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새 친구와 연인산 가기 (5/5)

산무수리 2009. 5. 7. 13:14

‘파도’-조오현(1932~ )

밤늦도록 불경(佛經)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라다크 히말라야 산자락 명상센터. 고지대 헉, 헉 숨 끊길까 무서워 잠 못 드는 밤. 물소리, 벌레 소리, 풍경(風磬) 소리, 적청황백흑 오방 깃발 펄럭이는 소리. 시방세계 가득 바람에 쓸려가는 소리, 소리뿐인데.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도 눈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며 열흘 밤 내내 묻는 소리. “형, 나 언제 또다시 별로 뜰 수는 있는 거야.” “응, 물 풀 쇠똥벌레 먼지 한세상 바람 따라 살고 돌다 다시 별로 뜰 거야.” 뭇 생령 본디는 몸뚱어리 없는 바람. 먼바다 울음소리에 천경만론 덮고 우주 너머 자유자재 대자대비한 스님 시인 한 소식 한 자락이라도 읽어냈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1. 만나는곳: 2009.5.5 (화) 10:00 도농역

2. 코스개관: 백둔리 (12:00)-장수능선-장수봉-정상-아재비고개-백둔리 (18:00)

3. 날씨: 여름인지 봄인지... 꽃은 봄꽃이 아주 그냥 죽여주게 피어 있어 행복했다.. 중간에 소나기도 한소끔 내렸고....

 

다음 친구인 둘리 동상.

안양에 살았고 수원에 살고있고 나 만큼이나 산미인인 친구.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경기일원의 산들을 넘나드는 모습이 무척이라 부러웠던 친구. 또한 사진을 찍으면 모델 포스가 팍팍 느껴져 날 기죽이게 했던 친구.

이 친구가 어느날 함께 산에 가자 청해 주어 많이 기뻤는데 공적인 일, 선약 등으로 상견례를 하지 못했다.

5.5 산에 갈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장수 여행 직후라 집에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산에 가기로 했다.

밥만 싸 가지고 오면 비빔밥 준비 해 온다는 친구. 반찬 못하는거 어찌 알았지? ^^

 

아침 전철타고 도농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늦었다.

주차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차 타고 연인산 가는길. 의외로 멀다. 차도 밀려 오늘 산행을 몇시나 되야 시작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되는 상황.

연인산은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다녀온 사람들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아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은 와보고 싶던 산.

가평지나 백둔리를 한참 들어가 연인산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의외로 차가 많지 않다.

아직 철쭉이 만개되지 않아서라고. 만개하면 차가 길 밖까지 넘쳐 난다고...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어오면 보이는 등산 안내판.

 

연인산 등산로는 소망, 우정길이 주 등산로하고 한다. 이 길은 사람도 많고 길도 넓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장수능선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헌데 왼쪽 장수능선 이정표를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본 바람에 땡볕의 임도를 30여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했다.

12시가 넘은 시간 넘들은 점심을 먹거나 하산하는 시간 올라가는 우리를 본 사람들의 걱정어린 표정들....

겨우겨우 포장된 임도가 끝나 겨우 그늘진 등산로와 만났다. 흙길로 올라오는 길도 있다는데...

 

장수봉에서

 

오늘 날씨 정말 더웠다. 그래도 임도 벗어나 숲에 들어오니 살것 같다. 이쪽이 그중 한갖진 능선이라는데도 이 길도 하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점심은 정상 지나 먹기로 했고 장수봉 지나 작은 그늘에 앉아 막걸리로 목축임. 술과 안 친한 나이지만 오늘은 더워서인지 정말 맛 좋았다. 둘리님은 막걸리 매니아라고.... ^^

간식먹고 다시 힘을 내 올라가는데 정상 가까워 졌는지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왼쪽 장수샘이 보이고 그 주변에 식사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거기 주질러 앉아 밥을 먹고 싶었지만 조금 참고 정상을 가기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야생화가 그야말로 지천이다.

제비꽃, 얼레지, 피나물....

