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전철타고 양평 청계산-부용산 가기 (4/25)

산무수리 2009. 4. 27. 00:04

꽃’-기형도(1960~89)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앓는 그대 정원에서

그대의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년 전, 서른 나이. 혁명과 시 사이에 선 채로 매달려 뜨거운 피 토하던 사려 깊은 청춘. 감투 찾는 사이비 혁명 떼거지, 돈과 흥행에 발가벗는 매춘부 시. 꼴사납다 홀로 선 순정과 순수. 그리움과 고독의 빈집. 서른, 꽃피는 나이에 묻혀 선 채로 타오르는 영혼. 기형도가 시의 꽃이 된 지 20년 오늘. <이경철·문학평론가>

 

1. 만나는곳: 2009.4.25 (토) 10:00 국수역

2. 코스개관: 국수역-형제봉-청계산-형제봉-부용산-양수역 (10;10~ 16:40)

3. 날씨: 흐렸다 개었다 하다 끝내 비로 마감

 

공사다망한 짱해피와 모처럼 시간맞춰 산에 가기로 한 날.

온몸 멤버를 모집해 보았으나 박과일만 오게 되었다. 토욜부터 내린 비 때문에 조금 염려는 되었지만 산에 안가도 돌아다닐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에 힘입어 우천불구 산행을 단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금욜 일찍부터 내리더니 토욜 아침에는 소강상태인데 날씨는 꽤 쌀쌀하다.

박과일과 이촌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 밥도 먹었는데 노느니 커피와 토스트를 먹고 있으려니 멋쟁이 젊은 언니 둘이 오늘은 팔당가는 기차가 없다고 한다?

엥? 알고보니 열차 시간표에 덕소, 청량리 행선지만 표시되어 있는걸 보고 그 나머지 열차는 국수행인데 모르셨나 보다. ㅎㅎ

8:49 차 타고 종점인 국수역까지 가는데 운길산역에서 제일 많이 내리는것 같다.

다음역인 양수역 가는 길은 두물머리가 차창으로 보이는 환상적인 경치. 종착역인 국수역까지 양수에서 7분이나 걸린다. 참 길다.

1시간 꼬박 걸려 국수에 도착하니 짱해피도 방금 도착했다고 한다. 역에서 좌측으로 주차장이 있는데 길가에 차도 많이 대 놓고 있다. 괜히 딱찌 떼면 비찬 주차비 내야하니 맘 편하게 주차장에 차를 댔다. 4시간 3천원, 하루종일 4천원.

 

역사 나오면 산행 안내도 앞 산행도우미 띠 두른 도우미가 질문에 대답도 해 주고 산길 브리핑까지 해 준다.

주차장 바로 옆 굴다리를 통과하면 청계산 이정표를 아주 잘 만들어놓아 지도 없어도 초행이라도 길 잃을 염려 전혀 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오니 나타나는 본격적인 등산로.

 

등산로 바로 앞에는 입산주를 마실 수 있는 간이 주막도 영업중이다. 우리가 차 대고 꾸물거리는 새 같은 열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올라간 상태.

산길은 어제 내린 비 덕분에 푹신하고 먼지 안나는 호젓한 산길.

운길산은 줄서서 가야 하는데 이곳은 아직은 덜 알려진 탓인지 오늘 날씨 덕인지 한갖진 산행을 할 수 있다.

곳곳에 야생화가 피어 서로 봐 달라고 손짓을 한다.

 

여기가 아마도 국수봉?

 

국수봉으로 추측되는 곳에 연등 하나 달려있다. 출출하다고 해 간식 한번 먹고 다시 출발.

산길은 전반적으로 급경사보다는 완만한 산길이라 걷기 참 좋았다.

헌데 군데군데 사유지라고 막아 놓았는데 이전에는 등산로로 이용되던 곳인지 사유지 안에 등산로 안내 이정표가 남아 있다.

사유지 덕분에 길 잃을 염려는 더더욱 없어졌고 샛길로 빠질만한 곳은 등산로 없음 이라는 표시를 해 놓았다.

아마도 전철역 개통되며 이 지역 산악회에서 등산로를 정비를 잘 해 놓은것 같다.

 

올라가니 조금 시계가 트이기는 했는데...

