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장수 프로젝트 셋째날-팔공산-성수산 가기 (5/3)

산무수리 2009. 5. 9. 10:01

'안개꽃’-복효근(1962~ )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춥다. 꽃 소식 올라오는 봄길, 거리로 내몰리는 마음들 시리다. 한 다발, 한가운데 묶이려 아등바등 밀치는 삶의 길목 팍팍하다. 장미 백합 잘난 주연, 꽃인 듯 아닌 듯 안개꽃 조연 함께 묶여 향기로 피어오르는 꽃다발. 이런 시, 그런 안개꽃에 빚진 마음 있어 세상 따뜻하리.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장수 법성사-헬기장-팔공산 정상-1050봉-950봉-마령재-임도3거리-820봉-860봉(3개)-임실성수산-암봉-성수산 휴양림 임도 (9:00~16:00)

날씨: 아침이 되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따가웠던 날

 

오늘 언니들은 남원에 나가 교회, 성당 예배 보고 추어탕 사 드시고 온다고 한다.

사이비 등산전문가 셋만 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어제 한 찰밥이 너무 되 그걸 약식으로 다시 쪄 주어 점심으로 도시락을 쌌다.

팔공산 성수산 연계산행을 하기 위해 우리를 기점에 태워다 준다는 푸르름. 헌데 여산이 마음이 바뀌어 팔공산만 하고 무령고개에서 백운산을 가자 한다.

지난번 백운산에서 날씨가 좋지 않아 지리 조망을 제대로 못 했다고...

  

 

법성사에서

 

일단 언니들 배웅 받고 출발.

네비 찍고 난 뒤에서 취침해 어디로 가는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산행 기점인 법성사 주차장.

주차장은 넓고 오르막을 구비구비 올라와서인지 조망이 좋다. 헌데 절도 꽃도 많이 피어있고 아주 예쁜 절이다.

어제가 초파일인지라 연등이 남아있고 내린 비 때문에 흙길은 조금 질다.

마침 주지스님이 나오시는데 비구니시다. 그래서 절이 이렇게 예뻤나보다.

경허스님도 한때 이곳에 와 계셨다는 이 절은 작은 계곡에 다리도 만들어 놓았다.

스님께 등산로를 여쭈니 법당 우측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길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고...

 

 애고 힘들어...

 

 웬 굴?

 

초장 완만한 촉촉한 산길을 가는데 취나물이 뜯지 않아 여기저기 지천이다. 마음이 바쁜지라 눈으로만 보고 진행.

헌데 조금 올라가니 길인지 물길이지 모를 산죽사이를 헤치고 가는 길이 심상치 않다. 경사도 급경사라 이 길을 다시 내려올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날씨고 개는것 같더니 뿌애진다. 이러면 조망조차 기대하기 힘든데...ㅠㅠ

오늘 아마추어들이 빠지니 자연 꼴지는 나. 이상하게 기운도 없고 아주 죽을 맛이다.

헌데 나만 그런건 아닌지 여산도 제법 힘이 든가보다. 20분도 채 가지 못하고 쉬는데 점점 쉬는 인터벌이 짧아진다고 웃었다.

 

 강남 마라톤 클럽 사람들-복장만 봐도 티가 난다....

 

 헬기장에서 조망을 기다리며...

 

쉬면서 기운 나라고 커피와 여산표 맛좋은 빵을 먹고 어거지로 올라갔다.

거의 1시간 올라가니 능선 헬기장과 만났다.

이곳에 오니 한팀이 보이는데 강남 마라톤 클럽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팀은 이 능선 종주를 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올라온 길은 길없는 길이라고...

우짠지 힘들더라니...

난 도저히 이 길로 하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지금 하산하면 산행 시간도 너무 짧다고...

푸르름이 픽업 해 준다고 할때 신세 지자고 우겨 결국 성수산으로 가기로 결정. 푸르름한테는 문자로 사정을 보냈다.

 

 애개, 뭔 정상이 이런겨?

