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산에는 꽃이 피네.. (삼각산, 4/18)

산무수리 2009. 4. 20. 12:35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1941∼ )

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한국 현대시 100주년에 100편의 명시와 명화로 기념 시화집을 엮으며 마음 쓰렸다. 파도 치고 바람 부는 험난한 역사에서도 끝끝내 지켜내야 할 인간과 사회의 이상을 아프게 담고 있는 우리네 시와 그림들. 상처받지 않은 혼이 어찌 사랑을, 희망을 담아내랴. 그래 이 시를 시화집 표제작으로 삼았다. 겨울도 화들짝 깨어나 꽃 계절로 건너뛰는 경칩. 이제 그대, 당신이 꽃필 차례다.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09.4.18 (토) 13:20 경복궁역 3번 출구

코스개관; 이복오도청 (14:00)-비봉-승가봉-문수봉-대성문-정릉 청수장 (18:20)

멤버: 영등산악회 6명 (5:1), 여성산악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듯...

날씨: 산행하기 좋은 화창한 봄날. 시계도 좋은편

 

3월 전근 온 사람들도 많고 젊은피도 많이 수혈되었건만 영등산악회 멤버는 조교 한명을 빼고는 멤버 수혈이 어려울것 같다.

사실 산행멤버가 너무 늘어나면 알바전문인 내 실력으로 감당하기 벅차긴 하다. 그냥 산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담없이 다니는게 좋다. 다만 몇년 되었다는 이 산악회를 번창은 바라지도 않고 현상유지만 해도 좋지 싶다.

내가 대장을 하고 나서 산행이 빡세 졌다는 고천사의 말. 헌데 버벅대는 멤버들이 없으니 자연 산행속도가 빨라져 더 욕심을 내게 되는것 같다.

 

4월 산행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문제는 내일 대회참석이 있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하프니까 뭐 산행 살살하고 살살 뛰면 되겠지 싶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삼각산 만한 곳이 없어 오늘도 우리는 삼각산에 가기로 했다.

골수멤버 몇몇이 빠지고 오늘도 여성 멤버들만 산행에 나설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나마 다행이라면 새신자인 오샘이 함께 한다고 나섰다.

작년 학생들과 한라산 다녀온게 최근(!) 산행이었다는데 그래도 등산화는k2 정품으로 신고 왔다. 복장은 좀 불량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방도 드는 가방은 아니고 물도 한통 준비한것 같다. 헌데 날씬하고 롱다리라 산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노량진역에서 전철타고 종로3가에서 3호선 갈아타고 경복궁역으로 가는데 명퇴한 이샘의 문자. 5도청 앞에서 기다린다고...

부랴부랴 갔는데도 우리가 또 늦었다. 오늘 5:1 산행이라 도우미겸 미모지킴이를 해야 한다 하니 도우미가 될지 헬프미가 될지 모른다고...ㅎㅎ

해가 길어져서인지 이 시간에 하산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산행 시작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청운양로원 지나서부터 보이는 늦은 벚꽃이 날리니 다들 탄성을 지른다. 양이 좀 적은게 옥의 티.

 

헌데 산행 잘 하던 조교가 오늘 영 힘들어 한다. 지난번 운동화 신고 올때도 잘 왔는데 민폐 끼치면 안된다고 아버지가 등산화를 사주셨다는데  말라고 싶어하던 T사.

바닥이 좀 밀리는 감이 있어 비 추천 브렌드인데 설상가상으로 사이즈가 적은지 발볼이 넓은건지 신발이 닿아 산행 시작 전부터 발이 아프다고 한다.

일단 신발끈 최대한으로 늦추고 발목도 좀 긴것 같아 끝까지 매지 말라고 했다.

과일을 싸 가지고 와서 과일은 내 배낭으로 옮겨 넣었다.

처음 참가하는 오샘에 조교. 그리고 속도조절의 페이스케이커였던 이샘이 와서 이왕이면 순한 길로 가려고 바위가 적어보이는 샛길로 들어간게 패착.

앞에 사람도 보여 안심하고 갔더니 이 팀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고 옆 능선에는 리지 연습하는 팀만 있다.

그래도 방향도 틀리지 않았고 희미하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에 치고 올라오니 비로소 주 등산로와 만난다. 휴~

 

겨우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고 나서...

