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덕유에서 (1/9~10)

산무수리 2009. 1. 17. 21:18

‘대천바다 물 밀리듯 큰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김선우(1970∼ )


그렇게 오는 사랑 있네

첫눈에 반하는 불길 같은 거 말고

사귈까 어쩔까 그런 재재한 거 말고

보고 지고 그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천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 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넘어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들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가듯


몸이 물처럼

마음이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


어젯밤, 물이 내 몸을 넘었네. 어쩌면, 내 몸이 물을 넘었네. 그렇게 대천을 다 돌아 물이 뭍이 되고 뭍이 물이 되었네. 내가 넘쳐 그대가 되고 그대가 넘쳐 내가 되는 것. 넘쳐서 뒤섞이는 몸과 영혼의 전설을 어젯밤 솨아 솨아 나는 알았네. 그리하여 내 몸의 오랜 흐느낌이 네 영혼의 노크였음을. 누가 못 자국 하나 없이 세상을 우주에 걸어놓았나. 못 자국 하나 없이 넘어오는 햇볕과 바람과 소리와 저 파도 파도들. 한 덩어리 진흙의 몸과 영혼의 골짜기들. <신용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