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바다 물 밀리듯 큰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김선우(1970∼ )
그렇게 오는 사랑 있네
첫눈에 반하는 불길 같은 거 말고
사귈까 어쩔까 그런 재재한 거 말고
보고 지고 그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천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 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넘어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들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가듯
몸이 물처럼
마음이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
어젯밤, 물이 내 몸을 넘었네. 어쩌면, 내 몸이 물을 넘었네. 그렇게 대천을 다 돌아 물이 뭍이 되고 뭍이 물이 되었네. 내가 넘쳐 그대가 되고 그대가 넘쳐 내가 되는 것. 넘쳐서 뒤섞이는 몸과 영혼의 전설을 어젯밤 솨아 솨아 나는 알았네. 그리하여 내 몸의 오랜 흐느낌이 네 영혼의 노크였음을. 누가 못 자국 하나 없이 세상을 우주에 걸어놓았나. 못 자국 하나 없이 넘어오는 햇볕과 바람과 소리와 저 파도 파도들. 한 덩어리 진흙의 몸과 영혼의 골짜기들. <신용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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