 

구름에 가렸던 시계가 걷혀 환상의 경칠를 봤다는데 우리가 올라오니 도로 오리무중. 그나마 정상에 가면 조망이 꽝이라고 한다.

기다렸는데 개질 않는다. 포기하고 10분 정도 올라가니 정상. 정상은 군사시절인지 뭔가가 복잡하다.

헌데 날이 개는걸 본 여산 도저히 조망이 포기 안되는지 헬기장 다녀와야겠다고...

둘인 쑥 뜯기로 했고 여산은 사진 찍으러 갔다. 헌데 한번 가더니 영 안온다.

도대체 뭐 하는겨? 찾으러 가려니 그제서야 온다. 되돌아오다 스틱을 놓고 와 다시 갔다 오는거라고... ㅠㅠ

 

 

날은 점점 더워져가고 조망도 점점 트이고...

 

이곳에서 주릉은 직진인데 우리들은 우측 시설물 넘어 임도를 조금 걷다 바로 숲으로 붙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의 숲길은 정말이지 너무 예쁜 오솔길이었다.

간간히 급경사 내리막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어제 속금산 하산길에 비하면 실크로드.

좋은 길이 나오면 언니들도 함께 왔더라면 참 좋았을걸 싶다가도 험한 길이 나오면 안 오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교차.

 

 

 마령재에서

 

날은 이제 화창하다 못해 땡볕으로 변해 여름산인지 봄 산인지 헷갈린다.

지도도 보지만 간간히 보이는 표지기를 따라 성수산을 가늠해 계속 진행.

한곳 그늘에 한팀이 막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 캔 더덕으로 더덕주 만든다고 한잔 마시고 가라 불러주신다.

고맙다 사양하고 우리는 계속 성수산을 향해 가자~

한참만에 임도가 나온다. 다른 임도와 달리 이 길은 삼거리로 제법 넓다. 거기다 조망조차 좋다.

이렇게 근사한 임도도 있구나~

 

 

 

 

 임도 3거리인데 황량하면서도 사방이 산이고 조망이 훌륭하다...

 

 이 자리에서 밥 먹기

 

임도에 이 근처 사람들이 놀라오는지 돗자리도 있고 초 켠 흔적도 보인다. 잠시 간식먹고 일단은 성수산 자락 오르막에 붙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성수산 몇 봉우리인지 모를 봉우리를 넘어가니 국기 게양대 같은 곳이 나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입맛이 없는지 많이 먹지 못하겠다.

푸르름의 전화. 점심 먹었냐고 하면서 이 팀도 남원 현식당 찾아가는데 남원도 춘향제가 열려 차가 일방통행 해 세바퀴 돌고 겨우 식당에 찾아가 번호표 뽑고 기다린다며 집에 와 있을테니 하산 전 미리 전화하면 데릴러 온다고...

 

 

산 자체는 호젓하고 오솔길이고 좋았지만 기운이 빠지니 그 조차 힘들다...

 

쉬고 사진 찍고 마지막 성수산 정상을 향해 없는 힘을 쥐어짜 간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이쪽은 사람이 더 없고 호젓하다. 우리가 가는 코스가 주 등산로는 아닌것 같다.

하긴 산 하나도 힘든데 연계해서 하는 산행은 아무나 할 짓은 아닌것 같다.

무식하던지 용감하던지 아는게 많던지.....

많이 아는 여산 덕분인지 무식하고 용감한 무수리 때문인쥐....

 

 드디어 정상

 

 마이산의 두 귀가 지대로 보이고.. (날파리가 날더니 사진에 잠자리처럼 나왔다.. ㅠㅠ)

 

드디어 정상. 꼬딱지 막한 곳에 쇠로 만든 정상 안내판 겸 이정표. 참 알뜰하게도 만들었다.

헌데 이 정상에서 마이산 말귀가 보였다. 정말 예뻤다.

건너편 움푹 패인 곳이 무령고개라고 우기는 여산. 나중 확인한 바로는 아니었다. 장안산이라고 우겼던 산은 선각산이라고...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

 

이런 오솔길-마냥 걷고 싶어야 했는데 오늘은 정말 그만 걷고 싶었다...

