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곤도라 타고 덕유산 가기 (7/19)

산무수리 2008. 7. 20. 13:59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1935~ )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이제 어느덧 나이가 들었다. 이 지상에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걸어온 길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날.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스쳐온 모든 것을 묻으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이쯤 해서 떠도는 자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고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은 날. 이 세상에 오기 전 아니면 저 세상에 가서 찾아 헤매는 것들을 위하여 내가 살고 싶은 땅 이쯤에서 길을 잃고 지상의 노래를 불러야겠다. <박주택·시인>


코스개관: 삼공리-백련사-향적봉-설천봉-곤도라-무주리조트
날씨: 맑다 흐리다 비오다 개다 변덕스러웠던 날씨

어제 다들 늦게 잤는데도 출근모드가 아직 해제가 안되어 5:30부터 휴대폰 알람이 울려댄다. 6시 일어나 세수하고 고천사와 함께 아침 먹으러 먼저 나섰다.
오늘 산행멤버는 8:30 출발이고 곤도라팀은 9:30 출발.


리조트내...

아침 사골우거지국으로 먹고 시간 여유가 있어 리조트 상가를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유럽이라고 하면 믿어 주려나?

숙소에 돌아와 일단 짐 다 챙기고 먼저 출발하는 버스 승차.
삼공리 통제소까지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늘 산행인원이 생각보다 많은 19명. 그중 녀자는 셋. 젊은 차샘은 오늘 산행을 위해 모자, 등산바지를 샀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복장은 약수터 모드. 물 한병 달랑 들었고 대부분 맨몸이다. 아무리 곤도라 타고 하산한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1500m 급인데 좀 심한거 아닌가?
그중 1/3은 운동화. 정말 죽여준다. 연샘은 아예 이마트 비닐봉다리에 아침이슬, 참치캔, 오이까지 들었다. 이런 이 팀을 보고 알중모 (알콜 중독자의 모임) 이라는 주사모(주님을 사모하는 모임)의 잘난박. 헌데 오늘 산에 간다고 큰소리 치던 자칭 주사모의 잘난박은 얼굴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알사모는 산행실력도 탁월하다.


구천폭포

오늘 우리가 하산을 빨리 해야 집에 빨리 갈 수 있으니 자연 속도가 빨라진다. 오샘은 오늘 구보 수준으로 내달려 앞으로 가고 몇몇도 앞서가 보이지도 않는다.
오랫만에 산행하는 채샘 등은 힘든데도 쉬지 않고 가니 죽겠나 보다. 헌데 처지는 사람이 없어 쉬지도 못한다. ㅎㅎ
그래도 명색이 구천동 계곡인데 잠시 계곡에서 쉬었다 가자고 해 5분 동안 세수만 하는데 그 와중에 알중모는 전을 펼친다. 졌다.



 

 
백련사에서

1시간 반 만에 백련사 일주문 도착.
스님은 법당에서 홀로 계시고 조용하다. 우리들은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둘러보고..
겨울의 백련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박작가는 사진 찍느라 바빠 뒤로 처지고 선두는 벌써 정상을 향해 내 달리고...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이고 비는 오다 말다 하는데 산행에 지장은 없을 정도.  그나마 덥지 않아 다행이다.
중간 올라다다 배고픈 백성들은 혹시나 해 싸 가지고 간 빵, 떡, 과자 등으로 허기를 면했다.
그나마 굶은 사람들은 얼음 뜬 미숫가루가 먹고 싶다는 둥 헛소리를 한다. ㅎㅎ

선두팀에 끼어 가던 두사람이 처져 있다. 초장 오바페이스를 해 다리에 쥐가 난것 같다. 마라톤이나 산행이나 첫 끗발이 개 끗발 맞나 보다. ㅎㅎ


올라가면서 조망이 조금씩 트이고...

올라가면서 간간히 조망이 트인다. 여기도 군데군데 나무계단이 많이 생겼다. 하산하는 사람들은 내린 비 때문이 바위가 미끄러워 어려움이 있는것 같다. 숨은 좀 차지만 차라리 올라가는게 낫지 싶다.
우리와 같이 무주에서 묵었던 단체 직장팀은 곤도라 타고 올라왔다 하산하며 만났다. 조별로 산행을 하는데 인사성도 밝은 청춘들이다.