사람이 들끓는 산에 야생화가 이리 많을 줄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계는 나무가 가려 트이지 않은게 옥의 티?

 

간간히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고...

 

꽃밭에 선 친구

 

저 능선이 연인능선이라던가?

 

정상 주변은 철쭉은 아직 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진달래가....

 

연인 산장 (무인 대피소라던가?)

 

드디어 연인산. 1000 이 넘는다고?

 

 

 

정상이 넓지는 않지만 조망은 아주 그만이었다...

 

정상까지의 거의 쉬지않고 허덕거리며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겁나는 디카 들고 계신 분께 부탁해 사진을 찍는데 웃지 않고 찍는 사진은 무효라나 뭐라나?

아무튼 정상석에서 사진찍고 사방 둘러보고 우리는 명지산 뱡향으로 하사하다 밥을 먹는다고...

시간은 3시가 훨씬 지난 시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고 날씨 탓인지 기운만 없을 뿐이고...

 

둘리표 비빕밥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다. 허기도 졌고 땀도 많이 흘려서인지 식욕이 별로 없었는데도 점심은 정말 맛 좋았다.

산행만 잘 하는줄 알았더니 얼굴만, 마음씨만 예쁜줄 알았더니 음식 솜시까지 짱인가 보다.

덕분에 배 터지게 밥 아주 많이 먹었다.

 

밥 잘 먹고 막걸리도 한잔 더 마시고 커피까지 마시고 하산하는 길.

이 길은 명지지맥 하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호젓한 길에 야생화가 한가득. 사람 다니는 길만큼만 오솔길이 나 있다.

헌데 비가 내린다.

오늘 비 예보가 없었는데 웬 비?

소나기인것 같다. 잠바를 꺼내입고 디카도 집어넣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하산하는데 야생화가 너무 예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다행히 비도 길 먼지 나지 않을 정도로만 내리더니 그쳤다.

이쪽엔 귀한 바람꽃까지 피어있었다.

처음 와 보는 산이라 좋은데다 너무 예쁜 길을 새 친구의 안내로  함께 걷게 되니 정말이지 행복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행복이란 가고 싶은 산을 이렇게 다닐 수 있다는데 공감했다. ㅎㅎ

물론 가족의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아재비 고개에서

 

아재비 고개에 도착.

이쪽에서 직진하면 명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우린 우측 백둔리로 하산하기로 했다.

잠바도 벗고 사진 몇장 찍고 하산 시작.

초장길도 역시나 꽃밭이라 탄성이 저절로 나왔는데 계곡이 나타나니 길이 조금은 거칠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인것 같다.

 

 

폭포인가?

 

계곡이 이어지고 건너고 해서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잠시 쉬면서 손 씻고 쉬다 임도를 내려오는데 이곳 임도는 푹신하고 저녁 무렵이어서인지 시원하고 정말 좋았다.

우측엔 사과밭이 보인다. 사과꽃도 참 예쁘다.

임도 끝에 문이 달려있다. 다행히 드나들 통로는 있는데 이쪽으로 올라가는건 좀 그렇겠다...

이곳이 조종천이라는 안내판. 보존지역이라고...

 

드디어 마을이 나타나고...

 

마을이 보이고 조금 내려가니 백둔리 종점 버스가 있다.

헌데 이 길에서 돈 줏었다. ㅎㅎ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산행 기점이라는 기사님 말씀.

이미 차비도 내서 그냥 타고 내려가는데 정말이지 얼마 안 내려가니 산행 기점이 나온다.

차를 가져와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아주 좋은 코스네...

 

차를 타고 청평호를 따라 나가는 드라이브 코스. 막히지도 않고 조망도 끝내주고...

덕소 가기 전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우연히 들어간 두부집의 메뉴.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배가 좀 더 고팠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다음부터는 조금만 싸 오라니까...

 

집에 갈때는 아예 친구가 집 앞까지 태워다 주었다.

궁금하던 친구도 만났고 연인산이라는 멋진 산도 알게 되었고 봄꽃을 눈이 시리도록 불 수 있었던 행복한 하루였다.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