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천왕봉 일출을 보고.. (4/6~7)

산무수리 2009. 4. 15. 22:12

산수유꽃 피기 전 / 강인한  

 

산수유꽃 피기 전
해야 할 일 못다 한 것이
바람 속에 왜 이제사 생각나는지

아프다
아픔을 견디다 견디다
혼자 눈떠보는 밤이 있다

어떤 나무의 죽은 가지에
새 속잎이 돋는 걸까
아프게 아프게
연초록의 어린 사랑이 피어나는 걸까

오래 잊었던 일
새록새록 죄 다짐으로 살아나서

아픔의 잎잎이
내 안에서 돋아난다
사금파리처럼

때로는 붉은 번개로
창자를 긋는 밤이 있어
눈뜨는 홑겹의 외로움이 슬프다 

 

늦게야 겨우 잠이 들었다. 

헌데 일찍 잠이 든 고천사가 깨서 부시럭 거린다.

다른 사람들 벌써들 나간 사람이 많다고 일출 볼거면 일어나야 하는거 아니냐고...

너무 이른건 아닌가 싶은데 일단 일어나 물휴지로 세수도 하고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춘천부부도 진작에 일어났나 보다.

하긴 처음 대피소에서 잠을 자면 잠이 잘 오지 않겠지... 얼마나 불편할까..

헌데도 난 대피소에 오면 참 마음이 편안해 지니 이 병도 깊다.

 

일출이 6시반 쯤 되는줄 알았더니 5분이란다.  서둘러야 겠다.

고천사 배낭에 물, 빵 등을 넣고 출발.

춘천마눌 함께 가자고 유혹했더니 넘어갈듯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만다.

둘이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다. 제석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좀 부는 정도.

산에는 우리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산이 벌써 발그래 해 져 마음도 바쁘다.

천왕봉 거의 다 가니 청춘 둘이 배낭까지 들고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정상에서-제대로 된 사진이 한개도 없다... ㅠㅠ

 

천왕봉이다. 헌데 사람이 없다. 일찍 올라온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하산?

1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해가 뜬다. 몇번 못 본 일출이지만 일출을 보면 참 행복해 진다.

아쉬워서 앞뒤좌우로 찍어댔다.

헌데도 내려가기 아쉽다. 정상 바로 아래 바람이 덜 부는곳에 앉아 빵을 먹으며 일출을 만끽.

고천사 여기저기 문자 날리기 바쁘다. ㅎㅎ

 

 

 

장터목으로 내려오며...

 

하산하는데 고천사 발이 걸려 앞으로 푹 고꾸라 졌다. 다행히 모자를 써서 안경은 깨지지 않았지만 다리에 힘이 빠진것 같다.

장갑도 손가락 장갑이라 손도 시릴텐데 손가락을 삔것 같다.

헌데 험한곳 지나 비교적 평탄한 곳에 얼음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며 뒷머리를 바위에 부딪쳤나보다.

애고 하면서 주저 앉는다. 정말 힘 많이 드나보다. 그나마 모자를 두개나 써서 상처는 없는데 많이 얼얼한가 보다.

아주 천천히 조심조심 장터목에 내려오니 춘천부부가 자기네도 장터목에서 일출을 봤다고 한다.

헌데 정상 일출과 달리 산에 걸린 모습이다. 역시 일출은 정상에서 보는게 좋다는걸 실감하게 된다.

 

고천사 잠시 안정을 취하라고 하고 민초와 아침에 먹을 미역국을 끓였다.

어제 저녁 밥은 차다며 따뜻한밥 먹으라고 일부러 밥을 많이 했다는 춘천부부.

그 마음 씀이 고맙다.

그러면서도 날 보고 어디서 오셨냐고 딴청을 피우니 마눌 왈, 천왕봉 일출 못 봐 심술 부리는거란다. ㅎㅎ

미역국 끓이고 가스불을 어찌 끄냐는 민초의 말에 불어서 끄라는 남푠. ㅎㅎ

정말이지 웃지도 않고 농담을 하고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조강지첩같은 분위기.

고천사 내려와 함께 아침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우리는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했고 춘천팀은 중산리에 차가 있는지라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북한산은 와 봤고 관악산은 아직 못 와 봤다고 해 시절 인연이 된다면 관악산 산행 함께 하자 했다.

이 팀은 진주에 들려 1박 더 하고 귀가 한다고....

 

 

 

 

 

 

 

백무동으로 하산하며..

 

8;30 장터목 출발.

백무동 가는 길 겨울에 한번 올라온 적만 있어 컴컴해 제대로 못 봤는데 이렇게 환할 때 내려가니 좋다.

초장의 길은 완만하고 널널하다.

1시간도 채 안 내려갔는데 벌써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당일로 종주 하는 팀인것 같다.

백무동 하산길은 참으로 편안하고 좋았다. 헌데 참샘 가기 전후가 급경사 돌계단 길.

이제야 올라가는 부부팀 천왕봉 다녀오려면 마음이 많이 바쁘겠다...

참샘에서 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고 잠시 쉬었다.

 

산 초입의 대나무숲.

 

참샘 지나고 한참 내려가다 다리건너니 바로 보이는 하동바위.

하동바위 지나 고천사가 힘들어 하는것 같아 바위 위에 앉아 매실즙을 마시고 재 충전.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은것 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 비교적 널널한 지리산 반주지만 그래도 지리산은 만만하지 않았다.

거의 다 내려가니 보이는 대숲. 와호장룡이 생각나게 한다. 아랫쪽은 봄 산이 아니라 여름 산 분위기.

11:40 3시간 10분 만에 백무동 통제소 도착. 서울 가는 차시간을 보니 11:30 차는 떠났고 다음 차가 13:30. ㅠㅠ

 

 백무동 통제소 옆의 벤취에서

 

어제 남은 밥을 싸 가지고 온지라 통제소 옆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화장실에 들려 못한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이도 닦고...

홀로 온 한 남자가 이제야 입산. 서울에서 백무동 첫차가 8:20. 4시간 걸린다니 그 차 타고 내려온 사람인것 같다.

이 사람도 점심을 먹고 올라가려는지 취사장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가내소폭포까지 갈 수 있다는데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진작 알았다면 좀 부지런 떨어 일부라도 다녀올걸. 계곡이 좋을것 같은데....

 

 

 

 1시 짐 챙기고 버스타는 곳에 내려와 버스를 탔다. (생각보다 멀었다)

시내 들렸다 함양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20분 정도 쉬었다 간다고... (예전 밤 차 타고 내려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비몽사몽이라 어디서 쉬는지도 몰랐다)

헌데 이 터미널 무쟈게 낯익네? 올 2월 금대암 왔을때 산이슬 차 태워 보낸 곳이네?

아이스크림 먹고 버스타고 자리가 널널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비몽사몽 누워 잤다.

죽암휴게소에서 한번 쉬어 커피와 호두과자 먹고 다시 출발.

5시반 좀 지나니 동서울 터미널 도착. 환할 때 올라오니 좋긴 좋다.

이곳에서 각자의 집으로~

함께 해준 친구와 동업자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