 

형제봉에서 본 조망

 

형제봉 바로 앞의 전망데크.

 

형제봉에서

 

형제봉에서 청계산을 찍고 다시 형제봉으로 돌아와 부용산으로 연계된 코스로 대부분 산행을 진행 하는것 같다.

우리도 일단 청계산을 찍기로 했다. 형제봉에서 청계산 가는 길은 약간의 까끄막은 있었지만 크게 힘든 곳은 없었는데 한군데가 비때문에 완죤히찰흙의 미끄러운 길이 있어 이곳만 조심하면 될것 같다.

 

벚꽃인지 산복숭아인지 꽃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간간히 진달래도 피어 있었고...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던 청계산 정상. 형제봉에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국수역에서 오면 2시간 이면 올것 같다.

 

 

 

청계산 정상에서

 

청계산 정상은 사방이 트여있고 조망도 좋고 비교적 터도 넓은 헬기장. 그래서인지 대부분 여기서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한 옆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널널하게 먹었다.

헌데 정상의 등산 안내판이 쓰러져 있어 바람도 막을 겸 이 안내판 앞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자꾸 안내판을 보러 온다.

잠시 짱해피 미모 때문인가 착각했다. ㅎㅎ

 

춥다고 모자까지 뒤집에 쓴 짱공주.

 

그래도 우리가 빨리 나섰는지 밥을 먹고나니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올라온다.

하산길 방심하다 한번 주저 앉았다. 애고, 가문의 쪽팔림이네...

 

형제봉으로 되돌아 가기 전 부용산 갈림길

 

형제봉까지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어서인지 훨씬 빠르다. 이곳에서 부용산 가는길은 순하다더니 웬걸 길 급경사 길이 계속 이어진다. 땅이 젖이 미끄러움이 더 심해 온몸과 굼벵이 모드 다 써야 했다.

 

애고 힘들어라...

 

이런 임도를 몇번 내려서야 했다.

 

부용산에 붙는 길은 계속 임도를 길게 걸어야 했다. 잠깐 흙 밟나 싶으면 임도로 내려서야 하는 길이 부용산 1K 직전까지 이어진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양수역에서 부용산 먼저 찍고 청계산으로 오는거라고 한다.

 

비로소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오는데...

 

막상 부용산이 1K 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 구간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겨우겨우 부용산 정상에 올라섰다. 이곳 정상도 헬기장이 있는데 청계산 정상에 비해 고도가 낮아서인지 조망은 청계산만은 못했다.

벌리 우리가 온 청계산이 보였다.

 

 

부용산 정상에서

 

부용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서니 이곳에도 나무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쪽은 양수산악회에서 등산로를 정비를 해 놓았는지 임도부터 계속 부용산 가는길이라는 표지기가 달려있어 길 잃을 염려는 전혀 없었다.

청계산에서 부용산 연계산행은 조금은 어거지로 엮은것 같긴 하지만 부용산 정상 지나서부터는 제대로 된 호젓한 산길이라 그 생각이 바뀌었다. 전철역 하나 생기니 동네가 갑자기 번화해 지는것 같다.

 

 

 

 

 정상 바로 아래의 전망대에서

 

부용산에서 양수역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적혀 있는데 능선을 찍고 가는 길과 봉우리를 우회 해 가는 길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망대 내려서는 곳만 급경사고 대부분 길은 순한 편이다.

헌데 비가 내린다. 조금만 기다렸다 내려도 되는데....

 

양수역 내려서는 길.

 

양수역과 약수터 갈림길이다. 비도 내려 바로 내려서는 길로 좌회전 했는데 약수터 찍고 능선으로 하산해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정식 등산로는 약수터 방향인것 같다.

 

드디어 땅으로 내려서고...

 

양수리 성당 지나

 

양수역까지 멀지 않았다. 역까지 가는 길도 이정표가 아주 잘 되 있었다.

두산이 부담되면 청계산, 부용산 한곳씩만 가도 부족함이 전혀 없을것 같다.

양수역에서 함께 국수역까지 되돌아 갔다 국수역에서 작별인사 하고 우리는 그 차 되집어 타고 이촌으로~

궁금하던 양평 청계산도 가 보았고 궁금하던 친구도 만난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