 

 

 

 

성수산 최고의 조망터에서 작가는 작품활동 하고 난 바위 위에 누워서 쉬었다...

 

정상 그늘에 쉬며 간식 먹고 헬기장 경유해 능선을 타고 오는데 보이는 바위.

그 바위에 올라가보니 정상보다 조망이 훨씬 훌륭했다.

여산 만족해 하면서 이곳에서 마음껏 작품활동 하고 우리들고 모델도 하고 찍사도 해 가면서 따땃한 바위에 누워 한참 놀았다.

이때 푸르름의 전화. 문자를 늦게 봤다고 하면서 지금 성수산 휴양림 거의 다 왔다고 한다.

어디로 오시라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척척 네비도 없이 정말이지 잘도 찾아온다.

하긴 픽업은 아무나 하나...

 

 드디어 임도

이곳에서 하산로가 갈라지는데 아마도 왼쪽으로 내려갔으면 절을 들러 왔을텐데 우측으로 내려오니 만나는 임도.

이 임도를 가로질러 내려가니 보이는 계곡에서 잠시 쉬고 미끄러져 엉망인 바지와 배낭 흙도 좀 털어냈다.

 

곧 끝날것 같은 임도가 생각보다 길다. 계곡은 제법 깊었고 물도 많았다.

서비스로 한 성수산이 의외로 조망도 좋았고 계곡도 제법 깊은데 사람도 별로 없고 아주 좋았다.

푸르름에게 전화를 하니 휴양림 들어과 구경하며 올라가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도 임도 따라 내려간다고 하니 휴양림 안인지 밖인지 묻는데 잘 모르겠다.

물어보니 휴양림 안이 맞다고.. 곧 내려가면 휴양림 만난다고...

정말 조금 내려가니 장수샘과 푸르름이 올라와 극적 상봉을 했다. ㅎㅎ

두 언니 그래도 등산복 차림으로 옷까지 갈아입고 오셨다. 큰언니와 임숙언니는 죽어도 못 간다고 하셨다던가? ㅎㅎ

 

마중나온 언니들을 만나고...

 

휴양림 규모는 크지 않은데 제법 예쁘다..

 

휴양림 약수물도 뜨고 두 언니 차 타고 팔성사 주차장에 가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 잠시 오르막 쉼터에 쉬었다가 잘 도착.

급경사 길이라 염려를 했는데 막상 두번째 올라가니 경사가 완만해 보여 놀랬다. ㅎㅎ

잠시 절 구경 다시 하고 두 차에 나누어 타고 오는데 큰언니 전화. 그곳은 비가 많이 내리는데 이곳은 괜찮냐고 하면서 어제 삶아서 말리던 고사리 비 맞췄다고 자수 하신다. ㅎㅎ

 

차에서 고무 탄내가 나 잠시 재에서 쉬다...

 

 팔성사에서 꽃보다 더 귀하고 마음씨 고운 언니들

 

출석부

 

내게 강 같은 평화~ 찬송가 부르고 놀기?

 

집에 와 보니 두 언니가 밥 앉혀 놓았다.

우리들은 씻고 언니들이 주전자까지 들고 가 줄서서 사 오신 추어탕에 밥 말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집 찾아 헤매며 큰 주전자 들고 다니니 사람들이 뭔가 궁금해 쳐다봤다던가? 혼자서는 쪽팔렸을텐데 그나마 여럿이라 덩덩당당하게 들고 다니셨다던가?

차에서 추어탕 흘릴까봐 노심초사 하고 들고 오셨으니 맛이 안 좋을 수가 없지...

 

오늘은 마지막 밤.

교회 성가대 출신 장수샘 노래를 듣고 싶어 여산보고 함께 부르라고 하니 찬송가 밖에 모른다고 해 졸지에 찬송가로 holy 한 마지막 밤을.....

물론 설것이도 이긴 사람이 했는데 어제에 이어 여산이 당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