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놀면 뭐해 산에 가야지? (관악산, 7/21)

산무수리 2008. 7. 21. 23:13
‘약속의 후예들’ - 이병률(1967~ )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나를 그대를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고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 만든 뒤에 실컷 울어나보자 했건만

태초에 그 약속을 잊지 않으려

만물의 등짝에 일일이 그림자를 매달아놓았건만

세상 모든 혈관 뒤에서 질질 끌리는 그대는

내 약속을 잊었단 말인가


어찌하여 약속을 잊었단 말입니까? 꿈속에서도 당신으로 가는 발자국 때문에 뜰 앞의 자갈이 모래가 되었건만, 당신을 깨우는 비가 되어 꿈속에서도 천둥으로 나뭇잎을 흔들었건만 아아, 어찌하여 스스로 비워대는 마음이 이토록 작아 사금파리처럼 빛나는지.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는 언약으로 온갖 것에 등불을 매달아 놓았었건만, 해 진 기둥에 기대어 서 있었건만 그대여, 잠깐 사이에 늙어버린 이 얼굴을 알아보기나 하겠습니까? 우거진 마음이 덩굴이 되고 스스로 옥(獄)이 되어 눈물에 익어버린 사랑을 알아보기나 하겠습니까? 어찌하여 약속을 잊었단 말입니까?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을 만든 뒤 실컷 울어나 보자 했건만 한 줌 전갈도 없이 어디로 숨었습니까? 꽃은 무심히 떨어지고 해골같이 마른 얼굴에 긴 머리카락만이 땅 끝에 쓸리는데. <박주택·시인>


코스개관: 비산동-6봉국기봉-8봉국기봉-케이블카능선-삼거리-과천보건소 (11:40~14:40)
날씨: 흐렸다 개었다 바람불다 가스끼었다 맑았다를 반복한 변덕스러운 날씨 종합세트 (헌데 비가 빠졌네?)

 

 

 

 

 

 

 

 

 

 

 

 

 

 

 





온몸산악회와 당분간 산행 할 시간이 없을것 같아 오늘 날을 잡았는데 다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온단다.
어제같으면 비 그칠것 같지 않더니 그래도 아침이 되니 날이 갠다.
세일러마가 간다면 우면산 정도 가려고 했는데 하늘을 보니 오늘은 그래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에 가야할것 같다. 우면산은 그늘은 많아 좋지만 조망을 기대하긴 힘이 드니...

먹을것도 없고 늦은 아침 먹고 곶감에 냉동실 떡쪼가리 하나 넣고 물 넣고 그래도 비옷, 우산 챙기고 출발.
계곡물이 많이 불었고 약수터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약숫물은 폭포수 같다.
모처럼 국기봉 올라가는 정통 코스로 올랐다. 간간히 올라가고 내려오고...
오늘은 리지용 새신발을 신었는데 좀 작은듯 하다. 그래도 창은 좋은지 미끄럼은 없는것 같다.
오늘은 가급적 우회하지 않고 좌회(?) 하기로...

조금 올라서니 조망이 트이고 멀리 바다도 보인다.
앞 능선에 한팀이 앉아 점심을 먹나보다. 난 아무것도 없는데...
1시간 남짓 걸려 국기봉 도착. 딱딱한 떡과 곶감, 커피우유를 간식으로 먹고 어디로 갈까 하다 일단은 연주대 찍기로...
8봉에 갔다 유원지로 하산하려면 짜증 많이 나기에.

국기봉에서 연주대 가는 길도 가급적 우회하지 않고 온몸을 이용해 가급적 넘어간다. 사람도 거의 없어 버벅대는거 아무도 안 보고 길 막힐 염려도 없고...
반대로 가 보니 지난번 헤매다 청사뒤쪽으로 간 능선이 보인다. 뒤에는 6봉이 보이고 앞으로에는 8봉이 보이고...

연주대 가기 전 케이블카 능선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로 처음 가게 되었다. 조심하면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고 사람도 없고 호젓하다. 특히나 이곳에서 보는 연주암은 가람 배치가 참 어여쁘다. 장독대까지도 예쁜걸?

케이블카 능선으로 하산하려던 계획도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붙었다. 처음엔 월명사지로 하산할 까 했으나 끝까지 능선을 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나오는 보건소 뒤. 오늘도 일부지만 개척산행을 하게 되었다.
다 좋은데 새신발이 너무 작은가 보다.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편하면 원정에 신고 갈까 했는데 신발은 여러개인데 맘에 꼭 드는 경등산화가 없다. 하나는 너무 크고 하나는 너무 작고. 뭘 신고 가나.....

kfc에서 팥빙수와 비스켓으로 하산주 대신하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