 

새신자도 왔는데 참으로 민망타. 헌데 오샘 왈 롤러코스터 타는것 처럼 재미나다나? 졌다~

몸 가볍지 팔다리 길지 거기다 겁도 없는것 같다. 학교때는 달리기도 잘 했단다.

그려? 그럼 영랑마라톤에도 입문 시켜야 겠는걸?

회장님이 역쉬나 책임감이 있어서 샌드위치와 주먹밥을 준비. 일단 샌드위치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여성 멤버들끼리...

 

늘 숨차하던 이샘이 명퇴 후 산행도 주 1회는 하고 거의 매일 한강변을 걷는다고. 예전의 헤매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간식도 이것 저것 준비해 예전 배낭보다 큰걸 매고 오셨고 스틱도 쌍스틱으로 장비 보충까지.

한번 회장이면 영원한 회장 맞다니까...

 

능선에 붙으니 비봉 바로 옆.

헌데 비봉 반대로 넘어오는 장비없는 사람들을 공단 직원들이 단속 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었다. 현장 사진찍고 위반사실을 알리니 당연히 저항하는 모습이다.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건 아닌것 같고 안전장비 없는 사람 통행을 막는것 같다. 특히나 반대로 넘어오는건 넘어가는것 보다 더 험하다 알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단체로 보이는 팀들이 계속 넘어오고 있는데 술냄새 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승가봉 가는길에...

 

곧 사모바위 지났고 승가봉 넘어가는데 오늘 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만개한 꽃 덕분에 화사한 색깔이다.

삼각산에는 바위와 초록만 있는줄 알았는데 꽃이 이리 많은줄 몰랐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고천사.

봄꽃이 피크일때 아주 잘 온것 같다. 제비꽃도 지천이고 양지꽃은 이제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통천문을 지나며...

 

통천문 지나고 오늘은 문수봉을 우회하지 않고 넘는게 프로젝트.

이샘 산행 속도가 빨라져 시간도 충분할것 같다.

문수봉 새로 난간을 해 놓은 곳에서 일단 스틱을 접고 올라가기 시작. 회장님 엘보우때문에 염려가 되어 고천사 앞서 가라 하고 내가 그 뒤에 쫓아 올라가는데 역쉬나 몸 가볍고 팔다리 길어 좀 겁내 하긴 했지만 무사히 잘 올라갔다.

 

 

 

 

 

 

 

 문수봉 올라가는 길

 

문수봉 올라서서 남은 간식과 바나나, 과일,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조망하고 놀다 하산하기.

대남문에서 구기동 하산길은 계단길이라 재미도 없는데다 지난달 하산길이라 대성문에서 정릉으로 하산하기로 결정.

 

 

마지막 간식먹기...

 

 

 

 

문수봉 정상에서의 출석부

 

 

 대성문 밖에 만개한 산벚꽃과 개나리

 

대성문에서 하산하는 길에 만개한 진달래

 

올라올때의 개척산행을 피하고자 큰길과 이정표를 잘 살피면서 하산하는데 오늘도 역쉬나 영취사 근처에서의 계곡길로 또 빠졌다.

여기도 앞선 사람들이 있어 안심하고 쫓아 내려가니 이 팀도 역시나 길이 불문명해 헤매고 있었다. ㅠㅠ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길 전에도 한번 헤맨적이 있던 곳이라 낯익은(!) 알바길. 줄줄 흘러내리는 길을 무사히 넘어 주 등산로를 겨우 찾고 보니 오늘도 역쉬나 영취사는 들리지 못했다.

오샘 이 길도 재미있었다고 스릴이 넘친다고... ㅠㅠ

 

주 등산로를 무사히 찾고..

 

드디어 산행 끝.

 

무사히 하산을 했다. 오늘도 4시간이 꽉찬 산행을 했다.

산은 늘 좋지만 꽃이 아주 피크였다. 알바 한 것 빼고는 참 좋았다.

 

 연등과 꽃의 어울어짐.

 

하산해 청수탕 옆 '항아리수제비' 집에서 수제비와 감자전, 그리고 남은 주먹밥을 먹었다. 남자 멤버가 적으니 막걸리 한동이로 충분했다.

다음 산행부터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로 한 오샘. 이젠 등산바지와 배낭을 장만해야 겠다고...

청바지 입고도 잘 갔으니 다음엔 정말 나를것 같다.

4월의 멋진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