 축구보고 잔다던 나무천사가 제일 먼저 잠이 들고 우리들도 일찍 잠이 들었다. 저마다 코고는 소리가 교대로 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