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장수 프로젝트 둘째날 ( 장수 봉화산-속금산, 5/2)

산무수리 2009. 5. 8. 23:14

음주가/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잔 들어 입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 짓네. 

 

코스개관: 복성이재-봉화산-속금산-하동마을 (8:30~15:10)

날씨: 오전엔 맑은 시간이 많았으나 점심 무렵부터 간간히 비가 뿌리다 오후엔 비가 내림.

 

언니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하느라 바쁘시다. 다들 소량의 밥만 하다 대 식구의 밥을 하려니 양이 가늠이 안 되 밥이 적네 마네 하다 결국 불린 찹쌀과 안 불린 찹쌀을 더해 찰밥을 해 결국 된 밥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여산 공복 혈당을 재니 다행히 정상.

아침밥 먹고 도시락 싸고 반찬에 과일에 물에 등등....

 

생일상 수준의 럭셔리한 아침

 

복성이재에서

 

차 2대로 출발해 복성이재 도착하니 아직 철쭉이 만개를 안해서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갖지다.

철쭉 안 펴 어제도 더운물 한주전자 주고 오셨다는 장수샘. ㅍㅎㅎ

그래도 먼 빛에 보이는 봉화산 정상 부분은 분홍빛이다. 이곳도 축제 준비인지 마이크 연습중이고 에드벌룬도 높이 떠 있다.

 

 

 

철쭉터널을 아시나요?

 

복성이재에 올라서면서 푸르름 친구분인 임숙언니는 도라지 꺾느라 바쁘다. 내 눈에는 하나도 안 보인다.

이곳 고사리는 아주 오동통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내려다 보이는 철쭉 군락. 와~ 예쁘다~

철쭉 터널을 걸어 내려간다. 행복하다.

터널 내려서 건너편 산에 붙으니 찍사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막상 철쭉은 덜 피었고 아주 넓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예쁘다~

 

 

 

 

 

봉화산 정상 가는길

 

봉화산 정산 가는길에 으름덩굴이 많다. 꽃도 많이 피어있다.

사실 봉화산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아주 가벼운 산은 아닌것 같다. 이 구간이 복성이재-무령고개로 10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고 한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대부분은 꽃산행을 온 사람들로 보이고 간간히 대간 꾼들이 넘어오고 있다.

 

 

 

 정상에서

 

정상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의 능선

 

이 지도에 분명히 속금산이 나와 있으렸다?

 

 

 

 

 

 

 

 

 이때까지는 행복했는데?

 

봉화산 정상에서 사진 찍고 재를 하나 지나고 속금산 갈라지는 봉우리가 지도상에는 보였는데 (이 지도도 사실은 잃어 버렸다) 막상 와 보니 길을 찾기 쉽지 않다.

푸르름이 드림팀보고 전문이라는데 이럴때 보면 비전문인게 바로 들통난다.

여산이 앞서고 바로 뒤를 비 전문의 기수인 푸르름이 쫓아 내려가는데 사이비 전문보다 훨씨 낫고 용감하다. ㅠㅠ

급경사 내리막 내려서니 그래도 표지기 한개가 보인다. 그걸 믿고 산죽밭을 내려서는데 영 길이 미끄럽고 거시기 하다.

그래도 우리가 갈 능선이 보이는지라 그 능선을 향해 올라서고 내려서고 하니 기운도 빠지고 배도 고프다.

날은 점점 흐려져 가고...

  

 

 

속금산 정상에서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무덤가다.

뭐야, 우리가 온 길이 성묘 오는 길인거야?

일단 밥 펼치고 밥을 먹었다. 헌데 이젠 비까지 내린다.

이젠 되돌아 갈 수도 없으니 죽으나 사나 속금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올라가...

장수샘이 속금산 딱 한번 와 봤는데 지지리계곡길로 왔다 그 길로 하산하셔서 이 길은 초행이라고 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고사리도 많이 보이고 취나물도 제법 있어 나까지 나물을 뜯었다.

여산은 앞서 올라가 버리고 6명의 여인네들은 제각각 자기 수준만큼 나물을 뜯으며 산행을 진행.

비도 오다 말다 하는 폼이 많이 내릴것 같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겨우 정상 도착.

정상석 대신 무덤 한기가 보인다.

그래도 조망만큼은 일품이고 우리가 잔 숙소가 내려다 보인다.

순한 길은 지지계곡으로 돌아 내려가는 길이지만 그럼 복성이재도 멀어지고 숙소도 멀고...

숙소쪽으로 하산해 장수샘 차를 타고 차량 회수하러 가야 하는지라 조금 험하지만 바로 하산하는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정상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은 거의 90도. 짧은 이 구간을 지나니 조금은 편안한 길이 나온다.

내가 앞장서서 길 흔적을 찾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비가 내린다. 아무래도 우비를 입어야 할것 같다.

우비도 입고 급경사 길은 앉아서 기며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비에 젖은 이끼낀 바위가 제법 미끄럽다.

여산에 제일 먼저 한번 구르고 그 다음엔 내가 미끄러지며 주저앉고 마지막으로 푸르름이 바위를 디디다 떨어졌다.

천만 다행으로 나무가 있어 제동이 돠었고 심하게 미끄러진것 치고는 별로 다친 곳은 없었다.

세사람이 미끄러졌으니 다른 사람들도 더 겁을 먹는다.

온몸산악회의 진수를 보여주고 겨우겨우 하산 완료.

10여 분 정도만 걸어가면 숙소가 가깝다.

 

 

 하산하고...

 

이 산을 왜 안 오셨나 했더니 나물이나 뜯으러 오지 등산을 하기 위해 올 산은 아닌것 같다.

그래도 늘 바라만 보던 앞산을 와 보았고 그것도 하루에 두산을 했다고 언니들 무척 뿌듯해 하신다.

하긴, 산행 실력이 별로라더니 크게 쳐지는 분 없이 아주 잘 쫓아 올라오고 내려오셨다. 특히나 오늘처럼 길도 험한데...

땅으로 내려서니 비가 제법 내린다. 그나마 빨리 하산해 다행이다.

장수샘과 푸르름 여산은 차량 회수하러 가고 우리들은 교대로 씻었다.

큰언니인 애섭샘이 집에 와서 꼼짝도 못할것 같았는데 막상 씻고 나니 기분이 너무 개운하고 좋다 하신다. ㅎㅎ

원래 푸르름팀은 일욜 일찍 귀가 한다 했는데 우리가 1박 더 한다고 하니 이 팀도 새벽 일찍 상경하신다고 헌데 일욜 산행은 무리라 하지 않겠다고...

 

차량 회수하고 다 씻고 저녁은 장수 흑돼지 삼결살 파리.

현지 주민이 협찬한 맛 좋은 묵은지와 상추, 취나물.

여산 왈, 고혈압 당뇨인데 이런거 먹어도 되냐고... ㅍㅎㅎ

저녁 아주 잘 먹고 마까지 갈아주셔서 마도 먹고 과일먹고 하니 부른 배를 주체 할 수가 없다.

오늘 가위바위보를 몇번 했다.

왜? 남은것 처치할 때는 진 사람이 먹기, 설것이 할 때는 이긴 사람이 하기~

나? 먹을때도 져서 한숟갈 더 먹었고 설것이도 져 한번도 못했다. 헌데 이건 져도 기뻤다. ㅎㅎ

9시 뉴스도 못 보고 푹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