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장수 프로젝트 그 마지막-산청 황매산 찍고 집으로~ (5/4)

산무수리 2009. 5. 9. 11:33

'돌아오는 길’-김강태(1950~2003)

…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지하철 출구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할머니 한 분 새로 장을 여셨다. 붕어빵·뻥튀기 좁은 틈 비집고 들어선 시금치·미나리 몇 단, 애호박 감자 몇 알. 춥고 저린 어깨 추스르며 나도 얼마냐 묻고 싶다. 밑바닥 희망 한 단 값 제대로 물어볼 마음 없을 정당 높은 건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시 건물 밖에 내거는 값 얼마냐고. “나두 몰라유. 직접 물어보슈.”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영화테마파크 (9:00)-황매평전-나무데크길-정상-하봉-중봉-삼봉-목장터-임도-철쭉제단-영화테마파크(13:10)

날씨: 화창한 봄날. 봉화산 철쭉이 울고 갈 황매평전의 철쭉들

 

꼭두새벽 어느새 푸르름 팀들은 철수. 그런 줄도 모르고 잤다.

장수샘이 우리를 챙겨주신다고 밥에 도시락에 쑥버무리까지 하시느라 새벽부터 분주하다.

일찍 출발하는 분들과 장수샘이 거실에서 주무시고 방에선 제일 막내인 산이슬과 내가 널널하게 잤다.

여산도 새벽 일찍 깼었는데도 푸르름 갈때는 몰랐다고....

 

해주신 밥 잘 먹고 도시락에 떡에 과일에 바리바리 싸 주신것 챙기고 물도 채우고 인사 드리고 나오니 8시.

며칠 함께 지내다 보니 친정 언니같고 헤어지자니 서운타. 그래도 장수샘도 오늘은 근무날이신데 어찌하리...

여기 근무를 언제까지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에 발걸음이 와 지면 들리시라 하신다.

두루 신세만 왕창 지고 떠나니 정말이지 서운타.

 

오늘이 재량휴일. 내일은 어린이날.

산이슬은 내일까지 노는거 아니었냐고 한다. 산이슬네 가서 머물고 경상도 쪽 산을 가면 어떠냐고 하는데 그럼 집에 갈때 너무 막힐것 같아 오늘 귀가 하기로 했었다. 너무 길~게 놀아 집에 눈치도 보이고...

사실 오늘은 보성 초암산에 가고 싶다는 여산의 소망. 새로 철쭉 군락지로 각광받는 산이라고 한다. 헌데 황매산을 아직 못 가 봤다는 날 위해, 그리고 여산도 황매산을 철쭉이 핀 계절엔 못 와 봤다고, 산이슬이 작년 황매산 철쭉 피크일때 와 보니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성보다는 산청이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가깝다고도 했고....

 

원래 황매산은 모산재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정 코스고 제일 멋지다고 한다. 허나 여산의 등산 방식은 제일 짧게 올라가 조망을 싫컷 하는것. 나야 아는게 없으니 묻지도 따질 처지가 아니고...

오늘 산행은 예정에도 없던지라 지도 조차 없다. 로칼가이드와 등산 플레너를 믿고 따라 갈 수 밖에...

고속도로로 해서 산청 영화테마파크 주차장에 당도하니 9시.

시간이 일러서인지 길은 한갖졌는데도 주차장에는 차가 제법 많다.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웃었다.

 

단적비연수를 찍었다는 영화테마파크

 

황매산, 이름에서 오는 산은 제법 빡셀것 같은데 막상 산을 보고 나니 유원지 산 같은 느낌이 든다. 대부분 사람들 복장도 약수터 패션이나 관광지 모드. 이런 사람들은 물론 정상에 가는게 아니라 황매평전까지만 올라갔다 가는거라는 여산의 말.

아무튼 이곳에서 황매평전까니 올라서는데 빠르면 30분 이면 될것 같다. 길도 등산로로 있고 임도도 있고 나무 데크길도 있어 취향대로, 신발 상태에 맞춰 골라 잡을 수 있다.

 

여산 뒷쪽이 모산재 방향이라고...

 

작년에도 없던 나무데크가 생겼다고 놀라는 산이슬. 이 데크길은 정상가는 쪽으로 계단을 설치 해 놓아 올라가기 훨씬 수월해졌다는 여산의 부연 설명. 전엔 이 길이 급경사고 무너져 내리는 길이었다고...

 

 

항매평전에서..

 

황매평전에 올라서니 철쭉이 장관이다. 아이스께끼도 팔아 여산이 내려올 때 사 먹는다고 한개 남겨 놓으란다. ㅎㅎ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철쭉들. 정말 봉화산 철쭉이 울고 가야 할 정도로 넓고 더 많이 피었다. 이번 주말이면 피크일것 같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안내산행 문자를 보니 어린이날부터 주말이 다 황매산에 온다고 하니 인파가 장난이 아닐것 같다.

정상가는 계단이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다. 여산은 여기만 올라와도 만족한다지만 나야 이 산이 초행인데 정상은 찍고 가자 했다.

마지못해 쫓아 올라오는 여산. 난 설레는구만...

 

 

황매산 정상은 의외로 멀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곳이 황매산 정상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래도 높이가 높이인지라 제법 빡세네?

