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겨울 마파람이 부는 저녁, 시래깃국이 들어오곤 했다. 된장에 무친 시래기 위로 들깻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오래된 토방 냄새 같기도 하고 외지로 벌이 갔다 온 아버지 냄새 같기도 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할아버지에게 시래깃국만 드리는 것이 어머니는 늘 미안한 눈치였다. <신용목·시인>
산행일자: 2009.1.9 22:00 범계역 승차 (안내산행 이용)
코스개관: 육십령 (3:00)-서봉-남덕유-삿갓봉-삿갓재 대피소-무룡산-동엽령-중봉-향적봉-설천봉 (14:00)-케이블카 하산
날씨: 먼지처럼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 해 뜨고 삿갓재 대피소부터 제대로 된 경치가 보이기 시작. 동엽령 지나서부터는 날씨가 개는 모드로 멋진 상고대 연출. 추운 날이었지만 추운줄 몰랐음.
지난 12월 하순 경 육십령~월성재까지 산행을 하긴 했지만 눈도 없었고 언젠간 꼭 덕유 종주를 하고 싶던 차 안내산행에서 이 코스가 잡혀 있었다. 이 코스는 나보다는 나무천사가 더 가고싶어 하는것 같아 둘이 함께 산행에 참가.
거의 만차였던 좌석이 날도 추워져서인지 취소가 몇 자리 생겨 둘이 한칸씩 차지하고 널널하게 가게 되었다.
중간 휴게소에서 1:30 밥을 준다. 먹었다.
2:30 육십령 도착. 차에서 좀 대기하다 3:00 부터 산행 시작. 몇몇은 좀 단축코스인 영각사에서부터 간다고 한다.
한 남자가 날보고 육십령에서 가냐고 한다. 가고 싶다 했다. (제 시간 안에 올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오늘 눈 내린다더니 하늘에 별이 보인다고 일기해설 틀린것 같다는 사람들.
날이 추워진다고 해 내 등산장비 중 젤로 두꺼운 옷에 내복에 두둠한 고어잠바를 준비.
그래도 속잠바까지 입으면 좀 더울것 같아 고어잠바만 입고 산행 시작.
뵈는게 없으니 진행이 빠르다. 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도 않고 먼지는 더 많이 난다.
할미봉 하산길도 정체도 없이 순식간에 통과. 그래도 이곳 통과하고 나서는 앞도 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헌데 먼지같은 눈이 내린다. 속으로 이게 눈이야 먼지야 생각했다.
우습게 본 이 먼지같은 눈이 서봉 가까워지니 쌓이지 시작한다. 날도 추워 잘하면 상고대를 볼 수 있을것 같다.
서봉 올라가기 전 아이젠 착용했다. 서봉도 순식간에 지나가 서봉 아닌줄 알았다.
서봉에서 남덕유 내려가는 긴 철계단을 보니 서봉이 맞긴 맞았나보다.
서봉에서 남덕유 가는길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남덕유 통과할까 하다 그래도 찜찜할것 같아 둘이 남덕유 올라가다 사진 한장 겨우 찍고 내려서는데 하마트면 길 잃을뻔 했다.
바쁘게 내려서는데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남덕유에서 하산하는 우리를 보더니 같은 산악회에서 온 거 아니냐고 남덕유 가는 길을 물어본다.
남덕유에서 내려서는데 우리 뒤에서 오던 사람들이 앞서서 간다. 남덕유 생략하고 가는것 같다.
이 팀도 부부가 가는데 내리막은 빠른데 오르막에서 우리가 추월.
삿갓봉 가는길 이정표가 보인다. 이왕이면 여기도 찍고 가기로 했다.
삿갓봉 찍고 삿갓재 대피소 도착.
선두는 진작 밥 먹고 출발했고 영각사에서 온 B팀 대장이 후미를 기다리며 땀식어 추워하고 있다.
보아하니 우리가 중간 정도는 되는것 같다.
싸 가지고 온 밥도 먹고 포도주도 나누어 먹고 몇몇은 과메기에 홍탁까지 싸 들고 왔다. 종주팀 치고는 참 여유가 있다 싶었다.
밥 다 먹고 나니 후미조가 도착한것 같다. 그만 우리는 일어서기로 했다.
화장실 들렸다 무룡산 올라가는데 나무천사 영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해가 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나름대로 작품활동 하느라 바쁜가보다. 나나 잘 가야 겠기에 기다리지 않고 무룡산 올라가는데 바람이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잠바 덕분에 생각보다 춥지는 않고 손도 별로 시리지 않았다.
무룡산 지나고 동엽령 지나도 나무천사 보이지 않는다. 나도 간간히 사진도 찍는데 디카가 얼어 품에 끌어안고 와야하고 사진 찍으려며 꺼냈다 넣었다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래서 사진도 덜 찍게 된다.
한참 진행하다보니 비로소 나무천사 보인다. 혼자 가버리면 어쩌냐고 한다.
상고대를 보는건 좋은데 날이 흐려 조망이 아쉬웠는데 이젠 간간히 햇살까지 보인다.
잘하면 상고대와 산겹살을 동시에 볼 수 있을것 같다.
내일쯤 남덕유에 오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설경을 볼 수 있을것 같다는 나무천사.
동엽령에 오니 안성, 황점 등에서 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 흰눈이 점점 까매진다.
경치는 점점 멋있어지고 파란 하늘과 어울어진 상고대는 감탄사가 난다.
다들 여기 저기 사진 찍느라 바쁜 모습이다.
중봉 가는데 한 안경쓴 녀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안경 깨지고 눈가를 안경에 찔려 피를 흘린다. 그나마 눈은 다치지 않은것 같다. 일행이 있는것 같아 그냥 모르는체 하고 왔다.
중봉 가는길 경치는 좋은데 힘이 빠져 오르막은 점점 힘겨워 간다. 사람도 많아져 교행도 힘들고....
향적봉에 가까이 갈 수록 상고대가 장난이 아니다. 주목과 어울어진 상고대의 모습은 정말이지 사람들은 행복하게 하는것 같다.
다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데 내 디카는 배터리가 간당거려 마음놓고 찍을 수가 없는게 옥의 티.
향적봉 대피소. 이렇게 사람 많은줄 정말 몰랐다. 완전 시장이 따로 없고 대피소에서 향적봉 올라가는 길도 밀리고...
향적봉 정상은 인산인해로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먼저 올라간 나무천사 만나 함께 설천봉으로 내려서는길.
여기는 사람이 더 많다. 다들 여기까지만 와도 좋은가보다.
내심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이 사람들이 알까 싶어 홀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제한시간 12시간인데 11시간 만에 설천봉 도착.
대장님이 단체표를 끊어 나누어 주는데 하산한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곤도라 타고 내려서는데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버스들. 어디서 우리 버스를 찾지?
겨우겨우 버스를 찾아 가니 15:00. 아직 10명도 내려오지 않아 식사를 펼치지 않은것 같다.
잠시 쉬고 있으려니 사람들이 속속 도착. 밥 줘 밥 먹고 하산주도 한잔 하고 17:30 정도 출발.
차 하나도 막히지 않고 늦지 않게 집에 도착.
숙원사업 또 하나 해결한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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