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도 나이가 있답니다 / 안도현
그리움도 꼬박 꼬박 나이를 먹거든요
그래서 우리들 마음 안에는
나이만큼 켜켜이 그리움이 쌓여 있어요
그리움은 나이만큼 오는 거예요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산들거리며 다가서는 바람의 노래속에도
애틋한 그리움이 스며 있어요
내가 그리움의 나이를 먹은 만큼
그 사람도 그리움의 나이테를
동굴 동굴 끌어안고 있겠지요
조심스레 한 걸음 다가서며
그 사람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도 지금 내가 그리운가요?
스쳐가는 바람의 소매자락에
내 소식을 전합니다
나는 잘 있어요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며..
차 타는곳: 2009.4.11 (토) 20:50 범계역
교통편: 안내산행
코스개관: 소석문-동봉-서봉-덕룡산-작천소령-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진불암-대흥사 (5:30~ 16:00)
날씨: 봄이 실종된 날. 진달래는 벌씨 지는 모드. 산이 어찌나 말랐는지 먼지 펄펄 날리는 산에서 온몸에 흙고물이 묻어 인절미가 된 기분
주작-덕룡산이 많이 궁금했다. 안내산행에서 갈때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던차 두륜산까지 종주 코스를 잡은 산악회가 있었다. 두륜산까지는 욕심내지 않았고 다행히 덕룡산부터 시작해 두륜산은 옵션으로 그날 컨디션 보고 가면 될것 같다.
혼자는 엄두가 나질 않아 나무천사 섭외 해 일욜 말톤 대회도 포기하고 맘 약해 결국 함께 가주기로...
금욜 심란한 일이 있고 일욜 긴 산행이 있는지라 모처럼 놀토는 집에서 근신.
나무천사 동창들과 산행에 모임에 2건이나 하고 밤 10시 다 되 귀가. 산에 가는겨 마는겨?
부랴부랴 짐 챙겨 범계역에서 차 타고 수원역에서 버스로 갈아탐. 자리는 거의 만석.
나무천사는 술이 덜 깨어 자고 나도 피곤했는지 정말 잘 잤다.
이 안내산행의 문제는 무박 대장은 알바대장이 2명 와서 안내를 한다는것. 그나마 산악회 리본도 나누어주다 모자란다고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받지도 못했다.
B 코스는 오소재에서 하산하고 A코스는 두륜산까지 종주하는 스케줄인데 오소재에서 시간 보고 끊는다고 해서 산행 하다 힘들면 오소재에서 끝내기로 했다.
휴게소 2번 쉬고 산행 동네 다리 위에서 아침을 먹으라고 준다. 그것도 뒷자리 앉아있으니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부랴부랴 밥 먹고 선두 언제 출발 하는지도 모르게 출발하도 다른 산악회 버스도 한대 와 있고 새벽 산행인데도 산이 붐빈다.
구름 위로 자태를 보여주는 해
산행 출발시간이 5시반. 어두움도 거의 걷힌 상태. 초장부터 바위길이 이어져 스틱은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무릎보호대를 했더니 다리에 쥐가 나는것 같아 일단은 빼고 진행.
조금 올라가니 더워져 잠바도 벗어 놓았다.
산은 초장부터 리지성 길이다.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한테는 상당히 부담되는 코스일것 같다.
올라서고 보니 난코스 대부분은 다 우회코스가 있었다. 바위 올라가는 코스는 정체가 일어나는 곳이 많아 우회길로 올라가는 사람이 더 빨리 가는 기현상.
6시 넘어 해가 구름에 가렸다. 헤드렌턴 끄고 올라가는데 구름 위로 보여주는 일출. 해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준다.
덕룡산 동봉 지나 서봉 정상에서
진달래는 피크를 지나 떨어져가는 모드. 한주 전에는 정말이지 멋졌을것 같다.
덕룡산 서봉, 동봉 정상석에 사람들이 몰려있어 사진 찍기도 힘들다. 잠시 쉬고 출발.
우리편인지 넘의 편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앞, 뒤로 가득하다. 우회 가능한 길은 우회하고 넘는게 빠른곳은 넘어간다.
바위는 만만하진 않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고 조심하면 되는 수준.
단 팔이나 다리 힘이 빠지고 자칫 방심하면 추락할 위험이 있는 구간이 몇군데 있었다.
나도 힘이 빠져가고 기운도 떨어져 웬만한 구간은 우회하고 기어 올라가고 앉아 기어 내려가고...
한마디로 온몸 산악회의 진수를 보여주며 진행.
덕룡산 정상
안내산행 선두대장 후미대장이 다 뒤로 처진 상황에서 갈림길에도 다른 안내산행 전단지만 어지럽게 있다.
산이 사람이 많이 다녀간 곳이어서인지 매우 지저분하다.
그래도 바위와 진달래의 어울어짐은 환상. 환상을 즐길 만큼의 체력이 없는게 옥의 티. 가느라 바빠 사진 찍는 일도 매우 힘들었다.