 
3시간 만에 향적봉 도착.

3시간 만에 향적봉 도착. 누가 이 코스를 만만하다고 했냐고 하면서도 정상에서의 조망을 보더니 다들 감탄을 한다.
특히나 오늘은 간간히 내린 비로 운해도 보이고 산겹살도 보여 분위기는 더 몽환적이다.

 

 
정상에서...

정상에 가니 동업자 그룹이 몇팀 있나보다. 여기저기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ㅎㅎ
박작가는 사진 찍으라 못 내려간다. 오직해야 마눌님과 길 떠날때 카메라 들고 가면 같이 안 간다고 했단다. 밥 먹는것 보다 사진 찍는게 더 좋으시다니 그럴만도 하다. ㅎㅎ

정상의 느낌은 늘 좋지만 편안하게 곤도라 타고 올라올때와의 감흥과 더위와 힘든걸 이겨내고 올라와 그 기쁨은 더 큰것 같다. 공식 첫 산행을 덕유산으로 찍은 차샘은 특히나 아주 반한 눈치다. 영등산악회 젊은 여성멤버가 하나 늘었으니 회원 배가가 될것 같다. ㅎㅎ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

곤도라를 만들어 자연 파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걸어서 산에 올 엄두가 안나는 젊은 오빠 언니들도 그 덕에 덕유산 정상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도가니가 시원찮은 김샘은 이 산 정말 맘에 든단다. 덕유산을 사랑하는 모임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고 라샘도 웃긴다.

우리가 정상에서 내려가는 줄 어찌 알고 비가 이젠 제대로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설천봉 도착.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던 곤도라 팀은 진작 내려가 버리고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 버렸다.


멋진 고사목들이 경치를 더 살려주고...


자연과 인공이 조화가 되면 더 이상의 훼손도 막을 수 있고 경치도 깔끔해 지는것 같다...

 
밥보다 사진이 더 좋으시다는 박작가님

 
알사모를 주측으로 한 정상주 파리

바쁜 와중에 정상주까지 간단하게 한 잔 마시고 곤도라를 타니 12:30. 4시간 예상 했는데 덜 걸렸다고 주최측 박샘은 좋아한다. 더구나 오늘 날씨도 도와줘 힘들지 않은 산행을 했고 경치도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곤도라에서

곤도라 타고 내려가는데 비는 계속 내린다.
갈비뼈 때문에 산에 못 온 후반기 회장인 낭만장의 전화. 차샘 산에 가야 한다고 올려보내긴 했는데 걱정 되 전화를 했단다. 젤 앞서 왔다고 걱정 마시라 했다.
이 팀들은 기다리다 지쳐 조금씩 내려와 점심을 먹고 있노라고.

우리들도 다 내려와 씻고 옷 갈아입고 식당에 가는데 비가 억수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하산 완료한 줄 어찌 알고..
정말이지 날씨가 우리를 봐 주는것 같다.
부지런히 점심 먹고 14:10 출발.
내려가는 차에서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았고 올라오는 버스에서는 '연황후'를 한편 때렸다.

한판 자던 알사모 모임이 잠이 깨더니 남은 맥주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ㅎㅎ
차는 하나도 막히지 않고 특히나 버스 전용차선제 덕분에 잘 빠지는데 서울에 가까워 갈 수록 비가 억수로 내린다. 우리들은 비를 피해 산행 정말 잘 한것 같다.

버스가 안양을 거쳐 시흥대로로 가는것 같다.
부랴부랴 뛰쳐 내려 생각보다 빨리 안양 도착.
내릴 때가 되니 비도 그쳤다. 하늘이 돕는다는 김샘의 덕담.


다시 집으로~

안양에 오니 비 온 후 쾌청한 하늘을 찍으러 천변에 작가들이 많이 나와 있다. 물이 제법 많이 불었지만 학의천이 범람할 정도는 아닌것 같다.

도치는 오늘 휴가 나왔다는데 얼굴도 못 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