정상 가기 전 봉우리에서 아이스께끼 하나씩 물고 정상으로 가는길. 그 많던 사람이 팍 줄어들어 한갖졌다.

 

 

황매평전에서 정상가는길

 

뒤로 보이는 산이 지리의 천왕봉과 중봉이라고...

 

정상에 섰다. 바위 위에 정상석을 만들어 놓아 협소했다.

한 사람이 정상석을 넣고 사진을 찍는데 뒤에 보이는 곳이 지리라고...

지리를 짝사랑 하는 여산, 작품활동 하느라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흥, 정상 안 올라온다며?

우리 둘 먼저 방 빼 주고 삼봉 쪽으로 가서 여산을 기다리기로...

 

정상 지나 상봉 가는길의 쉼터에서

 

황매산 정상을 배경으로....

 

이곳에서 쉬면서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건더기도 먹고 한참을 쉬었다.

되돌아 내려간다던 여산은 내가 계단 내려가는길 싫다고 이 능선 타고 가다 임도로 가자 하니 못 이기는체 따라 온다. ㅎㅎ

헌데 이 능선도 제법 오르내림이 있고 암릉맛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모산재의 암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산이슬.

다음엔 모산재로 해서 황매산을 와 보라고 한다. 아라써....

 

삼봉을 배경으로...

  

삼봉 중 1봉에서 (왼쪽 사람들 모여있는 곳이 황매산 정상)

 

 

합천댐의 모습

 

이 능선 마지막에 산불감시탑 겸 정자가 보인다.

이곳에서 막걸리과 족발을 먹는 일행이 보이는데 막걸리 아무리 쳐다봐도 눈도 안 마주친다. 한잔 마시라고 하면 못 이기는체 먹겠구만... ㅎㅎ

다음부터 우리도 맥주 꼭 얼려가지고 오자 굳게 다짐하며 하산 시작.

 

하산길에 보이는 철쭉. 산 어디를 봐도 철쭉만 보인다...

 

이 산의 특징은 큰 나무가 없다는것. 알고보내 둔내 목장이었다고...

어쩐지....

소 키우는것 보다는 이게 남는 장사인가?

 

이젠 임도를 따라 회귀하기

 

넓은 공터에서 올려다 본 평전의 모습

 

 

 

 

 

 

 다시 평전으로 올라서서

 

임도를 따라 걷다 넓은 공터가 나온다. 물도 나온다.

그늘에서 점심을 먹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밥이 안 땅긴다. 여산 물 말아 먹지로 먹는다. 우리도 밥을 조금 남겼다.

밥 잘 먹고 철쭉밭으로 해서 평전으로 올라서는데 철쭉이 어찌나 빡빡한지 길을 잘못 들면 통과 하기 힘들다.

그새 사람들도 늘어나 정상 가는 계단은 줄서서 올라가고 평전 여기 저기에도 야유회 모드 사람들이 모여 식사 하느라 분주하다.

 

 

철쭉제단

 

언뜻 화왕산과 비슷한 분위기.

황량한듯 하면서도 들이대면 작품이 될만한 곳이 많은 황매산.

등산로도 길게도 짧게도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할것 같은 황매산.

아주 맘에 든다.

여산 결국 카드가 다 차 사진을 더 이상 못 찍는다고 전에 찍은것 지우느라 바쁘다. ㅎㅎ

 

 

이 성은 뭐에 쓰이는 물건인고? 그래도 여기에 서니 바람 정말 시원했다~

 

나무데크 길을 따라 하산하기...

 

여산 작품활동 하느라 안 내려온다. 둘이 내려왔다.

임도길로 내려올 수도 있고 임도를 가로지르는 흙길도 있었다.

다 내려오니 그야말로 완죤 관광지 분위기.

한쪽엔 노래자랑을 하고 식당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우리가 올라왔던 길은 일방통행으로 내려가는 것만 가능하고....

 

차 빼고 일단 여길 빠져 나가야 할것 같다.

이젠 산이슬을 어디에 내려줘야 집에 가기 좋을까?

일단 산청 터미널로 갔다. 헌데 여긴 대구에 직접 가는 버스가 없고 함양이나 거창을 가 갈아타야 한다고...

친절한 여산이 함양까지 데려다 주었다.

산이슬 15;15 차 끊고 목마른 백성들을 위해 포카리와 과자를 사 줘 받아 들고 15:00 출발.

 

중간 휴게소에서 지름 넣고 호도과자도 한개 사 먹고 서울에 가까워 오니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려올 때에 비하면 아주 훌륭하게 4시간 만에 평촌 도착.

판교 지나며 새로 난 길로 길이 바뀌어 잠시 여산 네비가 읽지 못해 하마트면 수서까지 갈 뻔하다 무사히 판교 진입. 휴~

나무천사 불러내 저녁까지 잘 먹고 여산과 헤어졌다.

여러 관계자의 협조 덕분에 연휴를 행복하고 뿌듯하고 보람차게 잘 보냈다.

두루 감사 드리며....

 

5월 2주 놀토 지리에 가고 싶던 소망은 여산 탁구대회 출전과 나무천사의 비협조로 무산.

사실 며칠 내리 산행을 했더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긴 했다.

나무천사 무박 지리산 남부능선 안내산행 따라가고 모처럼 집에서 밀린 산행기를 썼다.

숙제 끝~