두명 정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갔는데 막판에는 한명만 우리와 함께 진행. 이 사람도 상황 봐 가면서 두륜산까지 가기로 한다고. 어제도 당일 대간코스를 뛰었단다.
작천소령 임도의 모습
작천소령 임도가 나와 잠시 쉬고 간식을 먹었다. 이곳 난농장에서 물을 보충했어야 하는데 안해서 물이 부족할까 겁이 난다.
날이 너무 더워 물도 많이 먹히고 힘도 빨리 소진되는 느낌. 우리가 너무 방심하고 간식 준비가 부족한것 같다 후회를 많이 했다.
주작산 암릉미가 더 뛰어난것 같다...
오소재 가까워 가니 당일로 주작산 올라오는 사람과 겹쳐지며 길이 다시 밀린다. 특히나 이곳 암릉도 덕룡산 못지않게 험하다.
중간에 김밥 먹고 (입맛도 없다) 나는 코스 대부분을 우회했다. 7시간 꼬박 걸려 겨우 오소재 도착.
천만다행은 오소재에 약수터가 있어 물 싫컷 먹고 물 가득 담고 두륜산을 향해 출발.
입구라고만 씌여있는 간판. 이곳이 두륜산 가는 길이 맞다고 한다. 그나마 이 길은 완만해 기운은 정말 하나도 없지만 스틱에 의지해 굼벵이처럼 기어 올라갔다.
경사가 하도 완만해 이렇게 가면 언제 가나 싶었는데 한 사람이 내려온다. 쇄노재에서 9시 출발했다고 하면서 능선까지는 30분. 정상에는 1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한다. 이 사람 온 속도를 보니 4시간 정도 걸리는것 같다. 문제는 내가 많이 지친 상황.
함께 오던 사람은 화장실가더니 보이지를 않는다.
두륜산 오심재
두륜산 오심재까지는 굼벵이 산악회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 탈진한 듯한 상태.
기어서 겨우 오심재 도착. 이곳부터 가련봉까지의 오르막. 쉬면서 간식 먹고 물 마시고...
꽃이고 뭐고 워낙 힘이 드니 별 위안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두륜산이 덕룡, 주작산에 비해서는 산세가 덜 험해 스틱을 쓸 수 있고 물을 보충해 그 힘으로 가는것 같다.
노승봉 올라가며 머리도 부딪치고 가련봉에 올라갔다 만덕재로 내려와 두륜봉 정상으로 가는길.
문제는 어디를 봐도 쇄노재는 이정표에도 없고 안내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는다.
오소재에서 안 보이던 사람이 다시 보인다. 이 길이 맞는다고 두륜봉에서 구름다리에서 꺾어지면 쇄노재에 갈 수 있고 시간상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노승봉
가련봉
가련봉에서 하산하는 길
만덕재
두륜산 정상부
일단 구름다리 (석문이라고 하면 딱 맞는 수준) 위의 두륜산 정상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누구한테 물어봐도 쇄노재를 모른다. 함께 온 사람이 진불암쪽으로 가면 된다고 해 그쪽으로 하산하다보니 방향이 영 틀리고 이곳에서는 대흥사로 하산하는 방법 밖에 없다.
도로 올라가기엔 기운도 딸리고 시간도 부족할것 같다.
그냥 대흥사로 하산했다.
대흥사 대웅전
전화를 하니 버스는 오소재에서 쇄노재로 옮겨갔다고 해 택시 타고 쇄노재에 가니 우리와 헤어진 1명만 안왔다고 한다.
택시 운전사 말로는 쇄노재 구간도 험하고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길도 희미하고 이 동네 사람 아니면 잘 모른다고...
막판 밥을 먹고 세수하고 기다리려니 5시 반경 한명이 도착. 헌데 처진 한명이 잠시 후 도착. 이 사람도 대흥사로 하산 했다고 한다.
쇄노재로 내려온 사람은 7명이라고 한다.
선두, 후미대장 그 누구도 쇄노재까지 오지 않고 오소재에서 하산했단다.
지도도 안주고 안내도 안해주고 알아서 찾아가라나보다.
쇄노재로 내려온 사람의 잘난척. 안내산행 말을 너무 믿지 말란다. 대장들이 미리 안 온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도를 미리 준비했으면 이런 낭패를 겪지 않았을텐데 좀 아쉽다.
그래도 대흥사를 볼 수 있어 괜찮다는 나무천사. 안 괜찮아도 할 수 없지만.
오늘 산행이 너무 힘이 들어 사진도 거의 찍지 못했고 그나마 찍은 사진 중 촛점 맞지 않은건 왜 그리 많던지....
밥을 먹었는데도 속이 헛헛해 하드와 과자까지 사다 먹으니 헛헛함이 훨씬 가신다.
5시40분. 출발.
비몽사몽 가는데 피곤한데 잠은 잘 오지 않았다.
막판 잠이 들다 범계역에 내리니 1시.
징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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